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벗고 싶어지는 모래사장... 완도에 가다
멀고 먼 완도에는 뭐가 있을까... 난생 처음 가 본 이 섬, 곳곳에 명소 가득
일단 차에 올라선 지 두 시간은 거뜬히 지났다. 세 시간을 넘어설 때부터는 "멀긴 머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차를 타는 시간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멀어도 멀어도 너무 멀다!" 란 볼멘소리가 나올 때쯤 도착했다. 전라남도 완도에 말이다.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처음으로 완도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나라 남쪽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섬 완도. 거리가 먼 탓에 국내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완도 하면 전복이나 김이 유명하다는 단편적인 사실밖에 알지 못했다.
완도는 섬이니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을 만큼, 완도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모르니 궁금했다. 멀고 먼 완도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어떤 곳일까. 그렇게 가게 된 완도였다.
워낙 먼 거리를 지나 와서인지 완도대교를 지나자 보이는 '건강의 섬, 완도'라고 적힌 아치형 글자 조형물이 더없이 반갑다. 멀어도 너무 멀다는 불평은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완도 여행에 대한 설렘이 금세 되살아났다.
특히 완도 곳곳을 실제로 여행하다 보면 완도에 오기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까맣게 잊게 된다. 완도는 꼭 가볼만한 매력을 지닌 섬이었다.
장보고 장군이 설치한 해군기지, 장도 청해진 유적지
완도군은 26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먼저 본섬인 완도만 해도 완도타워, 해변공원, 정도리구계등, 완도수목원 등 가볼만한 곳이 많다. 그 중에서도 꼭 하나를 꼽자면, 장도 청해진 유적지가 어떨까 싶다.
완도읍에 막 들어서면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동상이 하나 있다. 바로 장보고 동상이다. 그만큼 완도에서 장보고 장군은 중요한 역사적 인물로 조명되고 있다.
1200여년 전 장보고 장군은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적을 소탕했다. 또한 청해진을 본거지로 중국과 신라, 일본을 잇는 중계 무역을 펼치기도 했다. 청해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무역기지이자 군사 요충지였던 셈이다.
그 장도 청해진 유적지로 향했다. 장도로 들어가는 목교를 지나 성 안으로 들어서면 푸른 잔디밭 위로 잘 정돈된 둘레길들이 이어져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외성문, 내성문, 우물, 고대 등 과거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망루 역할을 했겠다 싶은 곳에 올라서자 사방이 탁 트여 아름다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폭염 탓에 비교적 선선한 늦은 오후에 이곳에 왔는데, 덕분에 노을 지는 청해진 유적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가득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렇듯 청해진 유적지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풍광까지도 아름다운 곳이라 완도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청해진 유적지 근처의 장좌리 마을 어르신 두 분이 더위를 식히려는 듯 바다 쪽으로 길게 난 방파제 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계셨다. 장도로 들어설 때는 두 분이던 것이 나올 때는 네 분이 되어 계셨다.
옹기종기 나란히 붙어 앉은 채 "워메~ 뜨겁다잉~" 같은 말을 추임새처럼 넣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겠지. 해 저물 녘 그 뒷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였다.
신발은 잠시 넣어두세요
섬들로 이루어진 완도에서의 바다 여행도 빠뜨릴 수 없겠다. 어딜 가든 푸르게 빛나는 바다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곳은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모래 우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들린다고 하여 '울모래' 또는 명사(鳴砂)십리라 불린다고 한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때지만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기다보면 무더위는 저 멀리 사라지고 없다. 고운 모래밭에 수심이 낮고 경사가 완만해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제격인 곳이다.
하지만 명사십리해수욕장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걷기가 아닐까. 낮에 물놀이를 즐겼다면, 선선해지는 해질 무렵에는 걸을 차례다. 요즘 맨발걷기가 인기라는데, 그런 추세에서 벗어난 사람일지라도 이곳에서는 신발을 벗고 싶어진다. 워낙 고운 모래 덕분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모래가 맨발에 와 닿는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걷다보면, 어느새 서서히 변해가는 바다와 하늘의 색 한가운데 있게 된다. 노을 져 파스텔톤으로 물드는 바다와 하늘도 모래처럼 더없이 곱다. 곱디 고운 시간이다.
저 멀리 신발을 벗어 들고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진 백사장을 천천히 걷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걷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이곳은 실제로도 그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공기 비타민이라는 산소 음이온이 도시의 50배에 바닷물 또한 미네랄 등 기능성 성분이 풍부하다고 하니, 걸으면서, 물놀이를 즐기면서 절로 건강해지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은 친환경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국제인증인 블루 플래그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완도에는 이같은 풍부한 바다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체험과 치유를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해양치유센터라는 시설이 있을 정도다. 완도에 들어설 때 봤던 '건강의 섬, 완도'라고 적힌 표지판이 새삼 떠올랐다.
9일간 완도를 여행했지만, 완도를 다 만나지 못했다. 완도 곳곳의 아름다움을 모두 둘러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잘됐다 싶다. 완도에 다시 갈 이유를 만들어주니 말이다. 아쉬움을 조금 남기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느 봄이나 가을 즈음 청산도, 보길도, 소안도, 생일도 등 완도의 아름다운 부속섬들도 하나하나 걸어봐야지.
멀고 먼 완도가 어떤 곳일지 궁금하시다면, 꼭 그곳에 직접 가보시길.
