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표현의 자유가 국가 안보를 이겼다
[대북 전단의 문제점 ①] '오물 풍선' 피해 심각한데 대북전단 손 놓은 정부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된 북한 청년들이 무기징역 교화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가끔 들려온다. 실제로 북한은 3대 악법으로 불리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을 제정하여 외부 정보의 유입과 유통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또 모방하는 문화가 청년들 사이에 확산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서울 말투를 따라하거나 '줄임말'이 유행하면서 최근에는 불시에 손전화기(휴대폰) 문자도 단속하고 있다.
남한의 영상물에 북한 당국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 효과 때문이다.
특히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남한 영상물이 활발히 유통되고 비공식적으로 거래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MZ 세대로 불리는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체제에 대한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충성도가 옅어졌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남한의 일부 민간 단체들을 통해 유입되는 라디오나 USB의 대북방송과 영상물, 접경지 밀수를 통해 유입되는 외부 정보들은 북한 주민에게는 희망을 가져 볼 만한 소식임이 분명하다. 필자 또한 2004년에 남한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호기심이 생겼었다. 이게 벌써 20년 전이니 현재 북한에서 한류의 유통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됐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접경지역에서의 한류 유통은 거의 대부분 밀수를 통해 이루어진다. 남한의 일부 탈북 민간 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 풍선을 통해서가 아니다. 풍선은 정확히 도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휴전선 이북으로 넘어가도 일부에만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 정보 유입에 한계가 분명하다. 오히려 대북 전단 풍선은 북한 당국에 주민들을 더욱 강하게 통제하고 나아가 남한에 시비를 걸 명분을 제공한다. 북한이 남쪽에 날린 오물 풍선이 바로 그 결과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풍선 대결
최근의 남북의 풍선 대결은 일부 탈북 민간 단체가 지난 5월 10일에 살포한 대북 전단에서 시작됐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등 일부 단체가 대북 전단을 북측을 향해 날렸다. 이들은 전단 30만 장과 K팝·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천 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에 날려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해왔다.
5월 21일 탈북민단체가 30만 장의 대북 전단을 재차 살포하자 북한의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대북 전단 추가 살포에 대응을 예고했다. 그리고 같은 달 28일 북한 당국은 '오물'로 되갚아주겠다며 천여 개가 넘는 오물 풍선을 남쪽에 날렸다. 남쪽에서 띄운 대북전단 풍선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수도권 곳곳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돼 군과 경찰이 위험탐지 및 수거에 나섰다. 국민은 안전을 우려했고 실제로 차 유리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물리적 피해보다 심리적 피해가 더 컸다. 안보에 대한 불안이다.
정부는 이를 북한의 "도발"과 "주권침해"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미국도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해 "역겨운 전략"이라며 무모하고 불안정한 "도발"로 규정했다.
정부는 5월 31일 9·19남북군사합의에서 중단하기로 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려 하자 북한은 6월 2일 밤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대남 전단 풍선 살포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었다.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배의 휴지와 오물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6월 4일 정부는 "남북 간의 상호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는 전제를 달고 9·19 남북군사합의의 모든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접경지 인근 우리 군의 제약을 모두 해제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두고 "북한 정권이 감내하기 힘든"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 단체들은 6월 6~7일 양일에 걸쳐 다시 20만 장의 대북전단과 1달러 지폐,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담은 USB를 풍선에 담아 북쪽을 향해 날렸다. 북한은 바로 대응했다. 8일 밤 남쪽을 향해 33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띄웠다. 오물풍선 안에는 폐지, 비닐쓰레기, 인분 등이 담겼다.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경고를 감내하고 보낸 북한 당국의 대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9일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NSC는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앞으로 남북 간 긴장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 오물 풍선 맞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즉시 재개를 결정했다. 이제 남북 간의 군사 충돌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7월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5월 28일부터 7월 25일까지 10차례에 걸쳐 날려 보낸 대남 오물 풍선이 전국적으로 3359곳이 넘는 장소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간별로 보면 특히 7월 24일 날아온 10차 오물 풍선이 이틀간 1403곳에서 발견됐다. 구체적 현황을 보면 1차(5월 28∼29일) 78곳, 2차(6월 1∼2일) 354곳, 3∼4차(6월 8∼10일) 397곳, 5∼7차(6월 24∼27일) 576곳, 8차(7월 18∼19일) 111곳, 9차(7월 21∼22일) 440곳, 10차(7월 24일) 1403곳에서 발견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경기, 인천, 강원에는 1차부터 10차까지 모두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서울에선 총 2069곳(1∼4차 326곳, 5∼10차 1천743곳)에서 내용물이 발견됐고 자치구 중에선 노원구가 총 434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 1차 때는 충청, 전북 무주, 경북 영천·경주, 경남 거창에서, 2차 때는 충청, 경북 포항에서 풍선이 발견됐다. 3∼4차 때는 충북 충주·음성·영동 지역에서도 풍선이 목격됐다. 10차 때는 충북 진천과 경북 문경에 풍선이 나타났다. 북한의 오물 풍선이 사실상 거의 전국에 낙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탈북 단체들은 "정보를 보내줬더니 쓰레기를 보냈다"면서 북한 당국이 멈추고 사과할 때까지 대북전단을 뿌리겠다고 경고했다. 북한도 맞대응에 나섰다. 대북 전단은 여전히 북쪽을 향해, 대남 전단은 남쪽을 향해 날아가고 또 날아올 예정이다. 지금 전단과 오물이 우리 머리 위로 떠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의도된 방치가 불러온 피해
대북 전단 맞대응으로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은 대한민국 전국에 떨어지고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이 가장 큰 피해 지역이다. 오물 풍선 낙하로 차량 지붕이 파손되고 풍선에서 발화된 불꽃으로 주택 옥상에 화재가 나기도 했다. 군인과 경찰들은 방역복을 입고 폭발물 탐지기를 들고 지저분한 풍선을 수거하고 있다.
