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표 보이지 않는 해수욕장, 부르는 게 값?
거제 해수욕장 7곳 가봤더니... 덕포·흥남·두모몽돌 요금표 없다
▲ 해수욕장 편의시설과 물놀이용품 대여 요금을 공개한 거제 구조라해수욕장(왼쪽). 거제 덕포해수욕장(오른쪽)은 편의시설과 물놀이용품 대여 요금을 공개하지 않았다. ⓒ 경남도민일보
피서객들이 바다로 몰려가고 있지만, 해수욕장 휴가지 높은 물가는 피할 수 없었다. 일부 해수욕장은 요금표를 따로 부착하지 않고 있었다. 정해진 요금표가 없다면,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다.
거제시에는 개장 해수욕장이 17곳으로 경남에서 가장 많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3일 거제 7개 해수욕장(망치몽돌·구조라·와현·덕포·흥남·두모몽돌·능소몽돌)을 찾아가 봤다.
구조라해수욕장에서 만난 최송현(39·경북 문경) 씨는 "가족 4명이 평상과 물놀이용품을 빌리는 데만 8만 원 넘게 썼다"며 "성수기라 숙소 가격도 비싸다 보니 1만~2만 원 내는 일에도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거제 7개 해수욕장 편의시설과 물놀이용품 대여료는 대체로 비슷했다. 평상은 4만~5만 원, 튜브와 구명조끼는 5000원~1만 원 사이였다.
대부분 마을 어촌계나 마을운영위원회가 해수욕장 운영을 맡고 있다. 자치단체는 경쟁 입찰에 부쳐 사용수익 허가를 내준다. 개인이 허가받아 장사하는 해수욕장도 있다. 자치단체가 수익금에 따로 관여하지 않는다. 수익금은 경로당 운영 등 마을 복지에 쓰인다.
자치단체가 수익금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해수욕장 편의시설과 물놀이용품 대여 비용에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샤워장 사용료는 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지었기에 조례에 따라 정해져 있지만, 평상이나 튜브 등은 그렇지 않다.
경남도 관광개발국 남해안과 담당자는 "자치단체 조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샤워장은 2000원 전후로 이용할 수 있다"며 "평상이나 튜브 등은 자치단체와 해수욕장운영위원회가 협의를 거쳐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해수욕장은 요금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덕포해수욕장은 튜브와 구명조끼를 각각 1만 원에 빌려주고 있었다. 파라솔이 꽂힌 테이블 대여 요금을 물었더니 누구는 3만 원, 누구는 2만 원을 불렀다. 왜 가격이 다른 건지 물었다.
대여 업무를 보던 마을주민은 "1~2시간만 이용하면 2만 원에 쓸 수 있고 종일 사용하면 3만 원에 빌려준다는 말"이라며 "해수욕장 손님이 적으면 그보다 더 싸게 대여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요금 책정이나 요금 표시 관여 권한 없어
▲ 거제 흥남해수욕장은 해수욕장 건너편 길가에서 평상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도 요금표를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 경남도민일보
흥남해수욕장에서도 요금표를 찾아볼 수 없었다. 모래사장 위만이 아니라 해수욕장 건너편 길가에 평상을 운영하는 업체도 있었다. 평상 대여료는 5만~6만 원이었고, 평상 대여와 함께 주차 공간을 내어줬다. 이들 업체는 사유지에 도로 점용 허가를 받고서 영업했다. 그러나 요금표는 없었다.
두모몽돌해수욕장은 운영하겠다는 마을이 없어서 레저업체가 공유수면 점용 허가를 받아 영업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몽골텐트를 대여해주고 5만~6만 원을 받았다.
해수욕장에서 평상 운영 주체는 자치단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넓이가 2.7평을 넘어서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요금 책정이나 요금 표시에 관여할 권한은 따로 없다.
다만 거제시는 피서객을 위해 해수욕장 8곳(여차·함목·물안·구영·농소·황포·흥남·사곡)에 평상 대여료를 20%까지 인하할 수 있게 유도했다. 대부분 평상 대여료를 5만 원 이상 받던 곳이다. 5만 원에서 4만 원~4만 5000원까지, 4만 원에서 3만 원까지 평상 대여료를 낮췄다.
거제시 해양레저팀장은 "평상 대여료를 5만 원 이상 받는 곳을 위주로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마을운영위원회와 협의에 나섰다"며 "요금표 없이 대여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요금 표시를 하도록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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