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흥행작마다 등장하는 이 배우의 첫 상업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김수로·이선균·김영민 주연 <잔혹한 출근>

등록|2024.08.12 11:24 수정|2024.08.12 11:24
 

▲ <잔혹한 출근>은 '꼭짓점댄스'로 주가를 올린 김수로의 두 번째 단독주연 영화였다. ⓒ CJ ENM

 
뒤늦게 전성기 연 시청률 보증수표

고교시절 연극에 빠졌던 김영민은 군복무를 마치고 1997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웠다. 1999년부터 연극 무대에 서기 시작한 김영민은 2001년 고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에서 지흠 역에 캐스팅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리고 2년 후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작품상을 휩쓴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울 겨울 그리고 봄>에서 청년승을 연기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두 편의 김기덕 감독 영화에 출연한 후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갔던 김영민은 2006년 데뷔 후 처음 상업 영화의 준·주연에 캐스팅됐다. 현직 경찰이자 유괴범의 아이를 유괴하는 진눈깨비 도깨비를 연기했던 <잔혹한 출근>이었다. 김영민은 <잔혹한 출근>에서 영화 시작 1시간12분 만에 처음 얼굴을 드러내는 유괴범을 연기했지만 아이를 유괴 당한 부모의 심정을 잘 표현하며 열연을 펼쳤다.

2008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의 라이벌 정명환 역을 통해 드라마에 진출한 김영민은 2010년대 중반까지 여러 매체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크게 주목 받진 못했다. 그러던 2018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대학선배 박동훈(이선균 분)의 아내 강윤희(이지아 분)와 불륜을 저지르는 도준영 역을 맡았고 2019년<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일명 '귀때기'로 불리는 북한의 도청전문가 장만복을 연기했다.

역대 케이블드라마 최고시청률(21.68%)을 기록한 <사랑의 불시착>에 출연한 김영민은 2020년 역대 종편드라마 최고시청률(28.37%)을 기록한 <부부의 세계>에 출연하는 눈부신 '선구안'을 과시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김영민은 2022년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 용문구를 연기했고 같은 해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와 <크리스마스 캐럴>에도 출연했다.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김영민은 올해도 24.85%의 시청률로 <사랑의 불시착>의 기록을 갈아 치운 <눈물의 여왕>에 출연했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연으로 화려하게 빛나진 않지만 어떤 작품에 나와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 김영민은 지난 6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에서도 정치 권력을 이용하는 대기업 부회장을 연기했다.

'딸을 유괴 당한' 유괴범의 고군분투
 

▲ 김수로(왼쪽)와 고 이선균의 열연에도 <잔혹한 출근>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 CJ ENM

 
지금은 연기 활동이 다소 뜸하지만 2000년대 중반의 김수로는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와 그 유명한 '꼭짓점댄스'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이었다. 당시 MBC의 주말 예능 <무한도전>에서는 김수로를 속이기 위한 몰래카메라를 주제로 1.5회분을 할애했을 정도. 그 때 김수로가 <무한도전>에서 홍보했던 영화가 바로 <흡혈형사 나도열>에 이은 자신의 두 번째 단독 주연작 <잔혹한 출근>이었다.

<흡혈형사 나도열>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선전했던 것처럼 김수로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잔혹한 출근>의 흥행을 이끌려 했다. 하지만 김수로가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딸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평범한 가장을 연기한 <잔혹한 출근>은 전국 42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잔혹한 출근>은 주식투자 실패로 인해 사채빚에 시달리는 오동철(김수로 분)이 같은 처지의 천만호(이선균 분)를 만나 부잣집 딸 태희(고은아 분)를 유괴했다가 또 다른 유괴범에게 딸을 유괴 당하는 이야기의 영화다. 김수로의 전작 <재밌는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 등과 달리 <잔혹한 출근>에서는 김수로의 진지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잔혹한 출근>에서는 두 주인공이 저지른 첫 번째 유괴에서 부모가 전화를 받지 않아 미수에 그치는데, 당시 아이의 부모가 바로 김영민이 연기한 차 형사였다. 차 형사는 형사의 경험으로 '전화를 받는 순간 유괴가 성립된다'는 사실을 알고 오동철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는 아빠를 매우 무서워하게 된다. 그 후 오동철에게 앙심을 품은 차 형사는 진눈깨비 도깨비가 돼 오동철의 딸을 유괴한다.

영화 <잔혹한 출근>은 훗날 김수로와 이선균, 김영민의 커리어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잊힌 영화가 됐지만 영화의 제목은 훗날 각종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오마주(?)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라미란과 엄지원이 출연했던 티빙 드라마 <잔혹한 인턴>이 방영됐고 올해 2월과 3월에는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반차 후 출근>이라는 에피소드를 기획해 방영하기도 했다.

티 안내도 누구보다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
 

▲ 오광록은 <잔혹한 출근>에서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속으론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태희의 아버지를 연기했다. ⓒ CJ ENM

 
<잔혹한 출근>은 이선균에게도 첫 번째 상업영화 주연작이었다. 이선균은 <잔혹한 출근>에서 오동철과 같은 날 사채 이자를 갚는 동기(?) 천만호 역을 맡았다. 사실 영화 속 이야기는 대부분 오동철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처음 차형사의 딸을 유괴해 모든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은 다름 아닌 천만호였다. 다만 천만호는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놀이공원 장면부터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첫 번째 유괴가 미수에 그친 오동철과 천만호는 치밀한 작전을 세워 부잣집 여고생 태희를 유괴했는데 태희를 연기한 배우가 엠블랙 멤버였던 미르의 누나이자 당시 신예였던 고은아였다. <잔혹한 출근> 출연 당시 실제 고3 이었던 고은아는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는 여고생 연기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특히 오동철과 천만호가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며 틀어준 EBS 강의를 보면서 몸서리 치는 연기가 압권이었다.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 오광록은 <잔혹한 출근>에서 태희 아버지 역을 맡았다. 태희 아버지는 딸이 유괴됐다는 전화를 받은 후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유괴범의 지시에 따라 현금 5억 원을 준비할 정도로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 길에서 택시를 잡듯 버스를 잡는 연기 또한 대단히 유쾌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