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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못지않네... 서초-관악에서 펼쳐진 오페라 향연

[리뷰] 오페라팩토리 <마님이 된 하녀>, 라벨라오페라단 <라 보엠>

등록|2024.08.13 16:40 수정|2024.08.13 16:44
 

▲ 오페라팩토리의 '마님이 된 하녀' 는 경쾌한 우리말로 서초구민에게 즐거운 오페라를 선사했다. ⓒ 백순재

 
지난 주말 오페라의 밤이 열렸다. 서초문화재단에서는 오페라팩토리의 <마님이 된 하녀>(8월 9일)가, 관악문화재단에서는 라벨라오페라단의 <라보엠>(8.9~10)이,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는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돈 조반기>(8.9~10)가 무대에 올랐다.

기자는 이 중 서초와 관악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제1249회 서초금요음악회로 공연된 오페라팩토리(예술감독 박경태)의 <마님이 된 하녀>는 우리말이 귀에 쏙쏙 들어오며 코믹한 대사가 이어지는 공연이었다. 관객과의 호흡 속에 성악 아리아를 잘 살린 한 시간이 이어졌다. 이 공연은 지난 6월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에도 쉬운 우리말 오페라에 웃음 코드로 서초 구민을 몰입시켰다.
 

▲ '마님이 된 하녀' 출연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리톤 장철준(우베르토 역), 엘렉톤 백순재, 피아노 안희정, 소프라노 오효진(세르피나 역), 뮤지컬 배우 황자람(베스포네 역), 오페라팩토리 예술감독 박경태. ⓒ 박순영

 
<마님이 된 하녀>는 <마술피리>로 유명한 작곡가 모차르트(1756~1791)보다 앞선 시대의 작곡가 페르골레시(1710~1736)의 희극 오페라다. 소프라노 오효진(세르피나 역)의 맑고 고운 노래 그리고 진취적인 대사가 이어졌고, 베이스 장철준(주인 우베르토 역)은 시원하고 절도 있는 목소리로 하녀와 결혼할지 말지를 관객에게 코믹하게 의논했다.

백순재의 엘렉톤과 안희정의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풍성한 반주를 이어갔다. 엘렉톤은 천둥소리 등의 효과음도 잘 살렸다. 베스포네 역 뮤지컬 배우 황자람은 관객과 재미있게 대화하며 극 중에서 '템페스트라'라는 악마로 변신하는 등 대활약을 펼쳤다. 세 대의 카메라로 실시간 촬영되는 영상이 무대에 영사되며 입체감을 더했고, 유럽의 집 풍경이나 오로라 같은 이미지 영상도 분위기를 돋우며 세 명만으로도 꽉 찬 공연을 선보였다.

젊은이들의 생의 의지 선보인 라보엠
 

▲ 라벨라오페라단의 '라 보엠'은 관악구민에게 정통오페라의 정수를 선보였다. ⓒ 박순영

 
관악아트홀에서 펼쳐진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의 <라 보엠>은 정통오페라다. 공연은 2시간 반 동안 이어졌으며, 파리 뒷골목 예술가들의 가난 속 사랑과 우정을 감동적으로 선사했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따로 없기에 무대 위에서 스크린 뒤에 오케스트라를 위치시켜 웅장한 현장음을 선사했다.

독일 하노버 슈타츠오퍼 단원으로 활약 중인 테너 이현재는 로돌포 역을 맡아 청명하고 절절한 음색으로 1막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을 부르며 극의 분위기를 밝혀 줬다. 밝고 포용적인 음색의 소프라노 최윤정(미미 역)의 '내 이름은 미미(Si. Mi chiamano Mimi)'도 사랑스러웠고, 둘이 함께한 4막 '오, 사랑스러운 그대(O soave fanciulla)'는 젊은이들의 생의 의지를 느끼게 해줬다.

처음에는 앞 성악가들이 MR 반주에 맞춰 노래하나 싶었는데, 다시 보니 무대 스크린 뒤로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협소한 공간에서 무대 벽과 영사막 사이로 음이 반사되어 때론 소리가 몽롱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4막 마지막 미미의 죽음에서 스크린에 초록 정원이나 나비의 날갯짓 이미지 등으로 느낌이 배가 됐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푸치니 음악 리듬도 느낄 수 있었다. 관악아트홀 2층 앞선이 돔(Dome) 형태로 생겨 소리가 관객을 감싸면서 야외오페라 같은 효과를 풍겼다.

'2024 순수예술을 통한 전국 공연장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이번 공연을 위해 라벨라오페라단이 얼마나 고심했을지 눈에 선했다. 화가 마르첼로 역 바리톤 최은석은 진중한 음색으로, 그와 연인인 무제타 역 소프라노 김연수는 풍성한 음색으로 사랑의 노래와 연기를 펼쳐 보였다. 4막에서 가난하기에 외투마저 팔아야 했던 콜리네 역 베이스 양석진의 '외투(Vecchia Zimarra senti)'도 묵직하게 인생을 느끼게 했다. 한여름 8월 밤에 피어오른 남녀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오페라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 공연후 로비에서. 왼쪽부터 테너 김병현, 베이스 양석진, 소프라노 김연수, 바리톤 최은석, 소프라노 최윤정, 테너 이현재, 바리톤 오세원, 베이스 금교동. ⓒ 박순영

 
주말 밤에 오페라를 관람했을 뿐인데 마음이 벅차오르고 웅장해졌다. 예술가들의 의지와 오페라 속 인간사가 함께 전해졌기 때문이다. 공연장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오페라가 각 지역에 불씨를 당겼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예술가들에게 일회성의 공연 지원금이 아닌 연습 시간과 적절한 출연료가 보장되어야 한다. 제작비와 제작시스템, 인식의 개선을 위해 기업을 포함한 여러 후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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