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에서 가장 영화로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빛나는 <영화로운 순간들>... 무경계 예술살롱 16인, 10일 오후 전시 마무리 토크
▲ 영화로운 순간들 - 전시포스터 ⓒ 김리아
우리의 삶은 여러 장면의 시퀀스로 이뤄져 있다. 되는 일은 없고, 돈은 항상 빠듯하고, 타인과의 관계도 쉽지가 않다. 때로는 억지로 맡은 배역처럼 재미없는 역할을 해내야만 한다. 그런 우리에게도 가끔 극적인 사건들이 찾아와 극적 장면이 탄생한다.
누군가에게는 로맨스 장르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블록버스터처럼 짜릿한 쾌감을 주는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혹은 아주 서정적이고 내밀한 플롯이 누군가의 삶에 위로와 기쁨으로 인도한다. 아주 짧지만, 매혹적이고 영화로운 순간들로 인해 우리는 지루한 삶에 활력을 얻고,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영화로운 순간> 전시의 오프닝 공연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나비연'의 오프닝 공연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 김리아
<무경계 예술살롱> 16인의 예술가들이 모여 영화로운 순간들을 담은 장면을 캔버스에 연출한 색다른 연출의 전시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 '영화로운 순간들 '전시서문 글: 김리아, 제작: 백일월 디자인 ⓒ 김리아
10대부터 70대까지 나이와 경력까지 모두 각양각색인 이들은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들을 갤러리 공간으로 소환시킨다. 바로 자신의 인생과 맞닿아 있는 영화의 한 장면 혹은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에서 손꼽는 영화로운 순간을 각자의 필치로 담아낸 것이다.
오는 8월 10일까지 제주시 돌담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전시명 그대로 우리의 '영화로운 순간들'이다.
▲ 유규 作, E.T. “어른들은 보지 못해. 이티는 아이들 눈에만 보여.“ 유규 作, E.T. “어른들은 보지 못해. 이티는 아이들 눈에만 보여.“는 유규 작가가 구현한 영화로운 순간이다 ⓒ 김리아
▲ 영화로운 순간 ''꿈과 모험' 유규 작가의 작품 中 ⓒ 김리아
전시를 기획한 <무경계 예술살롱>의 김리아 대표는 "우리의 삶은 일상적인 장면과 극적인 장면의 얼개로 짜인 한 편의 영화처럼 흥미롭다. 기쁜 순간, 슬픈 순간, 그 모든 극적인 순간이 모여 만들어진 삶 자체가 영화로운 순간이며, 인생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각자의 무대에서의 주인공
▲ 신혜윤 作, 《Have You Seen My Beautiful Boy?》 ⓒ 김리아
▲ 신혜윤 作, 《Have You Seen My Beautiful Boy?》 ⓒ 김리아
1955년생부터 2010년생까지 인생의 각 스펙트럼에 있는 작가들은 각자 살아온 인생의 러닝타임에 맞는 극적 장면을 작품으로 구현했다.
작가가 어떤 삶을 통해 이러한 작품을 작업하게 되었는지 작가소개를 등장인물 소개로 구현한 캐스팅보드가 흥미롭다.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작업한 작품을 꿈과 모험, 사랑, 가족, 인생, 영화로운 순간들 등 다섯 씬(SCENE)으로 연출하여 관람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 전노아 作, 《마음이 가라앉을 땐 두둥실 초콜릿 어떠세요?》 최연소 작가인 전노아 군(중문중학교 2학년)은 상처받은 이들을 꿈과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마법의 초콜릿을 만드는 초콜릿 메이커 <웡카>를 스컬피로 만들었다. ⓒ 김리아
최연소 작가로 참여한 전노아군(중문중학교 2학년)은 상처받은 이들을 꿈과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마법의 초콜릿을 만드는 초콜릿 메이커 <웡카>를 스컬피로 만들었다. (스컬피는 찰흙처럼 물렁한 상태로 형태를 만든 뒤 열을 가하면 딱딱하게 변하는 조형재료를 뜻한다)
<SCENE #2 사랑>에서 최은숙 작가는 <샤인>의 한 장면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부인의 시선을 담았고, 백경선 작가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홀로 남겨진 조제가 살아갈 조제의 집을 쓸쓸한 시선으로 담았다.
