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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위기... 윤정권, '노임산실장'에 무너진다

[넥스트브릿지] 민생을 무너뜨리는 윤석열정부의 반노동정책 재고되어야

등록|2024.08.12 11:57 수정|2024.08.12 11:57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이채양명주'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다섯 가지 사건들을 말한다.

첫째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정권 차원의 의혹이고, 둘째 해병대 채상병의 죽음과 관련된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은폐 의혹이다. 나머지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것으로 셋째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이로 인해 김건희 여사 일가가 막대한 이득을 봤다는 의혹이고, 넷째 2022년 9월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개인 사무소에서 재미교포 목사에게 300만 원 상당의 디올백을 선물 받았다는 명품백 수수 의혹이며, 마지막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김건희 여사의 관련성과 이와 관련한 수사기관의 부실수사 의혹이다.

'이채양명주' 다섯 가지 의혹은 하나같이 강한 휘발성으로 윤석열 정권을 위기로 몰아갈 사안이 틀림없다. 각 사안이 윤석열 정권에 치명적이므로 정권 차원의 방어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권은 '이채양명주'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회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률안 거부권' 행사와 사건을 더 큰 사건으로 덮는 물타기, 야당의 실수를 침소봉대하며 국면을 전환하는 꼼수 정치로 위기를 타개하기에 급급할 뿐이다.

노동자 존중 없는 노동정책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을 방문해 전시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권의 치명적 위기는 '이채양명주'보다 의외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정책, 무노동정책에서 비롯될 공산이 있다.

치명적인 약점을 말할 때 '아킬레스건'이라는 표현을 쓴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는 갓 태어났을 때 여신인 어머니 테티스에 의해 스틱스(저승의 강)에 몸을 담가 상처를 입지 않는 무적의 몸이 되었지만, 강에 담글 때 테티스가 잡고 있던 발목 부분은 강물에 닿지 않아 유일한 약점이 되었다.

이후 아킬레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적장이 쏜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아 죽게 되었고, 이 신화에서 유래된 표현이 '아킬레스건'이다.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은 노동에 대한 이해와 철학 없이, 노동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없이 지지층의 인기에 영합하여 포퓰리즘의 도구로 전락시켜 추진한 노동정책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는 얼추 잡아 2000만 명에 이르고 그 가족까지 감안하면 국민 대다수가 자신의 노동을 팔아 생계를 영위하는 노동자와 노동자 가족이다. 그러나 윤석열과 김건희, 그 일가는 노동을 통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것 같다. "1주 120시간 노동",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대통령 후보 시절의 발언은 천박한 노동인식을 드러냈다. 이러한 부적절한 인식이 우발적 발현에만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 '노임산실장'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 즉 치명적 약점이 될 노동정책을 '이채양명주'처럼 줄여보면 '노임산실장'이라 부를 수 있겠다.

첫째는 일명 '노란봉투법'이다.

노란봉투법의 실제 법률 이름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개정안"이다. 개정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했다. 파업과 관련하여 불법파업 시 발생한 손해를 법원이 각 배상의무자 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불일치'로 개정함으로써 이익분쟁뿐만 아니라 권리분쟁 사항도 교섭과 파업의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내용의 노조법 개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었으나 2023년 12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것을 지난 5일 국회에서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뿌리치고 다시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그 내용이 대부분 법원의 판결로 인정되던 것을 입법한 것으로 그 내용에 있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보호받는 노동자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노동약자'들로 하청업체 노동조합,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다. 이미 강한 교섭력을 확보해 노조법의 보호가 중요하지 않은 대기업노동조합이나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직접적 수혜대상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대기업 중심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문제를 해결할 민생법안에 해당하며, 노동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의 노동정책이다.

제22대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을 제21대처럼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윤석열 정권은 하청노동자, 비정규노동자, 미조직노동자와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약자들에 의해 거부될 것이다.

