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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이해와 배려가 우선이다

등록|2024.08.06 08:16 수정|2024.08.07 13:30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장마철로 묻어 있는 퀴퀴한 냄새도 온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에어컨 바람에 의지한 채 보내지만, 짜증까지도 털어버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때다 싶어 재충전이라는 핑계에 실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다람쥐 쳇바퀴 속에 지내다 보니 넓은 들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여행의 설렘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어 창밖 자연의 섭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혼자 보기 아까워 옆에 앉아 있는 아내 옷깃을 살짝 끌었지만 미동도 없다. 혼자서나마 새의 눈으로 바깥세상을 즐길 수밖에 없다. 아내는 가끔 딸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눈치지만 필자와 함께한 여행은 오랜만이다. 먹고살기 바빠서일까.

첫 맛집 고등어 조림 쌈밥과 향미가 온몸을 감싼다. 제주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서로 간 온전한 이해와 배려를 하면서 여행을 잘할 수 있을까.

여행하면서 부부간은 말할 것도 없고 일행들 간 의견 충돌로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은 바다. 몇 해 전 아내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경험이 생각난다. 10일 동안 오롯이 함께하면서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으로 들뜨기도 했다.

여행 과정에서 더 많이 보고 싶어 하는 아내와 느긋하게 집중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필자 사이 가벼운 의견 충돌도 경험한 바다. 여행 중 상대방을 오롯이 이해하고 배려하기가 쉽지 않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최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한 부부가 부산 여행 중 의견 충돌로 갈등을 빚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여행 중 일행들과 의견 충돌 없이 잘 먹고 잠자리가 편했다면 그 여행은 성공이라 하던가.

필자는 마음 가는 대로 발 닿는 대로의 여행을 좋아해 별 준비 없이 동행했다. 반면 철저한 준비가 여행의 맛이라고 생각한 아내는 대정리 추사 김정희 유배지 답사도 사전 준비한 모양이다. 역사 기행을 좋아한 터라 듣던 중 반가웠다.

아침 햇살로 산들바람 앞세워 추사 김정희 유배지에 들어서자 추사 해설을 시작하려던 해설사가 함께해도 좋단다.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빈틈없는 해설로 추사 김정희 선생에 대한 파편적인 지식이 이어져가는 느낌이다. 추사 김정희는 제자 우선 이상적의 변함없는 마음에 <세한도>를 그렸다고 한다. 다른 방에서는 위로차 방문한 해남 대흥사 초의선사와 다선일미(茶禪一味) 차담을 나누고 있는 추사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해설이 마무리될 즈음 유배지의 뒤뜰에서 영화 <냉전과 열정 사이> OST 'the whole nine yards' 플루트 연주 소리가 정감 있게 들려온다. 행랑채 좁다란 툇마루와 안채 마루에 관객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작은 음악회를 즐기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빈자리를 채운다. 관중들의 눈길마다 플루트 소리에 젖어있다.

관객들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사회자의 말씀에 손을 슬그머니 들고 말았다. 순간 아내가 내 소맷자락을 잡아당기었지만, 어설프게 준비해 두었던 <아내>란 시를 멋쩍은 듯이 읊조린다. 쑥스러운 말도 시에 담아 토해낸다. 과분한 박수로 낯부끄러웠지만, 그날 저녁은 필자가 좋아한 국밥 대신 아내 기분에 부합되는 저녁도 먹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번 여행에서는 의견 불일치로 소소한 다툼도 별로 없었다. 서로 간 상대 의견에 맞춰주려는 기색도 역력했다. 창밖엔 구름 한 점 없는 뙤약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여행은 무엇보다 일행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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