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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민주당 내부 적 있어... 최고위원 되면 '명팔이' 척결"

'더민주혁신회의 뜻하냐' 질문에 말 아껴... '이재명 뒷담화' 논란에 "귀여워죽겠다는 말, 죽인다 뜻 아냐" 해명

등록|2024.08.12 12:37 수정|2024.08.12 14:27
 

정봉주 "'이재명팔이' 무리들 뿌리뽑겠다"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팔이'하며 실세 놀이하는 무리들 뿌리를 뽑겠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최대의 걸림돌이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이재명 팔이하며 실세 놀이하는 무리들입니다. 당의 단합을 위해서 이들을 뿌리 뽑겠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 '뒷담화'로 구설수에 오른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최고위원이 되면 "명팔이(이재명 팔이) 무리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후보는 "당 내에 이재명 후보를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세력이 있다. 당을 아끼고 걱정하는 많은 당원들이 (이재명 팔이 무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며 이 같이 언급했다. 다만 8·18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역 순회 경선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들어 '무리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정봉주 '이재명 뒷담화' 해명 없이 "이재명 팔이 무리 척결"
 

정봉주 "'이재명팔이' 무리들 뿌리뽑겠다"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팔이'하며 실세 놀이하는 무리들 뿌리를 뽑겠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정 후보는 12일 오전 11시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리를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덩어리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알고 분노하고 있지만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쉬쉬하고만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어떠한 모진 비난이 있더라도 이들을 도려내겠다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또 이재명 후보를 "민주당 최대 자산"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이 후보를 가리켜 "정권 탈환의 가장 큰 가능성"이라며 "정치는 성과이며 실적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주었고, 국민은 이재명을 통한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에 환호했다"고 언급했다. 또 "소년 노동자 출신 정치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었고 그 지지자들 제일 앞에 정봉주도 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지금처럼 이재명 팔이 무리들을 방치한다면 통합도 탄핵도, 정권 탈환도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후 취재진의 질문은 정 후보가 언급한 '이재명 팔이 무리'가 정확히 누구를 의미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 후보는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자, 이 기자회견을 보고 머리를 쳐들면서 발끈할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비슷한 취지의 또다른 질문에도 "처음에는 대표를 존중해주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본인 자신이 대표가 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행동이) 점점 더 대담해지는데 그 결과는 당의 분열"이라고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아마 기자들도 (누구인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런데 때마침 이날은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가 "개딸(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을 주장하며 친명계 최대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해산"을 주장한 날이기도 했다. 연장선상에서 정 후보는 "이재명 팔이 무리가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가리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는데 "그건 선거가 끝나면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최고위원 후보 중에 이재명 팔이 무리가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진행 중인 전당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그들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고 당 혁신도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팔이 무리를 척결할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에는 '천신정 트리오'를 언급했다. 정 후보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이 문제가 되자 (당시)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이 동교동계 2인자였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며 "그후 23~24년동안 제대로 된 혁신 운동이 없었던 것은 호가호위 정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데 내일 모레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는데 그런 세력들이 (민주당 내에) 생각 외로 많다"며 "민주당에는 정풍운동의 전통과 흐름이 있다. 그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재명 뒷담화' 논란에 "귀여워죽겠다는 말이 죽이겠단 뜻 아냐"
 

정봉주 "'이재명팔이' 무리들 뿌리뽑겠다"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팔이'하며 실세 놀이하는 무리들 뿌리를 뽑겠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이날 정 후보가 발표한 기자회견문에는 당초 담길 것으로 예상됐던 '이 후보 뒷담화'에 대한 해명은 들어있지 않았다. 뒷담화 논란은 정 후보와 가까운 관계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 후보와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박 전 의원은 정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에 상당히 열받아 있다"며 "최고위원회는 만장일치제다. 두고 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라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또 정 후보가 지난 4일 광주 지역 순회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조그만 비판도 못 참는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 표본이 윤석열"이라고 언급했는데 이 내용이 취재진들 사이에서 '정보보고' 형태로 돌았다고도 전했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가열되자 정 후보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정 후보는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사적인 대화를 하다 보니, 본의가 과장되게 전해진 부분이 있다"며 "'귀여워 죽겠다'는 게 죽이겠다는 뜻이 아닌 귀엽다는 의미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또 "최고위원회에서 주요 당무를 많이 결정하는데 거기서 거수기가 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도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에 대한 불만" 관련 질문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답변은 지난 10일 경기지역 순회 경선을 마친 이재명 후보가 기자들로부터 정 후보의 뒷담화 관련 질문을 받고 내놓은 대답의 '판박이'였다. 정 후보가 이 후보의 '경선 개입'에 간접적으로나마 불만을 토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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