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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삶 뒤흔들 위험한 세법개정

[사의재의 직필] 2024년 세법개정안, 복지축소 ·민영화· 서민 증세로 이어질 수도

등록|2024.08.08 11:55 수정|2024.08.08 11:55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윤석열 정부가 '역동 경제 로드맵',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상황 인식과 집권 후반기 정책 운용 방향의 큰 틀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고, 조만간 2025년 예산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윤 정부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양극화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2024년 세법 개정안에서 제시한 조세 정책은 과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24년 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초고액 자산가 위한 감세

2024년 세법 개정안은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 (이하 금투세) 도입 취소, 상속세 공제 확대와 최고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상장기업 배당 확대 시 배당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주식 투자 인구가 1400만 명에 이르렀고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가 10억 원은 되기 때문에 이러한 개정안은 다수의 국민에게 감세 혜택을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금투세 도입 취소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어긋나며, 소액의 공제 이상의 근로소득 전체에 대해 세금을 내는 임금 근로자를 억울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또 금투세가 도입된다고 해도 순투자수익 5000만 원까지는 공제되어 99%에 가까운 대다수 주식 투자 인구는 어차피 과세 대상도 아니다. 게다가 순수익을 기준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5000만 원 이상의 이득도 비과세 될 수 있다.

반면에 상장기업들은 개인 투자자 중에서도 대주주들이 집중적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투세 도입 폐지 이득은 주로 이들이 누리게 된다. 한편, 이들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금투세가 과세되어도 주식투자 보유 상태를 바꾸기 어렵다. 따라서 금투세 도입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가능성은 적다. 주식시장은 금리·경기·환율 등 거시경제 상태와 기업지배구조에 더 영향을 받는다.

상속세 개정안도 중산층이 아니라 슈퍼리치들에게 큰 이득을 안겨줄 것이다. 상속세가 정부안대로 개편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50%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30억 원 초과 구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 2023년 이 구간에 포함되었던 피상속인 수는 1251명으로서 전체 상속건수 35만 건 정도의 0.01%(상속세 납부건수 6.3%)에 불과했다. 2023년 상속세 산출세액은 총 13조 3191억 원이었는데 상속세 개편 시 2조 501억 원의 감세가 발생하고, 피상속인 상위 0.2%가 감세액의 68.9%, 상위1%가 81.1%, 5%가 90.8%를 가져갈 것으로 추산되었다.
 

▲ 2024년 상속세 개정안 도입 시 자산 계층별 감세 이득(국세통계자료 이용) ⓒ 포럼 사의재

 
결국 상속세 개정안 도입 시 자산계층별 상속세 감세 규모를 추산한 결과를 보면 감세혜택은 최상층부 일부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재부가 내놓은 감세의 이익이 우리 사회의 초고액 자산가에게 집중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그 집단은 대기업 소유주 일가일 것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을 들여다 보면 특히 주식을 대량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 일가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게 설계되어 있다. 금투세도 그렇고, 상장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배당을 받은 주주들의 배당소득세를 낮추어 주고, 그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어 주는 세법개정도 대주주 소유주 일가에게 이익을 몰아줄 것이다. 법정 최고상속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 평가를 없애 주는 상속세 개편도 마찬가지다.
 

▲ 서울 명동거리에서 시민 및 관광객들이 우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2024.7.16 ⓒ 연합뉴스

 

감세로 인한 세입 기반 위축 문제 심상치 않다

이 감세안이 억만장자를 위한 감세안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지난해 56조 원이라는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올해도 20조 원 규모로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는 점에서 감세 자체도 문제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8일 '세수 결손 조기경보'를 공식 발령함으로써 올해 세수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 5월까지 걷힌 국세가 연간 세입 계획의 41.4%에 그쳐 과거 5년간 평균보다 5.9퍼센트 포인트 낮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결손이 발생하고 그 규모는 20조 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세 기조로 한 세법개정안을 내놓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물론 어느 해에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수 결손이란 세입 예산보다 세수가 덜 들어온다는 것인데 1년 전에 수립하는 경제 전망과 그에 따른 세입 전망이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소폭의 오차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 될 일이 아니다. 또한 경기가 오르락내리락해서 소폭의 세수 결손과 초과 세수가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면 중기적으로는 서로 상쇄될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최상목 기재부 장관이 "세수 결손은 경기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것이고, 조세정책이란 건 좀 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봐야 한다"라고 언급한 것은 세수 오차가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특정한 상황과 맥락 아래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작년에 이미 56조 원대 대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그것을 감안하여 올해 세입 전망치를 매우 낮게 잡아서 92조 원의 적자 예산을 짰는데 이 세입 전망치보다 20조 원 정도 덜 걷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최상목 장관은 "세수 결손이 경기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등락을 반복한다 "고 이야기했으나 대규모의 세수 결손만 연이어 발생하게 생긴 것이다.

더구나 기재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보다 훨씬 좋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경제가 좋아진다면 당연히 세수입도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 20조 원 가까이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면 결산 기준의 세수입은 지난해와 비슷해질 가능성이 크다. 즉, 지난해 결산 기준 국세 수입은 344.1조 원이었고 올해 국세 수입 예산은 367.4조 원이다. 따라서 20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면 올해 국세 수입은 결산 기준으로는 347.4조 원이 될 것이다. 이것은 올해 실제 세수입이 지난해와 비슷해진다는 의미이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세수입은 늘지 않는 것은 세입 기반이 위축됨을 의미한다. 당연히 GDP 대비 세수입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
 

▲ 2008년 이후 역대 정부의 세법개정으로 인한 세목별 세수 변화 규모(단위: 조원) ⓒ 포럼 사의재

 
경제가 성장하는데 세수입이 정체하는 것은 대규모 감세 정책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난해까지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세입개정안이 야기한 세수입 변화 규모를 비교해 보면 이명박 정부도 대규모 감세를 실시했지만 윤석열 정부보다는 작았다. 만일 올해 감세안이 통과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두 배에 이르는 부자감세를 실시하게 되는 셈이다.

어려운 민생 방치하는 초부자 감세안,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틀에서 보자면 이번 세법 개정안은 명분도 없고, 긍정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낙제점을 받아 마땅한 개정안이다. 아니, 그 정도로 평가하는 것도 약하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를 뛰어넘는 초부자 감세, 세입 기반의 위축을 야기할 감세안이고, 위험한 감세안이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여 한국 경제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극상층 계층에게 배당소득세, 주식양도차익세, 상속세 등을 감세해 주는 것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저성장, 양극화를 해결하는 묘안이 된다는 것이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초부자 감세안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정세은 교수 ⓒ 포럼 사의재

  * 필자 : 이 글을 쓴 정세은 교수는 현재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전공은 거시경제이며 한국경제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바람직한 조세재정정책이 연구 관심사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2018년 제4차, 2023년 제5차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포럼 사의재 경제팀 연구위원,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민교협2.0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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