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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왜곡-폄훼 인사 잇따라 임명... 제주도 '공분'

도민사회 반발 아랑곳 않고 정부 요직에 배치... "윤석열 정부 4.3 인식과 태도 드러낸 것"

등록|2024.08.09 14:57 수정|2024.09.11 11:27

▲ 왼쪽부터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김태훈 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 제주의소리


제주4.3의 역사적 평가를 왜곡하고, 4.3특별법을 부정하는 등 극우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요직에 배치되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도민사회의 반발조차 아랑곳 않는 인사 강행에 공분이 커지는 흐름이다.

먼저 지난 7일자로 취임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과거 제주4.3과 관련한 왜곡된 발언이 뒤늦게 조명되고 있다.

김 관장은 지난해 5월 한 역사 세미나에서 제주4.3에 대한 역사학계의 해석에 대해 "남로당의 5.10 선거 방해책동에서 비롯된 폭동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논란을 키운 인물이다.

김 관장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서도 "1947년 3.1사건이 1948년 4.3사건의 도화선이 됐다는 주장은 지나친 논리비약으로,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1947년 3.1사건은 경찰이 군중을 향해 발포해 주민 10여 명이 사상한 사건으로, 주류 역사학계에선 제주4.3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해 11월 한 시민단체 발족식에 참석해서는 "4.3사건, 여순사건, 5.18을 배울 때 잘못된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국군은 불쌍한 시민을 학살한 사람들'이 되고, 그런 국가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4.3교육이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뉴라이트 인사로 꼽히는 김 관장은 이 밖에도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등 왜곡된 역사관을 보이며 광복회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전방위적인 반발을 샀지만, 정부는 김 관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윤석열 정부의 '4.3왜곡·폄훼 인사' 논란은 임기 초부터 꾸준했다. 2022년 12월에는 장관급 예우를 받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김광동 위원장을 임명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김광동 위원장은 2008년 뉴라이트 계열의 대안교과서인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하면서 제주사회에 알려진 인물이다. 이 교과서는 4.3을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정치 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은 2011년 6월29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4.3사건 교과서 수록 방안 공청회'에서도 4.3을 "남조선로동당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고 규정하며 논란을 키웠다. 정부는 야권과 4.3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기된 반발에도 김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같은 시기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으로 4.3을 폄훼해 온 극우 성향의 김태훈 변호사를 위촉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 변호사는 4.3진상조사보고서를 좌편향이라고 평가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한변은 한때 4.3기념관 전시금지 소송을 진행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식 발언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등 꾸준히 4.3왜곡에 앞장섰다. 김 변호사는 최근 국가인권위원장 최종 후보 5인에 추천되며 논란의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4.3에 대한 무분별한 망언에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직을 맡고 있는 태영호 전 국회의원의 발탁도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태 사무처장은 지난해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참석차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자리에서 "4.3이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언급하며 이른바 '김일성 지령설'을 퍼뜨린 장본인이다. 문제의 발언으로 국민의힘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았지만, 4.3유족들의 사과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태 사무처장에 대한 제주4.3유족회의 명예훼손 소송은 현재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태 사무처장의 임명을 강행하자 제주에서 활동중이던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일제히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백경진 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은 "4.3을 떠나서라도 올바른 생각을 지닌 시민들이라면 모두 분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김형석 관장이나 김광동 위원장도 문제지만, KBS 박민 사장의 경우 4.3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이승만을 칭송하는 작품을 제작하려 하고 있다. 이 정부가 역사의 만행을 세탁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백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인 문제들이 작게나마 발전적인 방향으로 하나씩 정리가 되고 있는 과정인데, 이걸 역으로 뒤집는 일들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방향성에 강경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호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객관적으로 4.3에 대한 평가들이 나와있는데, 이를 왜곡하는 인사 임명을 강행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4.3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명백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4.3에 대한 왜곡과 폄훼 이후에도 사과조차 없는 인사가 정부 기관의 수장으로 임명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강 위원장은 "4.3을 떠나 대한민국 역사관을 어떻게 정립할 지는 미래를 그려나가는 데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작업인데, 역사적 퇴행을 부추긴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국민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참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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