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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귀한 여름, 서운한 마음 달래주는 배롱꽃들

등록|2024.08.08 16:31 수정|2024.08.08 16:32

몰아치는 폭염에 며칠 동안 발이 묶였다. 하지만 이 여름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이 있다. 배롱꽃을 보러 아침 일찍 창녕으로 향했다.
 

▲ 법성사 마당에 핀 분홍 배롱꽃 ⓒ 김숙귀

 
여름이면 한 번씩 생각나면서도 여태까지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경남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창녕 사리 배롱나무군은 이 지역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산초장군이 말년에 정각을 짓고 주변 경관을 위해 심은 것으로, 현재 35그루가 남아있다고 한다.

사리에 도착하니 계성천이 흐르는 계곡 뒤로 배롱나무가 있는 숲이 있고 데크길이 보였다. 맞은편에는 법성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절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서 바라보니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이 아름다웠다.
 

▲ 올해도 지난해처럼 같은 자리에 상사화가 피어났다. ⓒ 김숙귀

 
 

▲ 배롱나무군 맞은 편에 있는 법성사. ⓒ 김숙귀

 
 

▲ 창녕 사리 배롱나무군 ⓒ 김숙귀

 
특히 숲 앞쪽으로 흐르는 계성천이 더위를 가시게 할 만큼 시원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니 뒤섞여 있는 다른 나무들의 수세(樹勢)에 배롱나무가 약간 위축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한쪽에 풍성하게 꽃을 피운 배롱나무가 있어 잠시 머물며 꽃을 바라보았다.

아쉬운 마음에 창녕에서 한 시간을 달려 배롱꽃 명소로 알려진 밀양 표충사에 갔다.
 

▲ 고택이나 사찰에 잘 어울리는 배롱꽃 ⓒ 김숙귀

 
천왕문으로 오르는 양옆 계단에 피어있는 배롱꽃이 서운했던 마음을 한껏 달래주었다. 경내에 들어서니 곳곳에 만개한 배롱꽃이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절집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영각 그늘에 잠시 앉았다. 꽃이 귀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아름답게 피어나는 배롱꽃이 새삼 소중하게 여겨진다.
 

▲ 재약산 능선과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붉디붉은 배롱꽃의 어우러짐이 무척 아름답다. ⓒ 김숙귀

 
원숭이도 미끄러져 떨어질 만큼 줄기가 매끈한 배롱나무는 부처꽃과에 속하는 교목이다. 한해살이풀인 백일홍과는 다르다. 그래서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늘한 바람 한 자락이 그리운 여름날이다.
 

▲ 표충사 천왕문으로 오르는 계단 양옆에 핀 배롱꽃이 무척 아름답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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