국가 기간시설과 산업에 대한 피해도 크다. 인천공항은 북한의 오물 풍선에 올들어 활주를 12차례 265분간 중단했다. 6월 26일 새벽 미국 LA를 출발해 인천에 착륙 예정이던 대한항공 9204편과 중국 샤먼발 아틀라스 항공 8948편, 상하이발 중국동방항공 257편 등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중국 장자제발 대한항공편은 제주공항으로 회항했고, 캐나다 벤쿠버발 대항항공편은 청주공항에 임시 착륙했다. 이들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해당 공항에서 수시간 대기한 뒤 원 목적지인 인천공항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7월 24일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으로 김포공항은 비행기 이착륙 금지 지시가 두 세번 반복되기도 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1822편은 김포공항 착륙을 불과 4km 남겨둔 상황에서 오물 풍선 경고에 따라 항적의 각도를 90도 가까이 급하게 바꾸고 서울과 부천, 인천, 광명 일대를 크게 도는 선회 비행을 하고서야 착륙했다. 뒤따르던 청주발 에어부산 8010편과 티웨이 항공 726편도 김포 반대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이후 인근 상공엔 한국 중부 지역을 선회 비행하는 항공기 여러 대가 포착됐는데, 이중에는 일본 하네다를 출발한 일본항공(JAL) 93편도 있었다. 국내선뿐 아니라 국제선까지 북한 오물 풍선의 영향으로 주변 상공을 빙글빙글 돌아야 했고, 이런 장면이 '플라이트레이더24' 화면에 고스란히 남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표현의 자유"라며 탈북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에 대한 논란이 일자 통일부는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과 접촉해보겠다고 했으나 어떠한 진전된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중지를 요청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원점 타격' 할 가능성이 있으나 통일부는 탈북 단체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2014년 대북 전단을 향해 북한군이 고사총으로 사격해 경기도 연천 지역에 낙탄한 사례가 있는데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오물 풍선이 용산 대통령 청사 앞에 떨어지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일이 됐다. 표현의 자유가 국가 안보를 이겼다. 오물 풍선이 무기가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엄습해 온다.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인가에 대한 반문이 커진다. 남쪽이 살포하는 풍선은 표현의 자유이고, 북쪽이 살포하는 풍선은 도발이 되는 이상한 형국이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이어 전방지역 대북전광판 재설치, 레이저 대공무기(블록-1) 실전 배치 등의 카드를 꺼냈다. 심리전과 물리적 대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것이 장기적으로 계속된다면 오히려 북한에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설치한 대북 확성기를 계속 틀고 있는 것이고 북한은 계속 (풍선 등을) 소모하면서 남쪽으로 물건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 하면 북한군에 훨씬 불리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북한군의 심리적 동요가 있을 수 있고, 북한의 대남 확성기에서 나오는 기계음이 북한군을 괴롭히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매우 단편적인 사고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논리다. 차량 파손, 주택화재, 항공기 운항 차질, 사회적 논쟁 등 비용으로 따지면 우리 국민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이 풍선 만들고 쓰레기를 모아서 보내는 비용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이 치러야 할 비용은 주민들을 강하게 통제하는 것뿐이다.
- [대북 전단의 문제점 ②] '삐라' 말고 북한 인민의 마음 얻는 법(https://omn.kr/29s3b)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조경일 작가/ 피스아고라 대표
남한의 영상물에 북한 당국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 효과 때문이다.
