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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복권, 이재명 아닌 한동훈 견제용?... 윤·한 갈등 재점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항의글 1만 건... "정치적 행위, 여당과 상의했어야" 지적도

등록|2024.08.14 09:20 수정|2024.08.14 09:20
 

창밖 보며 대화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윤석열 대통령이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내부가 극심한 갈등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10일 김 전 지사 복권 소식이 알려지자 한동훈 대표 측은 "민주주의 근간을 해친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면조차 원치 않는 선물이라고 했던 인물"이라며 반대했습니다. 한 대표가 직접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반대의 뜻을 전한 것입니다. 그러자 대통령실 측에서는 "사면과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한 대표는 12일에는 "제 뜻을 충분히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더 구체적인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13일에는 "김경수 전 지사 복권에 공감을 어려워하는 분 많다.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는 듯한 인상을 보여줬습니다.

김경수 복권, 이재명 아닌 한동훈 견제용?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처음 김경수 전 지사 복권 얘기가 나올 때는 이재명 대표를 견제하거나 민주당의 갈등을 노린 대통령의 노림수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으로 번졌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김경수 전 지사 복권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각에선 한 대표가 상대하기에 이 대표보다 김 전 지사가 더 껄끄럽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습니다. 우선 김 전 지사는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며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잇는 직계로 꼽힙니다. 특히 이 대표에 비해 조금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 강성 지지층을 꺼려하는 중도층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김 전 지사와 한동훈 대표의 이미지가 약간 겹친다는 말도 나옵니다.

한 대표 입장에선 강성 이 대표와 싸우기도 벅찬 상황에서 자신과 비슷한 이미지인 김 전 지사까지 상대해야 하는 부담감도 안게 된 셈입니다. 정치권에선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는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를 모두를 겨냥한 견제구였고, 한 대표로서는 또다시 윤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항의글만 1만 건... 다시 불거진 '윤·한 갈등'

윤석열 대통령이 김경수 전 지사 복권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글이 1만 건 넘게 올라왔습니다.

당원게시판에는 "이해불가 대통령", "좌파본색 윤통", "진짜 좌파는 윤통이었네", "윤석열 친노 친문이었다. 우리 다 속았다", "대통령 지지를 철회한다. 당에 더 이상 필요 없다", "굿바이 윤석열" 등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더 나아가 "윤석열은 탈당하라", "윤석열 제명 또는 출당", "김건희 여사 특검받으라", "채상병, 디올백, 권익위 사건 특검 찬성"이라며 윤 대통령의 출당과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공격 수위도 높아졌습니다.

13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반대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정치가 있을 수 있나? 그러고 논리적으로 봐도 도대체 지금 이런 결정을 이 순간에 내리는 합당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며 "4선 의원들, (또 다른) 영남의원이셨는데 그분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저도, 우리 여당과 좀 상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물론 안 하시겠다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이게 결과적으로 보면 김경수 전 지사의 사면을 놓고, 복권을 놓고 우리 내부가 너무 분열되고, 또 대통령에 대한 어떤 실망이라 할까 이런 것들도 우리 당원들이 많이 표출하고 있다"면서 "그러면 이게 대통령실에 도움이 될까 이런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당 내부에선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비판의 목소리를 한 대표가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윤·한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한편,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 행사마저 반쪽으로 치러진다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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