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희비쌍곡선'이다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199회 어느 무더운 여름 날의 일화
흔히들 인생은 '희비쌍곡선'이라고 한다. 이는 기쁜 일과 슬픈 일이 함께 동반한다는 말로도 통한다.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도 있으니 너무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는 뜻도 담겨 있나 보다.
기쁜 소식
7일은 절기상 입추고, 일주일 후면 말복이다. 하지만 '노욕은 바닷물도 다 삼킨다 할 만큼 더 무섭다'고 한다. 그말처럼 올해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무더위로 어제 오늘이 최절정인가 보다. 이런 늦더위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박도글방'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바람을 쐬면서 예사 때처럼 노트북 앞에 궁싯거리고 있는데 오랜만에 손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낯익은 눈빛출판사 대표의 목소리다.
"이 더위에 웬일이오?"
"선생님의 저서 <미군정 3년사> 2쇄를 지금 준비 중입니다."
"네에?"
이 출판 불황에 2쇄 준비가 도무지 믿기지 않은 얘기라 의아해 하며 다소 놀랐다. 일반 책도 아닌 전문서적으로 책값도 고가인데도 재판을 발행하겠다니…
"제가 다시 살펴봐도 명작입니다. 이번 재판 발간 반응이 좋으면 나머지 저작물 <개화기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도 재판, 3판을 서둘겠습니다."
"아무튼 이 무더위에 고맙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 책들은 내가 강원도 귀촌 후 밤잠을 설치면서 공들여 쓴 근현대사 저작물들이다. 출판 후 이 책들은 다행히 곧 매진돼 품절되자 이후 역사학도들이 애써 찾다가 헌 책방에서조차도 구입할 수 없게 되자, 나에게까지 전화로 저자 소장 책이라도 판매하라고 조르던 책들이다.
하지만 최근 출판 경기는 워낙 좋지 않다. 몇 독자의 요청으로 잔뜩 출판을 해 놓고 판매가 부진하면 서울 도심에서 임진강 강가까지 밀려간 간 출판사가 그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래서 출판사 대표가 무척 고심 고심하다가 마침내 용단을 내린 모양이다.
이들 3종 책은 근현대사 저작물로 나의 간명한 해설에 출판사 측에서 적절한, 귀한 사진 자료를 애써 찾고 구입하여 수록하였다. 특히 <미군정 3년사> 는 잃어버린, 외면한, 덮어버린 해방 후 3년사로 그 시기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매우 소중한 자료일 것이다.
안타까운 소식
나는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우리 오남매는 그동안 참으로 우애 있게 지냈다.
그런 가운데 며칠 전, 바로 아래 여동생이 골절상을 당해 수술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받았다. 생로병사(生老病死) - 이 네 가지 고통을 그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지만 누이의 불행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평생 미혼으로 살았다.
언젠가 부모님 성묫길에 사후에 부모님 곁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더니 그냥 화장장에서 남은 유해를 공중에 흩어달라던 말이 떠올랐다. 누이의 그 말이 오늘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다.
이즈음 나도 저 세상 갈 준비한다고 주위와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그의 말이 떠오르자 내가 건강히 더 살아서 그를 거둬준 뒤 세상을 떠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나는 해마다 여름바다에 몸을 적시면서 건강관리를 해 왔다. 그런 해는 감기로 한 번 앓지 않고 겨울을 보냈다. 올해는 이래저래 바다 수영을 포기했는데 문득 그 생각이 나자 흩어러진 내 마음을 다잡은 뒤 어제는 강릉 주문진 바다로 갔다.
내 몸을 바닷물에 담금질하면서 누이를 하늘 나라로 보낼 때까지 제발 나를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하늘을 향해 빌고 또 빌었다.
▲ <미군정 3년사> 표지 ⓒ 눈빛출판사
기쁜 소식
7일은 절기상 입추고, 일주일 후면 말복이다. 하지만 '노욕은 바닷물도 다 삼킨다 할 만큼 더 무섭다'고 한다. 그말처럼 올해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무더위로 어제 오늘이 최절정인가 보다. 이런 늦더위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박도글방'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바람을 쐬면서 예사 때처럼 노트북 앞에 궁싯거리고 있는데 오랜만에 손 전화벨이 울렸다.
낯익은 눈빛출판사 대표의 목소리다.
"이 더위에 웬일이오?"
"선생님의 저서 <미군정 3년사> 2쇄를 지금 준비 중입니다."
"네에?"
이 출판 불황에 2쇄 준비가 도무지 믿기지 않은 얘기라 의아해 하며 다소 놀랐다. 일반 책도 아닌 전문서적으로 책값도 고가인데도 재판을 발행하겠다니…
"제가 다시 살펴봐도 명작입니다. 이번 재판 발간 반응이 좋으면 나머지 저작물 <개화기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도 재판, 3판을 서둘겠습니다."
"아무튼 이 무더위에 고맙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 책들은 내가 강원도 귀촌 후 밤잠을 설치면서 공들여 쓴 근현대사 저작물들이다. 출판 후 이 책들은 다행히 곧 매진돼 품절되자 이후 역사학도들이 애써 찾다가 헌 책방에서조차도 구입할 수 없게 되자, 나에게까지 전화로 저자 소장 책이라도 판매하라고 조르던 책들이다.
하지만 최근 출판 경기는 워낙 좋지 않다. 몇 독자의 요청으로 잔뜩 출판을 해 놓고 판매가 부진하면 서울 도심에서 임진강 강가까지 밀려간 간 출판사가 그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래서 출판사 대표가 무척 고심 고심하다가 마침내 용단을 내린 모양이다.
이들 3종 책은 근현대사 저작물로 나의 간명한 해설에 출판사 측에서 적절한, 귀한 사진 자료를 애써 찾고 구입하여 수록하였다. 특히 <미군정 3년사> 는 잃어버린, 외면한, 덮어버린 해방 후 3년사로 그 시기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매우 소중한 자료일 것이다.
안타까운 소식
나는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우리 오남매는 그동안 참으로 우애 있게 지냈다.
그런 가운데 며칠 전, 바로 아래 여동생이 골절상을 당해 수술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받았다. 생로병사(生老病死) - 이 네 가지 고통을 그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지만 누이의 불행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평생 미혼으로 살았다.
▲ 성묫길 동해안에서 ⓒ 박도
언젠가 부모님 성묫길에 사후에 부모님 곁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더니 그냥 화장장에서 남은 유해를 공중에 흩어달라던 말이 떠올랐다. 누이의 그 말이 오늘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다.
이즈음 나도 저 세상 갈 준비한다고 주위와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그의 말이 떠오르자 내가 건강히 더 살아서 그를 거둬준 뒤 세상을 떠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나는 해마다 여름바다에 몸을 적시면서 건강관리를 해 왔다. 그런 해는 감기로 한 번 앓지 않고 겨울을 보냈다. 올해는 이래저래 바다 수영을 포기했는데 문득 그 생각이 나자 흩어러진 내 마음을 다잡은 뒤 어제는 강릉 주문진 바다로 갔다.
내 몸을 바닷물에 담금질하면서 누이를 하늘 나라로 보낼 때까지 제발 나를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하늘을 향해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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