남한의 일부 민간 단체들을 통해 유입되는 라디오나 USB의 대북방송과 영상물, 접경지 밀수를 통해 유입되는 외부 정보들은 북한 주민에게는 희망을 가져 볼 만한 소식임이 분명하다. 필자 또한 2004년에 남한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호기심이 생겼었다. 이게 벌써 20년 전이니 현재 북한에서 한류의 유통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됐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접경지역에서의 한류 유통은 거의 대부분 밀수를 통해 이루어진다. 남한의 일부 탈북 민간 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 풍선을 통해서가 아니다. 풍선은 정확히 도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휴전선 이북으로 넘어가도 일부에만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 정보 유입에 한계가 분명하다. 오히려 대북 전단 풍선은 북한 당국에 주민들을 더욱 강하게 통제하고 나아가 남한에 시비를 걸 명분을 제공한다. 북한이 남쪽에 날린 오물 풍선이 바로 그 결과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풍선 대결
▲ 북한에서 남한을 향해 보내고 있는 오물풍선(왼쪽)과 이에 남한 정부가 대응하고 있는 대북 확성기(오른쪽) 사진이다. ⓒ 연합뉴스
최근의 남북의 풍선 대결은 일부 탈북 민간 단체가 지난 5월 10일에 살포한 대북 전단에서 시작됐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등 일부 단체가 대북 전단을 북측을 향해 날렸다. 이들은 전단 30만 장과 K팝·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천 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에 날려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해왔다.
5월 21일 탈북민단체가 30만 장의 대북 전단을 재차 살포하자 북한의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대북 전단 추가 살포에 대응을 예고했다. 그리고 같은 달 28일 북한 당국은 '오물'로 되갚아주겠다며 천여 개가 넘는 오물 풍선을 남쪽에 날렸다. 남쪽에서 띄운 대북전단 풍선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수도권 곳곳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돼 군과 경찰이 위험탐지 및 수거에 나섰다. 국민은 안전을 우려했고 실제로 차 유리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물리적 피해보다 심리적 피해가 더 컸다. 안보에 대한 불안이다.
정부는 이를 북한의 "도발"과 "주권침해"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미국도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해 "역겨운 전략"이라며 무모하고 불안정한 "도발"로 규정했다.
정부는 5월 31일 9·19남북군사합의에서 중단하기로 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려 하자 북한은 6월 2일 밤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대남 전단 풍선 살포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었다.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배의 휴지와 오물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6월 4일 정부는 "남북 간의 상호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는 전제를 달고 9·19 남북군사합의의 모든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접경지 인근 우리 군의 제약을 모두 해제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두고 "북한 정권이 감내하기 힘든"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 단체들은 6월 6~7일 양일에 걸쳐 다시 20만 장의 대북전단과 1달러 지폐,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담은 USB를 풍선에 담아 북쪽을 향해 날렸다. 북한은 바로 대응했다. 8일 밤 남쪽을 향해 33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띄웠다. 오물풍선 안에는 폐지, 비닐쓰레기, 인분 등이 담겼다.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경고를 감내하고 보낸 북한 당국의 대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9일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NSC는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앞으로 남북 간 긴장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 오물 풍선 맞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즉시 재개를 결정했다. 이제 남북 간의 군사 충돌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7월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5월 28일부터 7월 25일까지 10차례에 걸쳐 날려 보낸 대남 오물 풍선이 전국적으로 3359곳이 넘는 장소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간별로 보면 특히 7월 24일 날아온 10차 오물 풍선이 이틀간 1403곳에서 발견됐다. 구체적 현황을 보면 1차(5월 28∼29일) 78곳, 2차(6월 1∼2일) 354곳, 3∼4차(6월 8∼10일) 397곳, 5∼7차(6월 24∼27일) 576곳, 8차(7월 18∼19일) 111곳, 9차(7월 21∼22일) 440곳, 10차(7월 24일) 1403곳에서 발견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경기, 인천, 강원에는 1차부터 10차까지 모두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서울에선 총 2069곳(1∼4차 326곳, 5∼10차 1천743곳)에서 내용물이 발견됐고 자치구 중에선 노원구가 총 434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 1차 때는 충청, 전북 무주, 경북 영천·경주, 경남 거창에서, 2차 때는 충청, 경북 포항에서 풍선이 발견됐다. 3∼4차 때는 충북 충주·음성·영동 지역에서도 풍선이 목격됐다. 10차 때는 충북 진천과 경북 문경에 풍선이 나타났다. 북한의 오물 풍선이 사실상 거의 전국에 낙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탈북 단체들은 "정보를 보내줬더니 쓰레기를 보냈다"면서 북한 당국이 멈추고 사과할 때까지 대북전단을 뿌리겠다고 경고했다. 북한도 맞대응에 나섰다. 대북 전단은 여전히 북쪽을 향해, 대남 전단은 남쪽을 향해 날아가고 또 날아올 예정이다. 지금 전단과 오물이 우리 머리 위로 떠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의도된 방치가 불러온 피해
▲ 오물 풍선에 박살 난 자동차 앞 유리2024년 6월 2일 오전 10시 22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사진은 풍선이 떨어져 박살 난 승용차 앞유리창의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대북 전단 맞대응으로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은 대한민국 전국에 떨어지고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이 가장 큰 피해 지역이다. 오물 풍선 낙하로 차량 지붕이 파손되고 풍선에서 발화된 불꽃으로 주택 옥상에 화재가 나기도 했다. 군인과 경찰들은 방역복을 입고 폭발물 탐지기를 들고 지저분한 풍선을 수거하고 있다.
