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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한동훈,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한 대표, 김경수 복권 반대 등 정국 주도권 잡기 강화

등록|2024.08.12 07:07 수정|2024.08.12 07:17
 

▲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와 함께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국정 주도권 잡기 갈등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양상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등 한 대표가 민생·정책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표면화되는 모습입니다. 대선을 염두에 둔 한 대표가 당정관계와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행보를 강화하자 대통령실의 견제 움직임도 뚜렷해지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 갈등의 본질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권력쟁투라는 점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격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 대표의 김 전 지사 복권 반대는 당심을 대통령실에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명분이지만 정치 현안에 분명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주요 정치인 사면과 관련해 사전에 대통령실이 여당 대표와 협의했던 관행을 무시한 데 대한 한 대표의 불만도 섞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선 사면이 대통령 고유권한인데 한 대표가 언론에 흘리는 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불쾌해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전 지사 사면 발표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한 대표였다는 점에서 복권 반대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갈등은 국민의힘 지도부 내의 의견 대립으로도 표출되는 양상입니다. 외견 상으로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내 투톱 간의 알력으로 비쳐지지만, 추 원내대표 뒤에는 대통령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게 여권 내부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대통령실에선 최근 한 대표의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이 그간 윤 대통령이 고수해온 방향과 엇박자가 나는 것에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기료·25만원 지원법·영수회담 등에서 윤 대통령에 각 세워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둘러싼 의견차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이 법안의 필리버스터에 앞서 개최한 지도부회의에서 "여당으로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25만원 지원법은 포퓰리즘 악법으로 이미 논의가 끝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이 법안에 대해 "왜 25만원만 주나. 국민 1인당 10억원, 100억원씩 줘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거칠게 공격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한 대표가 주도한 취약계층 전기요금 추가 지원을 두고도 대통령실에선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통상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는 당정협의를 통해 미리 의견을 조율한 뒤 여당에서 발표하는 게 일반적인데, 한 대표는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정부에 간접적으로 입장을 물어본 뒤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권 내에선 한 대표가 성과내기에 급급해 서두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전기요금 감면이냐, 지원이냐를 놓고도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사이에 언쟁이 벌어진 것도 이런 기류를 보여줍니다.

민주당이 제안한 영수회담 개최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실과 한 대표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7일 민주당 제안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여당 대표 패싱' 논란에 거리를 뒀습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2인 회담이든, 한 대표가 낀 3자 회담이든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다음날 곧바로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이유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화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건데 영수회담이 열릴 경우 여당 대표를 제외시킬 수는 없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낀 회담을 불편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한동훈 지도부 전원에 축하 난을 전달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휴가 중에 신임 당직자와 지명직 최고위원 등 6명 전원에게 취임 축하난을 전달했는데, 당 4역 외에 다른 임명직 당직자들에게까지 축하난을 보내는 건 이례적입니다. 여권에선 당정결속을 강화하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일각에선 한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 한동훈 지도부에 의해 교체된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을 동행한 것도 한 대표에 대한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갈등의 가장 큰 변수는 '한동훈표 채 상병 특검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이 더 강력한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공수처 수사 후 특검'으로 방향을 선회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럴 경우 정치적 위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습니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추진하는 순간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반한동훈'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울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추친 여부가 뇌관이 될 거라는 관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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