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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간 지속된 집단성폭행, 판결까지 3년 넘게 걸린 이 사건

[충주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의 이면 ①] "변태적"이고 잔혹한 가해 방식

등록|2024.09.12 11:48 수정|2024.09.13 10:31

▲ '충주 고교생 집단 성폭행' 판결문 속 가해자들 목록. ⓒ unsplash / 오마이뉴스


7개월동안 지속된 집단성폭행. 2020년 10월 경찰 수사는 시작됐지만 지역사회에서 꼭꼭 숨겨졌고, 경찰 수사 개시부터 검찰의 기소까지 2년 1개월(2022년 11월 불구속 기소)이 걸린 사건. 2024년 2월에 1심, 지난 7월 항소심 결과가 나왔다. 경찰 수사 시작부터 계산하면 사법적 판단에 약 3년 5개월이 걸렸다. 바로 '충북 충주시 고교생 집단성폭행사건' 이야기다.

범행은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동안 지속됐다. 경찰 수사는 2020년 10월에 시작됐다. 충북 충주 지역에선 집단성폭행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다녔지만 공론화 되지 않았다.

다수의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한 방식은 참혹했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들의 성폭행방식에 대해 "가학적이고 변태적인"이라고 표현했다.

경찰·검찰의 대응에도 의문이 남는다. 이 사건을 최초로 수사했던 충주경찰서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사건을 넘겨받은 충주지검은 또다시 1년여를 보낸 뒤 가해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충북인뉴스>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2020년 충주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의 이면을 연속으로 보도한다.

재판 넘겨진 9명 중 8명에 유죄 선고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은 총 9명. 이들 중 8명은 특수강간죄로, 나머지 한 명은 강간죄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 결과는 이렇다. 1심인 청주지법 충주지원 제1형사부는 3명에게 유죄(징역 5년 법정구속 1명, 징역 3년 6월 2명)를 선고하고 나머지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에 대해선 "유죄를 확신할 정도로 범행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7월 18일 진행된 항소심 재판 결과,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박은영)는 8명에게 유죄, 1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A는 징역 4년을, 징역 3년 6월이었던 B는 징역 2년 6월로 감형됐다.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은 C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6명 중 5명은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나머지 1명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리하면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 8명에 대해 특수강간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강간죄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현재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모두 상소를 제기해 대법원의 판결을 받는 절차가 남겨져 있다.

가해자 9명은 범행 당시 모두 고교생으로 2학년에 재학 중이거나 일부는 자퇴생 신분이었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심각했다.

잔혹한 가해 방식... 심지어 가위바위보까지

▲ 경찰. ⓒ 충북인뉴스


충주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학교와 충주교육지원청의 신고를 받고 2020년 10월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이 법원에 기소한 때는 2022년 11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2년 하고도 1개월이 지난 뒤다.

왜 불구속 기소였을까. 충주경찰서 관계자는 <충북인뉴스>에 '소년범'이라는 불구속 사유를 들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소년범이라 영장을 청구해도 기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에서 집단 성폭행을 주도한 이는 고교 자퇴생 A다. 기소 당시 검찰은 A에게 특수강간죄 외에 폭력과 공갈, 감금치상 등 다른 사건도 묶어 함께 기소했다.

A의 폭력성이 드러나는 사례가 있다. A는 특수강간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2021년 6월 어느 날 새벽 2시께에 18세인 한 남성이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한 것을 발견한다. A와 그 일행은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무면허 운전 남성을 모텔로 끌고가 돈을 가져오라며 병으로 머리를 내리치고 입에 병을 집어넣기도 했다. A는 특수강간죄와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를 비롯한 8명의 피의자들은 집단성폭행 피해자가 집에 가지 못 하도록 가방과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때린다" 등의 말로 협박하기도 하고, 연락을 받지 않으면 피해자의 친구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전화를 이용해 전화를 걸기도 했다. 성폭행 장소에 가기 싫다는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끌고 강제로 이동했다.

피해자는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A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A는 많게는 5명에서 최소 2명 이상의 가해자가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심지어 가위바위보를 통해 성폭행 순서를 정하는 등 피해자의 인격을 부정했다.

A뿐만 아니라, 특수강간으로 기소된 나머지 7명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택한 방식은 집단 성폭행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웃기도 했고, "기다리는 사람 안 보이냐" "빨리 해라" 등의 말을 하며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했다.

범죄는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지속되다가 피해자의 신고가 있고 나서야 멈췄다. 피해자는 학교에 성폭력 사실을 알리면서도 수사기관에 신고는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유는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 * ②번 기사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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