국가 기간시설과 산업에 대한 피해도 크다. 인천공항은 북한의 오물 풍선에 올들어 활주를 12차례 265분간 중단했다. 6월 26일 새벽 미국 LA를 출발해 인천에 착륙 예정이던 대한항공 9204편과 중국 샤먼발 아틀라스 항공 8948편, 상하이발 중국동방항공 257편 등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중국 장자제발 대한항공편은 제주공항으로 회항했고, 캐나다 벤쿠버발 대항항공편은 청주공항에 임시 착륙했다. 이들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해당 공항에서 수시간 대기한 뒤 원 목적지인 인천공항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7월 24일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으로 김포공항은 비행기 이착륙 금지 지시가 두 세번 반복되기도 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1822편은 김포공항 착륙을 불과 4km 남겨둔 상황에서 오물 풍선 경고에 따라 항적의 각도를 90도 가까이 급하게 바꾸고 서울과 부천, 인천, 광명 일대를 크게 도는 선회 비행을 하고서야 착륙했다. 뒤따르던 청주발 에어부산 8010편과 티웨이 항공 726편도 김포 반대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이후 인근 상공엔 한국 중부 지역을 선회 비행하는 항공기 여러 대가 포착됐는데, 이중에는 일본 하네다를 출발한 일본항공(JAL) 93편도 있었다. 국내선뿐 아니라 국제선까지 북한 오물 풍선의 영향으로 주변 상공을 빙글빙글 돌아야 했고, 이런 장면이 '플라이트레이더24' 화면에 고스란히 남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표현의 자유"라며 탈북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에 대한 논란이 일자 통일부는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과 접촉해보겠다고 했으나 어떠한 진전된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중지를 요청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원점 타격' 할 가능성이 있으나 통일부는 탈북 단체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2014년 대북 전단을 향해 북한군이 고사총으로 사격해 경기도 연천 지역에 낙탄한 사례가 있는데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오물 풍선이 용산 대통령 청사 앞에 떨어지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일이 됐다. 표현의 자유가 국가 안보를 이겼다. 오물 풍선이 무기가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엄습해 온다.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인가에 대한 반문이 커진다. 남쪽이 살포하는 풍선은 표현의 자유이고, 북쪽이 살포하는 풍선은 도발이 되는 이상한 형국이다.
▲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추가 살포2024년 6월 6일 새벽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20만 장을 경기도 포천에서 추가로 살포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 20만 장, K팝, 드라마'겨울연가', 나훈아·임영웅 트로트 등 동영상을 저장한 USB 5000개, 1달러 지폐 2000장 등을 10개의 대형애드벌룬으로 북한에 보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제공] ⓒ 연합뉴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이어 전방지역 대북전광판 재설치, 레이저 대공무기(블록-1) 실전 배치 등의 카드를 꺼냈다. 심리전과 물리적 대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것이 장기적으로 계속된다면 오히려 북한에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설치한 대북 확성기를 계속 틀고 있는 것이고 북한은 계속 (풍선 등을) 소모하면서 남쪽으로 물건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 하면 북한군에 훨씬 불리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북한군의 심리적 동요가 있을 수 있고, 북한의 대남 확성기에서 나오는 기계음이 북한군을 괴롭히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매우 단편적인 사고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논리다. 차량 파손, 주택화재, 항공기 운항 차질, 사회적 논쟁 등 비용으로 따지면 우리 국민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이 풍선 만들고 쓰레기를 모아서 보내는 비용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이 치러야 할 비용은 주민들을 강하게 통제하는 것뿐이다.
- [대북 전단의 문제점 ②] '삐라' 말고 북한 인민의 마음 얻는 법(https://omn.kr/29s3b)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조경일 작가/ 피스아고라 대표
덧붙이는 글
조경일 기자는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를 썼다. 피스아고라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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