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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종개·수달 사는데, 청양 지천에 댐 만든다고?

충남도 "물 부족, 다른 대안 없어" vs. "지하수 오염원은 생활하수, 하수도 보급이 우선"

등록|2024.08.07 13:07 수정|2024.08.07 13:33
 

▲ 7일 충남환경운동연합과 청양 주민들이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재환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후보지 중 하나로 선정된 충남 청양군의 '지천댐 건설'을 두고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들과 청양 주민들은 "지천댐 건설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충남환경운동연합과 청양주민들은 7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도를 겨냥해 "지천댐을 만드는 이유가 기업을 유치해 지금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7월 31일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청양에 용수가 부족해 기업을 유치하거나 기존 기업들이 공장을 확장하려고 해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청양 지천 생태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청양 주민들에 따르면 지천에는 법정보호종인 미호종개가 살고 있다. 잉어목 미꾸리과의 물고기인 미호종개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청양 주민 A씨는 "지천에는 미호종개와 수달이 살고 있다. 이런 곳을 수장하겠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천연기념물은 해당 종뿐만 아니라 서식지도 포함이 된다. 댐이 건설되면 보호종의 서식지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지천댐이 있었다면 지난해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청양은 인구 3만도 안된다. 38만 명 규모의 댐 건설을 할 필요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천댐은 지난 1990년, 2001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서 추진계획이 발표됐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지천댐 논란, 좀비도 아닌데 잊을만 하면 되살아나"

황성렬 충남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환경부가 기후 위기 대응으로 댐건설을 한다고 한다. 청양 지천댐은 세 번에 걸쳐서 계획됐다가 무산된 전력이 있다. 좀비도 아닌데, 어째서 지천댐 건설 계획이 계속 되살아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지천댐과 홍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홍수의 원인은 대청댐의 방류로 하류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저수지와 댐 시설들이 노후화돼 있다. 저수지의 제방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런 것들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취수원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천댐과 청양의 치수원과는 관계가 없다. 또 광역 상수도 보다는 지역의 취수원(지하수를 이용한 마을 상수도)을 되살리고 지역 상수도를 보급하는 것이 더 낫다. 이제와서 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댐을 만들면 지역민들은 또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 수몰돼 이주한 분들을 많이 봤다. 고향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이분들이 빈민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수도 없이 봐 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청양군민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토건세력들만 이익을 볼 뿐이다. 더 이상 토건 세력을 위해 주민들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충남도가 기후위기에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청양은 칠갑저수지를 통해 이미 용수를 확보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기후위기에 따른 홍수 조절용이라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다. 수자원 공급 위주의 정책에 산물일 뿐이다. 청양 지역 주민들과 지천댐 건설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지천댐 건설로 인한 부여와 청양지역 편입예정현황 ⓒ 환경부

 
충남도 "지하수도 마르고 있어, 댐건설이 대안"

충남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청양읍에서 지천으로 유입되는 하수를 우회해서 처리할 계획"이라며 "지역에 있는 상수도들도 결국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 지하수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댐 건설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미선 충남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최근 마을 상수도들이 지역 상수도나 광역 상수도로 전환된 사례가 많다"면서 "수원을 보령댐이나 대청댐 등 특정한 곳에 기반을 두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결국 가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잘 이용하고 있는 물(마을상수도)를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생활하수가 하천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럴 경우, 하천과 지하수가 오염이 되는 원인이 된다. (댐 건설 보다는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하수도 보급률이 높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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