둘째는 '임금체불의 급격한 증가'다.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 규모가 1조 원을 넘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올해 6월까지의 임금체불액은 1조 436억 원에 이르고, 체불 피해 노동자는 15만 503명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7% 체불액이 늘었고, 상반기에 1조 원을 넘은 건 역대 정권을 통틀어 처음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말에 사상 최초로 2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에게 임금이란 생계 수단의 전부다. 해고가 살인이라면 임금체불은 그 자체로 죽음이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임금체불은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절도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임금체불 규모가 역대 최고로 확대되는 이 순간 임금을 못 받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가정이 해체되는 수십만 명의 '위기의 노동자' 앞에서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 지금처럼 임금체불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마땅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대다수 노동자인 국민이 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다.
 

▲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지난 6월 26일 오전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조 등으로 구성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연합뉴스

 
셋째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줄어들어야 하는 산업재해의 꾸준한 증가 현상이다.

올해 상반기 산재 신청 건수가 처음으로 8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산업재해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명 더 늘어난 것도 심각한 사안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는 138명이다. 하루에 1.5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죽어간다.

산재사망이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 노동자 3명이 바닥 다짐용 롤러에 깔려 사망한 사건을 보고 "이건 그냥 본인이 다친 것이고, (노동자가) 기본적 수칙을 위반해 비참한 일이 발생했다"라는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져도 늘어나기만 하는 산재사망 사고의 이유 중 하나가 대통령의 안전불감증과 반노동 시각에 기인한다고 하면 너무 과한 표현인가?

올해는 1964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60주년이 되는 해다.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산재보험 60년의 역사'는 이제는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안전일터가 보장되는 노동안전 세상'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기대하기 난망하다.

넷째는 실업자가 증가하고 취업자가 감소하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50% 감액하겠다는 무도함이다.

비록 5년간 6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 적용하겠다는 것이지만 노동 약자의 재취업을 위한 마중물이자 생명줄인 실업급여는 감액하고, 상속세, 법인세 등 부자에게는 막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반서민적, 반노동적인 부자 정부의 민낯을 깨닫게 한다.

실업급여를 자주 받는다는 것은 해당 노동자가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자리에 단기간 일할 수밖에 없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에 의한 개인적 악용의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실업급여를 감액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다'라는 속담과 들어맞는다. 가난한 사람의 것을 빼앗아 부자를 더 부자 되게 만드는 정권에 기대할 미래는 없다.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명이다.

김문수 장관 후보는 유신시절 노동운동을 시작했다지만 거기까지다. "불법 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는 발언은 노란봉투법에 침을 뱉는 것과 다름없다. 화물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사유재산 제도를 없애려는 공산주의자들"이라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 "총살감"이라고도 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사업장 방문 후 노조가 없고, 평균임금이 4천만 원이 안 되는 것에 감동하였다는 내용의 글을 SNS를 남기기도 했다. 무노조와 저임금 노동을 예찬하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펼칠 노동정책이 어떠할지 불 보듯 뻔하다.

태극기부대의 일원으로서 극우적 관점을 보여온 사람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그를 지명한 대통령도 장관 후보자와 다를 바 없는 극우적 가치관과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만든다. 윤 대통령은 김문수 장관 후보자가 고용과 노동 정책을 파탄 내게 함으로써, 자신이 장관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심산이 아니라면 국회 청문회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 부자 정권, 윤석열 정권

윤석열 정부의 반(反)노동 정책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러한 질주로 인해 '이채양명주'보다 '노임산실장'이 윤석열 정권에 더 큰 위협이나 부담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정권 스스로 이러한 위기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김문수 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순간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 정책은 정점을 찍게 된다.

노동의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고 그 자체가 민생이다. 반노동정책으로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 부자 정권을 용서할 국민은 없다.

필자 소개 :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는 성남 사람이다. 노동조합 활동가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으로,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을 역임한 공인노무사로, 노동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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