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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물결 가르며 환호성... 정말 괜찮을까?

[세종보 천막 소식 97일-98일차] 벌써 3만9941장의 사진… 우리가 계속 강을 지키는 이유

등록|2024.08.06 16:02 수정|2024.08.06 18:24

깝짝도요두발로 총총 뛰어다니는 깝짝도요 ⓒ 임도훈


"착착, 쫑쫑, 파다닥, 푸드득, 콰직, 찍찍, 짹짹, 삑삑, 까악까악, 꾸르르꾸르르, 빼에에~~"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는 한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지금도 아름다운 높낮이와 일정한 패턴으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는 완벽한 자연의 하모니다. 가끔 강 이쪽저쪽에서 풍덩하는 소리가 들리고, 외롭게 우는 새소리가 좌에서 우로 빠르게 지나간다. 이 선명하고 풍성한 고요함이 강의 풍요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발씩 걷지 않고 두 발로 쫑쫑 뛰어서 가까이 다가오다가, 앉아 있는 사람을 의식하고 '갸우뚱'한다. 옆모습은 예쁘고, 그 앞모습은 너무 귀엽다. 환경부 사람들은 이 귀여움의 향연을 보지도 않고, 흐르는 금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직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계속 세종보 재가동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고, 이제는 댐 신규 건설을 부르짖고 있으니 한심하다.

천막 상류에 있던 모래섬에 모래가 한층 더 쌓였다. 장마 전에도 모래와 자갈이 잘 깔려있어서 물떼새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둥지 자리를 제공했는데, 내년에는 아마도 더 많은 아이들이 찾아올 것 같다. 물론 그 전제는 금강이 계속 흐르도록 우리의 싸움이 계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녹조의 창궐… 위험한 수상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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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속 수상레저녹조가 창궐한 금강에서 수상레저를 즐기는 모습 ⓒ 김병기


안동댐에서도 녹조 소식이 들리고, 최대 담수호인 소양호도 50년만에 처음이라던 작년에 이어 올해도 녹조가 창궐했다. 악취가 심하고 물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곤죽이 되어가는 상황인데, 이곳에 수상 레저를 즐기는 시민들. 간에 치명적인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을 품고 있는 녹조가 인체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매우 위험천만한 일인데, 환경부는 수수방관이다.

금강에도 산 강과 죽은 강이 공존한다. 하굿둑으로 막은 구간에는 녹조가 창궐했고, 6년째 수문이 열려있는 세종보 구간에서는 녹조를 찾아볼 수 없다. 보철거시민행동이 지난 4일과 5일에 찾아간 웅포대교와 강경포구. 녹조밭에서 녹색 물결을 가르며 수상스키를 즐기는 시민들이 있었다. 보트에 매단 튜브에 올라탄 물놀이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래도 되는 걸까?

유튜브 영상 : https://youtu.be/iO9tU7lj1Bk?si=Is6DN3LGHinS1Bxn

웅포대교 아래 녹조 낀 금강웅포대교 아래 금강에 녹조가 끼어있다. ⓒ 김병기


지역마다 다르지만, 미국 오하이오주는 음용수 기준을 성인은 MCs 1.6ppb, 미취학아동은 MCs 0.3ppb로 정했다. 레저 활동의 경우 MCs 20ppb 이상이면 물놀이 등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농산물에 축적되고, 에어로졸로 확산되는 등 인체에 미치는 연구 결과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준도 연구도 없다.

우리 국민들은 특별히 녹조에 내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기준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정밀하게 연구해서 문제가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해야 할 텐데 환경부는 신뢰 있는 데이터를 보여주지도, 적극적으로 녹조에 대응하고 있지도 않다. 낙동강 녹조 소식이 벌써 들려오고 있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는 이 정부는 '녹조센터'나 운운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3만9941장의 사진… 우리가 지켜온 장면들

가마우지 떼금강에서 몸 말리고 있는 가마우지 떼 사진 ⓒ 임도훈


가마우지는 덥지도 않은지, 종일 볕에 앉아서 몸을 말린다. 오히려 더워서 안 움직이고 있는 건가, 같이 있던 이들과 시덥지 않은 농담도 해본다. 워낙 더운 날씨여서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앉아만 있어도 땀으로 흠뻑 젖기도 한다. 폭염의 날씨에도 먹을 것과 얼음 물을 사다 나르면서 걱정하는 이들이 천막농성장을 오가며 함께 더위를 함께 이겨내고 있다.

천막 농성 첫날부터 컴퓨터에 쌓인 사진만 3만9941장. 천막 농성 첫날부터 쭉 한번 살펴보니 꼭 어제 같다. 4만 장의 사진을 꽉 채워준 것은 강 곁의 생명과 우리의 투쟁을 지지해 온 동지들이다. 그래서 지금도 천막이 건강하게 잘 서 있고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내고 있는 것 아닐까. 아무런 구체적인 조사 없이 무작정 14개 댐을 지어서 기후대응을 하겠다고 헛발질을 마구 날리고 있는 환경부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세종보 재가동을 막는 길이 더 또렷해진다.

빠르게 자연성을 회복하고 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건 세종보 철거에서 시작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의 연대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몇 만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우리 투쟁의 땀과 결실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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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안으로 놀러온 할미새할미새 한 마리가 천막 안으로 놀러왔다 ⓒ 임도훈


"삑삑삑~"

할미새가 새벽부터 천막 근처에서 내내 떠들고 돌아다니더니, 천막 안까지 들어온다. 참새들은 족히 열 명이 떼로 몰려와 농성장 앞 모래에서 실컷 목욕을 한다. 바로 옆에 수달 똥이 있다는 건 몰랐을 거다. 깝짝도요가 꼬리를 위 아래로 깝짝깝짝 하면서 지렁이를 사냥하는 걸 목격하고 말았다. 농성장이 한동안 비어있어서 그런지 곁에서 노는 것이 거리낌이 없다.

입추가 근처에 왔다는 소식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더위가 막바지 힘을 내면서 폭염주의보가 연일 울려대는데 이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생각하며 달력의 날들을 세어본다. 소나기가 한 번 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비 소식이 들린다. 우리 뿐 아니라 땡볕에 나가 있는 강의 친구들도 한 번 시원하게 샤워 한 번 하면 더 같이 오래 버틸 수 있을 테니.

천막농성장의 밤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위한 천막농성장 불은 꺼지지 않는다. ⓒ 임도훈


한밤에도 환하게 빛이 나오는 천막농성장을 보며 많은 이들이 강이 안전하다고 안심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런 것도 100일의 성과일까. 환경부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선언하고 물 정책 정상화를 이야기할 때까지 이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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