▲ 최은숙 作 ‘샤인’ - “나에게 보석 같은 영화 ‘샤인’을 통해 진정한 부부의 사랑을 배운다. 그 감동의 순간을 길리언의 시선으로 캔버스에 담아보았다” ⓒ 김리아
▲ 백경선 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김리아
<SCENE #3 가족>은 영화 속 부성과 모성을 그린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혜윤 작가는 부정(父情)의 깊이'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와 함께 영화 <뷰티플 보이>의 여러 컷을 다양한 재료의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했다.
부자 간 대화가 어긋나는 순간에도 깊숙한 곳에 연결된 끈, 아버지의 아들을 향한 처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대화 장면의 영화적 연출을 재해석하여 두개의 캔버스에 담았다.
▲ 이은주 作, 《PP. 평화로운 순간》, 우드에 아크릴, 오일파스텔 ⓒ 김리아
영화 속 모성을 그린 이은주 작가는 삐삐 롱스타킹의 다음 대사로부터 삐삐가 엄마가 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캔버스에 발랄하게 담았다.
"넌 주근깨 투성이구나"
"그럼요. 하지만 주근깨 때문에 고민하진 않아요. 이게 있어 얼마나 좋은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한여름 땡볕에서 등물을 끼얹은 느낌의 이 대사. 우린 아무 문제 없는데 왜 어둠 속을 방황했을까? 어느 날, 엄마가 된 삐삐 롱스타킹은 여느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자유의 컬러 RED를 지향한다.' - 이은주 작가노트 中
▲ 나비연 作, 《지금 이 순간, Re Born》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거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거래. 너도, 나도, 이 모든 게. 그러니 이제 이상한 가면 그만 내려놓고, 나로 있자. 나로 살자. 진실을 노래하자!“ ⓒ 김리아
우리의 삶이 영화적 장면으로 이뤄진 하나의 작품이라는 기획의도를 가진 본 전시는 '영화로운 순간들'의 중의적 의미를 살린 백일월 디자인(대표: 백경선)의 디렉팅이 눈길을 끄는 전시이기도 하다.
▲ (영화로운 순간들 전시전경 제작: 백일월 디자인) ⓒ 김리아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영화로운 순간은 언제인가요?"로 시작되는 전시서문과 함께 본 전시의 다섯 씬으로 구성된 작품관람을 마치고 나면 쇼는 계속되고 삶이라는 각자의 무대에서 우리는 주인공이며,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관람객을 방울 모양의 포스트잇에 방명록을 작성하여 엔딩 크레딧 화면에 붙임으로써 영화관같은 본 전시의 참여배우로 관람을 마무리 하게 된다.
▲ 김형철 作 ‘미나마타 만다라’ - “비록 장애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도 어눌하게 하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시노부의 아름다운 얼굴을 나무에 새겨본다” ⓒ 김리아
갤러리에는 40여곡의 영화음악을 선곡한 OST가 흐르고 있었다. 작가와 관람객 모두 각자의 무대에서의 주인공임이라는 연대와 함께 삶에 대한 애정을 다시 품게 되는 전시였다.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로 빛나는 전시서문을 마주하며 영화적 순간으로 가득 채우는 삶을 살아보길 다짐한다.
※무경계 예술살롱 그룹전 <영화로운 순간들>
-돌담갤러리에서 8월 10일까지 진행
-클로징 및 16인의 아티스트 토크는 8월 10일 4시
-기획| 김리아. 제작| 백일월 디자인, 주관| 무경계 예술살롱. 참여작가| 김리아, 김민우, 김형철, 나비연, 마르잔, 백경선, 신혜윤, 양이니, 유경빈, 유규, 이은주, 임인환, 전노아, 정순택, 차동옥, 최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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