우리나라 남쪽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섬 완도. 거리가 먼 탓에 국내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완도 하면 전복이나 김이 유명하다는 단편적인 사실밖에 알지 못했다.
워낙 먼 거리를 지나 와서인지 완도대교를 지나자 보이는 '건강의 섬, 완도'라고 적힌 아치형 글자 조형물이 더없이 반갑다. 멀어도 너무 멀다는 불평은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완도 여행에 대한 설렘이 금세 되살아났다.
▲ 완도대교로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건강의 섬 완도 ⓒ 배은설
특히 완도 곳곳을 실제로 여행하다 보면 완도에 오기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까맣게 잊게 된다. 완도는 꼭 가볼만한 매력을 지닌 섬이었다.
장보고 장군이 설치한 해군기지, 장도 청해진 유적지
완도군은 26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먼저 본섬인 완도만 해도 완도타워, 해변공원, 정도리구계등, 완도수목원 등 가볼만한 곳이 많다. 그 중에서도 꼭 하나를 꼽자면, 장도 청해진 유적지가 어떨까 싶다.
완도읍에 막 들어서면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동상이 하나 있다. 바로 장보고 동상이다. 그만큼 완도에서 장보고 장군은 중요한 역사적 인물로 조명되고 있다.
1200여년 전 장보고 장군은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적을 소탕했다. 또한 청해진을 본거지로 중국과 신라, 일본을 잇는 중계 무역을 펼치기도 했다. 청해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무역기지이자 군사 요충지였던 셈이다.
그 장도 청해진 유적지로 향했다. 장도로 들어가는 목교를 지나 성 안으로 들어서면 푸른 잔디밭 위로 잘 정돈된 둘레길들이 이어져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외성문, 내성문, 우물, 고대 등 과거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망루 역할을 했겠다 싶은 곳에 올라서자 사방이 탁 트여 아름다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폭염 탓에 비교적 선선한 늦은 오후에 이곳에 왔는데, 덕분에 노을 지는 청해진 유적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가득 눈에 담을 수 있었다.
▲ 해 저물 무렵의 청해진 유적 ⓒ 배은설
이렇듯 청해진 유적지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풍광까지도 아름다운 곳이라 완도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청해진 유적지 근처의 장좌리 마을 어르신 두 분이 더위를 식히려는 듯 바다 쪽으로 길게 난 방파제 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계셨다. 장도로 들어설 때는 두 분이던 것이 나올 때는 네 분이 되어 계셨다.
옹기종기 나란히 붙어 앉은 채 "워메~ 뜨겁다잉~" 같은 말을 추임새처럼 넣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겠지. 해 저물 녘 그 뒷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였다.
▲ 더위를 식히는 완도 장좌리 마을 어르신들의 뒷모습 ⓒ 배은설
신발은 잠시 넣어두세요
섬들로 이루어진 완도에서의 바다 여행도 빠뜨릴 수 없겠다. 어딜 가든 푸르게 빛나는 바다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곳은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모래 우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들린다고 하여 '울모래' 또는 명사(鳴砂)십리라 불린다고 한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때지만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기다보면 무더위는 저 멀리 사라지고 없다. 고운 모래밭에 수심이 낮고 경사가 완만해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제격인 곳이다.
하지만 명사십리해수욕장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걷기가 아닐까. 낮에 물놀이를 즐겼다면, 선선해지는 해질 무렵에는 걸을 차례다. 요즘 맨발걷기가 인기라는데, 그런 추세에서 벗어난 사람일지라도 이곳에서는 신발을 벗고 싶어진다. 워낙 고운 모래 덕분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모래가 맨발에 와 닿는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걷다보면, 어느새 서서히 변해가는 바다와 하늘의 색 한가운데 있게 된다. 노을 져 파스텔톤으로 물드는 바다와 하늘도 모래처럼 더없이 곱다. 곱디 고운 시간이다.
▲ 노을로 곱게 물든 완도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 ⓒ 배은설
저 멀리 신발을 벗어 들고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진 백사장을 천천히 걷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걷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이곳은 실제로도 그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공기 비타민이라는 산소 음이온이 도시의 50배에 바닷물 또한 미네랄 등 기능성 성분이 풍부하다고 하니, 걸으면서, 물놀이를 즐기면서 절로 건강해지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 고운 모래 위,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바다치유길을 걷는 사람들 ⓒ 배은설
이곳은 친환경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국제인증인 블루 플래그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완도에는 이같은 풍부한 바다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체험과 치유를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해양치유센터라는 시설이 있을 정도다. 완도에 들어설 때 봤던 '건강의 섬, 완도'라고 적힌 표지판이 새삼 떠올랐다.
9일간 완도를 여행했지만, 완도를 다 만나지 못했다. 완도 곳곳의 아름다움을 모두 둘러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잘됐다 싶다. 완도에 다시 갈 이유를 만들어주니 말이다. 아쉬움을 조금 남기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느 봄이나 가을 즈음 청산도, 보길도, 소안도, 생일도 등 완도의 아름다운 부속섬들도 하나하나 걸어봐야지.
멀고 먼 완도가 어떤 곳일지 궁금하시다면, 꼭 그곳에 직접 가보시길.
덧붙이는 글
위 글은 네이버 블로그 ‘그래서, 여행’ (<a href="https://blog.naver.com/tick11"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blog.naver.com/tick11</a>)에도 함께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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