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으로 치닫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 쿠데타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서명운동' 제안자가 윤 대통령에게 띄우는 공개 서한
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재)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13대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김형석 이사장은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을 옹호하고,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는 발언 등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서명운동 제안자로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개 편지를 띄웁니다. [기자말]
▲ 독립기념관 전경 ⓒ 독립기념관
윤석열 대통령께.
저는 역사를 전공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입니다.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로 구성된 광복회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면, 한 번쯤 후보들에게 정말 문제가 없는지 대통령실 차원에서 검증을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임명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대통령님의 확고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백선엽·이승만은 찬양, 김구는 폄훼
김형석 신임 관장이 과거 썼던 글들을 한 번 살펴봤습니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통해, 평소 어떤 역사 인식을 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백선엽 장군이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후 간도특설대에 근무할 때, 친일 행적이 어떠한가에 대한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6·25 때 대한민국을 수호하는데 가장 결정적으로 공헌을 한 '호국 영웅'을 친일파로 매도하고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설령 고인에게 친일 시비가 있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수호한 공적을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故 백선엽 장군을 추도합니다 」, 2020.7.11.)
김구는 국제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반대하였을 뿐 아니라, 북한의 김일성과 남북협상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그들의 농간에 이용당했으며 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이에 비해 이승만은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하에 자유총선거를 치르고, 유엔 총회에서 대한민국이 국가로 승인을 받음으로써 건국을 완성하였다. (「이승만과 김구, 누가 국부인가?」, 2022.8.17.)
▲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과거 개인 블로그에 쓴 글(2020.7.11).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을 '호국영웅'으로 미화하고 있다. ⓒ 김경준
극히 일부만 읽었는데도 충격적입니다.
백선엽이 누굽니까. 만주 펑톈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1941년부터 1945년 일제 패망 시까지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던 사람입니다.
특히 한인(韓人)으로 하여금 한인(韓人)을 통제하고 토벌하기 위해 조직된 '간도특설대'에 복무하며 항일무장세력 탄압에 앞장선 것으로 유명합니다. 간도특설대는 만주국의 '삼광정책'(三光政策: 모두 죽이고, 모두 불태우고, 모두 빼앗아 가는 정책)을 충실히 수행한 악명 높은 부대였습니다.
이에 따라 백선엽은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바 있습니다. 그런 백선엽에게 "설령 고인에게 친일 시비가 있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수호한 공적을 지울 수는 없다"며 면죄부를 부여하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요.
▲ 독립기념관 제13대 관장으로 임명된 김형석 재)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 ⓒ 독립기념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며 한평생 조국의 독립과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싸웠던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했다", "북한 김일성의 농간에 이용당했다", "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부정했다"며 폄훼하고 있습니다. 반면 장기 집권 끝에 4·19 혁명으로 쫓겨난 헌법의 파괴자이자 독재자 이승만에 대해서는 찬양 일색입니다.
윤 대통령님, 독립기념관이 어떤 공간입니까.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항일독립운동가들을 기리기 위한 곳입니다. 그런 기관의 수장으로 이런 비뚤어진 사관(史觀)을 가진 이를 앉힌다는 것은 독립선열에 대한 모독이자 역사에 대한 쿠데타입니다.
하루 만에 수천 명 서명, 성난 민심 외면 말아야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시작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폄훼와 친일 독재 미화 시도를 우리는 똑똑히 봐왔기 때문입니다.
국가보훈부는 작년 7월 칠곡 다부동에 백선엽의 거대한 동상을 세우더니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백선엽의 안장자 정보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기록을 지우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는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에게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육사 교정에 세워진 장군의 흉상을 끌어내리려고까지 했습니다.
최근에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각각 국사편찬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그래서 독립기념관장 역시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가 임명될 거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설마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옹호하는 이를 앉힐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대통령님의 인사는 언제나 예상 밖인 듯합니다.
▲ '순국선열, 애국지사 독립유공자 후손 일동' 20여명이 8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김형석 신임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24.8.8 ⓒ 연합뉴스
저도 나름대로 독립운동사를 전공하는 역사학도인데, 이번 사태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여름 전국 역사학도들을 대상으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꼭 1년 만입니다. 공부만 하기에도 바쁜 사람을, 자꾸만 거리로 내모는 대통령님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서명운동은 7일 오후 12시부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8365명의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습니다(8일 오전 11시 25분 현재). 물론 숫자는 시시각각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윤 대통령님만 빼고 모두가 다 아는 듯합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더 이상 역사를 건드리지 말라"는 뜻으로 시민들이 대통령님께 보내는 엄중한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윤 대통령님, 부디 성난 민심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또 한 번 민심을 우습게 보고 무시했다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마십시오.
곧 있으면 제79주년 광복절입니다. 대통령님께서 더는 역사에, 지하의 선열들께 죄를 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간곡히 청원합니다.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학계의 검증을 거친 분으로 재임명해 주십시오.
대한민국 106년(2024) 8월 8일
김경준 드림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서명운동]
※ 서명기간: ~8.11 (일) 자정까지
※ 서명목적: 국회 결의안(독립기념관장 임명 백지화) 채택 촉구
☞ 서명하기(https://forms.gle/YNbTxykuiMs3VjYG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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