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후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요즘
3월부터 시작한 1인 1책 에세이 글쓰기 수업은 벌써 열두 번째 수업을 맞이했다. 오늘은 배지영 작가님이 직접 사인한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받았다. 이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얻는 소중한 시간들이 나의 삶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삶은 여전히 기막히게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다. 그저 나는 오늘도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작은 행복을 찾으며,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삶이고, 나의 이야기이다.
이제는 단지 일상생활에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녹록지 않는 삶에 익숙해질 뿐이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기억력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저 삶의 횡포에 좀 덜 놀라며 살 뿐이다.
젊었을 때는 삶이 마치 끝없는 가능성으로 가득 찬 듯 보였다. 모든 것이 새롭고, 도전하는 모든 일들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사십대 후반이 되어 병마와 싸우면서, 나는 삶의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일상은 반복되고, 매일매일은 비슷해 보인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작은 기쁨과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 삶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항암치료 1년, 그리고 검진의 날
항암치료부터 투병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혹독한 항암치료 과정을 이겨냈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은 내게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 쇠퇴하는 게 아니라 후유증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를 받아들이고, 일상 속에서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
시간 참 빠르다. 8월 2일은 단국대학병원 암센터에서 검진받는 날이었다. 오전 7시에 도착해서 본관 2층 영상의학과 MRI 접수하고 전신뼈 스캔 검사를 받기 위해 핵의학과로 갔다. (작년 7월 25일에) 공포의 유륜주사를 맞았던 'PET CENTER(양전자단층영상실)'에서 방사능(2m) 주사쯤이야, 이런 각오로 검사를 받았다.
CT 촬영하기 전 혈관을 잡아야 했는데 긴장해서였는지 혈관이 숨어버렸다. 핵의학과에서 "환자분, 조영제를 넣고 검사받아야 하는데 혈관이 너무 약하네요. 혈관이 터질 수도 있으니까요. 2층 CT촬영실로 올라가셔서 혈관 잡으세요"라고 말했다.
CT촬영 주사실 간호사는 한 번 만에 혈관을 찾아 꽃아 줬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땀 범벅이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검사가 오후 2시에 끝났다. 7시간 동안 간호사의 도움없이도 씩씩하게 검사를 받았다. 작년에는 심장에 출혈이 있어 혼자 걷기도 힘들었는데 검사를 받는 동안 혼자서도 걸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날인가.
마음의 변화와 선함의 힘
딱 한 가지, 나이 들어가며 내가 새롭게 느끼는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서 조금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을 듣게 되면 마음이 쓰이고, 아동양육시설에 있는 청소년들이 더 애틋하고, 잊고 지내던 친구들이나 교수님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작은 곤충들도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뿐만 아니라 남도 보인다. 한 마디로 그악스럽게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 간다고 할까. 항암 이후 조금씩 마음이 평온해지고 착해지는 것을 느낀다. 결국 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은 인간의 패기도, 열정도, 용기도 아니고 인간의 '선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사십대 후반에 들어서야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좋은 점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다. 삶의 경험이 쌓이고, 그 경험들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나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살아보니, 나이 드는 것은 기막히게 슬픈 일도, 그렇다고 호들갑 떨 만큼 아름다운 일도 아니다. 그저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삶은 여전히 기막히게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다. 그저 나는 오늘도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작은 행복을 찾으며,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삶이고, 나의 이야기이다.
젊었을 때는 삶이 마치 끝없는 가능성으로 가득 찬 듯 보였다. 모든 것이 새롭고, 도전하는 모든 일들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사십대 후반이 되어 병마와 싸우면서, 나는 삶의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일상은 반복되고, 매일매일은 비슷해 보인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작은 기쁨과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 삶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 천안단국대 양전자단층영상실‘PET CENTER(양전자단층영상실)’에서 방사능(2m)주사쯤이야! 이런 각오로 검사를 받았다. ⓒ 김정아
항암치료 1년, 그리고 검진의 날
항암치료부터 투병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혹독한 항암치료 과정을 이겨냈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은 내게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 쇠퇴하는 게 아니라 후유증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를 받아들이고, 일상 속에서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
시간 참 빠르다. 8월 2일은 단국대학병원 암센터에서 검진받는 날이었다. 오전 7시에 도착해서 본관 2층 영상의학과 MRI 접수하고 전신뼈 스캔 검사를 받기 위해 핵의학과로 갔다. (작년 7월 25일에) 공포의 유륜주사를 맞았던 'PET CENTER(양전자단층영상실)'에서 방사능(2m) 주사쯤이야, 이런 각오로 검사를 받았다.
CT 촬영하기 전 혈관을 잡아야 했는데 긴장해서였는지 혈관이 숨어버렸다. 핵의학과에서 "환자분, 조영제를 넣고 검사받아야 하는데 혈관이 너무 약하네요. 혈관이 터질 수도 있으니까요. 2층 CT촬영실로 올라가셔서 혈관 잡으세요"라고 말했다.
CT촬영 주사실 간호사는 한 번 만에 혈관을 찾아 꽃아 줬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땀 범벅이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검사가 오후 2시에 끝났다. 7시간 동안 간호사의 도움없이도 씩씩하게 검사를 받았다. 작년에는 심장에 출혈이 있어 혼자 걷기도 힘들었는데 검사를 받는 동안 혼자서도 걸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날인가.
마음의 변화와 선함의 힘
딱 한 가지, 나이 들어가며 내가 새롭게 느끼는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서 조금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을 듣게 되면 마음이 쓰이고, 아동양육시설에 있는 청소년들이 더 애틋하고, 잊고 지내던 친구들이나 교수님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작은 곤충들도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뿐만 아니라 남도 보인다. 한 마디로 그악스럽게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 간다고 할까. 항암 이후 조금씩 마음이 평온해지고 착해지는 것을 느낀다. 결국 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은 인간의 패기도, 열정도, 용기도 아니고 인간의 '선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사십대 후반에 들어서야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좋은 점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다. 삶의 경험이 쌓이고, 그 경험들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나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살아보니, 나이 드는 것은 기막히게 슬픈 일도, 그렇다고 호들갑 떨 만큼 아름다운 일도 아니다. 그저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 천안단국대암센터유방초음파 검사를 받기 위해 올라갔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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