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맛의 대향연 '크로스' ...한방이 없다
[넷플릭스 리뷰] 황정민-염정아-전혜진의 <크로스>
▲ 영화 '크로스' 포스터 ⓒ 넷플릭스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공개된 <크로스>(감독 이명훈)는 <황야>(1월), <로기완>(3월)에 이은 올해 세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 염정아, 그리고 전혜진을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은 당초 예정대로라면 2월 극장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면서 결국 대형 스크린 개봉 대신 글로벌 OTT 공개로 선회,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됐다.
이미 예고편, 각종 보도자료 등을 통해 영화의 주요 줄거리, 구성은 어느 정도 알려진 <크로스>는 재생 버튼을 클릭한 이후 한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자잘한 유머, 액션이 섞이긴 했지만 황정민, 염정아라는 두 주연배우의 이름 값을 감안하면 1시간 40분 가량의 내용은 통쾌함 보단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전업 주부 남편, 알고보니 전직 특수요원?
▲ 영화 '크로스' ⓒ 넷플릭스
<크로스>의 기본 틀은 지극히 간단하다. 강력계 형사 강미선(염정아 분)과 전업 주부 남편 박강무(황정민 분)은 여느 가정과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부부 사이다. 그런데 강무는 아내도 모르는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다. 신분을 숨긴채 특수 부대 요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무리한 작전 수행 도중 동료를 잃고 결국 강제 전역을 하기에 이른다.
그후 그저 살림만 하고 어린이집 등하원 차량을 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 강무에게 과거 요원 시절 동료 장희주(전혜진 분)가 모습을 드러낸다. 희주는 방산 비리를 둘러싼 음모를 추적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강무의 후배이자 또 다른 요원 김중산(김주헌 분)이 실종되는 일을 겪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희주를 돕기 위해 몰래 움직이기 시작한 강무의 수상한 행동을 '바람'으로 의심하게 된 미선은 후배 형사들의 도움으로 뒤를 밟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부부는 피할 수 없는 음모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되었다. 전직 특수요원과 현직 형사의 예상치 못했던 협력 수사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익숙한 소재, 예측 가능한 전개...이유 있는 OTT행?
▲ 영화 '크로스' ⓒ 넷플릭스
일단 <크로스>를 보고 난 느낌을 한 문장으로 간략히 정리하자면 "익숙한 맛의 대향연, 한방이 없다"로 표현하고 싶다. 아내 혹은 남편의 정체를 알지 못했던 배우자라는 설정은 너무나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용되었던, 익숙함을 넘어 식상함에 가까운 도구 중 하나다.
작품에 이와 같은 설정을 도입했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그림에서 벗어나는 <크로스>만의 결정타가 필요했지만 안타깝게도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까지 기대했던 내용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 하는 아내 vs 전업 주부라는 상호 역할의 변경 정도만으로는 유료 OTT를 구독중인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예능인 조나단이 등장하는 쿠키 영상, 미선의 후배 형사들로 출연하는 이호철과 차래형의 입담, 그리고 분뇨차 액션신 등이 웃음을 자아내긴 하지만 파편화된 조각처럼 산만하게 나열될 따름이다. 황정민-염정아-전혜진 등 핵심 출연진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의 활용은 지극히 단편적으로만 허비됐다.
황정민-염정아-전혜진의 고군분투마저 없었더라면
▲ 영화 '크로스' ⓒ 넷플릭스
그나마 <크로스>를 끝까지 '멈춤' 버튼 클릭하지 않고 끝까지 정주행 감상하게 만든 건 황정민-염정아-전혜진 등 주요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 덕분이었다.
전형적인 소시민에서 원래 정체인 특수 요원으로 돌변하는 강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황정민은 가장 적합한 배우임을 스스로 입증한다. 힘을 빼야 할 대목과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할 장면 속 그의 맹활약은 밋밋한 드라마의 맛을 살려내는 핵심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다.
염정아는 화려한 권총 기술과 육탄 액션을 투박하지만 정성을 다해 소화하면서 젊은 배우들 못잖은 열정을 불태웠다. 반전이 도사리는 희주를 담당한 전혜진 또한 극의 중반 이후 무섭게 돌변하면서 구독자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줬다. 이들의 고군분투마저 없었더라면 <크로스>는 그저 그런 액션물 중 하나로 스쳐 지나갈 뻔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a href="https://blog.naver.com/jazzkid"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blog.naver.com/jazzkid</a>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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