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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소방관이 본, 시청역 사고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

신문의 글자만 읽는데도 눈물이 난 이유... 한국 사회가 다시 재정비해야 할 것들

등록|2024.08.13 11:37 수정|2024.08.13 14:53
 

▲ 지난달 1일 밤 9시 27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앞 일방통행 도로에서 조선호텔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차량이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역주행 차량이 인도를 덮치며 파손된 안전펜스와 각종 물건들이 어지럽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 ⓒ 권우성

 
지난 7월 1일 밤 9시 즈음 서울 시청역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였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12번 출구 근처 도로에서 차 한 대가 시청역 인근을 빠져나오며 역주행했고 지나가던 차와 보행자를 잇달아 들이박아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6명이 숨지고 3명은 이송 중 또는 병원에서 사망했고, 4명은 크게 다쳤다.

인도 안전 울타리를 옆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차가 돌진해 가드레일은 처참하게 부숴졌고, 많은 사람이 쓰러지고 다쳤다. 차로부터 보호해야 할 보행자용 가드레일은 무용지물이었다. 차량 충돌 보호를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 인도와 차도 구분, 무단횡단 방지, 자전거 사고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을 뿐이다.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할 수도 없었다.

과거 소방관으로 근무할 때 목격했던 교통사고 현장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 곳에 없던 우리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끔찍한 현장이 신고자들의 눈앞에 펼쳐졌을 것이다.

도로에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을 것이고, 신고자는 그들의 의식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상황실 요원의 말에 답답하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신문을 읽는 내내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차에 치인 그들 또한 누군가의 아들, 딸, 엄마, 아버지, 어머니였을 것이다. 119에 신고했던 사람의 목소리 떨림과 흐느낌까지 느껴져서 글자만 읽는 데도 눈물이 났다.
 

▲ 9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당한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 사고 다음날인 2일 오전 국화와 추모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 박수림

 
그들은 보고 싶지 않은 사고 현장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신고자들은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살리려고 머뭇거림 없이 손을 들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구급차가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숨이 점점 꺼져가는 이들을 살리려 노력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부상당했지만, 나는 이번 사고를 통해 희망이라는 빛 또한 보았다. 현장에서 시민들이 서로 손을 들며 사람을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에 동참했다. 그런 노력은 대단한 일이고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용기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언제 어디서든 손을 내밀어주는 그들을 위해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도 필요하다.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그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할 것이고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외상 후 스트레스로부터 잘 이겨낼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 경찰 측에서 당시 이 사고를 조사한 결과, 급발진이라기보다는 운전자 과실이라고 발표했다. 운전자는 68세 노인이었다. 사고 당시 그는 브레이크를 밟은 줄 알았는데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관련 기사 보기).

그 사실이 나는 더 큰 충격으로 와닿았다. 원인을 밝혔으니 이에 그칠 게 아니라, 앞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선해야 할 점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고가 발생할 때 어떻게 대비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더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차량용 가드레일을 정교하게 설치해야 하는 부분과 고령 버스, 택시 기사 자격 검사에 대한 부분이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고령사회 진입 중인 한국, 제도도 바뀌어야
 

▲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 차아무개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7.30 ⓒ 연합뉴스

 
한국 사회는 급속히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고령사회에 맞게 제도도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농촌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65세가 넘는 고령자가 많다. 나이가 들면 표지판, 신호등을 판단하는 시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운전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2018년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75세 이상 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75세 이상의 사람이 운전면허를 받거나 면허 갱신 시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일정액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동권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면허증 반납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고령자 특화 차량 도입,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차량에 장착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관련 기사: '급발진'은 막고 고령운전 배려하는 일본, 이렇게 한다 https://omn.kr/29b7h ).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반복되는 이런 사고들을 통해 우리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또한, 근거리에 병원이 있는데도 구급차를 원거리 병원에 이송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시스템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알아본 결과, 119가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한 이유는 근거리에 있던 모 병원은 중증 외상 센터로 지정되지 않았기도 하고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부재했기 때문이었단다.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대처할 수 있고 치료가 가능한 병원도 인력도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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