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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여왕' 안세영 금빛 스매시... 28년 만의 단식 우승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우승...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

등록|2024.08.05 19:35 수정|2024.08.05 19:36
 

'셔틀콕 여왕' 안세영(22)이 2024 파리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이겼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단식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1996 애틀랜타 대회 여자 단식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또한 복식까지 범위를 넓히면 2008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을 안겼다. 이로써 한국은 배드민턴이 1992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7개의 금메달을 쌓았다.

 

경기 내내 '압도적' 안세영... 클래스가 달랐다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세영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앞선 8강전, 준결승전과 달리 결승에서는 시작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초반 두 점을 내주며 흔들리는 듯했으나 3-5에서 드롭샷으로 상대의 허점을 찔렀고, 빨리 승부를 보려는 허빙자오는 스매시를 시도했다가 점수를 잃었다.

 

두 선수가 게임 중반까지 9-9로 맞서다가 안세영이 왼쪽 앞으로 뚝 떨어지는 드롭샷으로 허빙자오를 무너뜨렸고, 탄탄한 수비로 허빙자오의 리시브 범실을 유도하면서 점수 차를 벌려 나가기 시작했다.

 

여유를 찾은 안세영은 허빙자오를 좌우로 흔들며 경기를 이끌었고, 16-13에서 5연속 득점을 올리며 무려 8점 차류 1게임을 가져갔다.

 

2게임도 안세영의 흐름이었다. 셔틀콕을 코트 구석에 찌르며 상대의 체력을 빼앗았고, 리시브 실수를 끌어낸 뒤 네트 위로 떠 오른 셔틀콕을 강하게 내려찍는 공격으로 연달아 점수를 따냈다.

 

허빙자오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끈질긴 반격으로 11-11 동점을 만들었고, 몸을 날려 스매시를 받아내려다가 놓친 안세영은 잠시 코트 바닥에 누워 숨을 골랐다.

 

다시 일어선 안세영은 곧바로 5연속 득점을 올리며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11-14로 밀린 허빙자오는 안세영의 클리어 득점 때 인·아웃 챌린지를 신청해 흐름을 끊어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정교한 헤어핀으로 상대를 흔든 안세영은 금메달 포인트에서 허빙자오의 클리어가 코트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지켜보며 우승을 확정했다.

 

3년 전 도쿄의 아픔, 금메달로 씻어낸 안세영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이 입을 맞추고 있다. ⓒ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8강 탈락으로 쓰디쓴 경험을 얻은 안세영은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같은 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따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 다친 무릎 부상이 악화되면서 안세영도 슬럼프에 빠졌다.

 

석 달 넘게 치료와 재활에 매달렸으나 출전하는 대회마다 기복이 심했고,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무릎에 부담을 최소화하는 공격 방식을 몸에 익혔다.

 

부상 악재 속에서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에서 거침없이 질주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라이벌인 세계랭킹 3위 타이쯔잉(대만)이 16강에서, 2위 천위페이(중국)는 8강에서 탈락했고, 랭킹 4위 캐롤리나 마린(스페인)은 준결에서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안세영을 위협할 적수는 없었다.

 

이로써 안세영은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 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53주 연속으로 정상을 지키고 있는 데다가 22세로 앞날이 밝은 안세영은 당분간 세계 여자 배드민턴의 '1강 체제'를 굳건히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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