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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이 많은 소나무는 이런 징조

<사례로 보는 수목진단 이야기>를 통해 얻은 생활의 지혜

등록|2024.08.15 15:22 수정|2024.08.15 15:23
인간이 나무를 존중하고 있는지는 우리 주변 가로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존중과 배려는 사치다. 해마다 반복되는 가지치기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당하며 생명을 연장하고 있을 뿐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 버즘나무. 일명 플라타너스는 해마다 가지치기를 당하고 각종 현수막을 허리에 동여매고 힘들게 살아간다. 수많은 세월을 견디어 왔다. 살아있다고 괜찮은 게 아니다. ⓒ 김부규

 
책 선물을 받았다. 수목 진단 전문가이신 김홍중 선생님이 보내주신 <사례로 보는 수목진단 이야기>다. 충북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정년 퇴임 후 제2 인생 개척 사례로 재작년 11월에 필자와 인터뷰한 분이다.

[관련기사 : "나무의사 준비... 중요한 건 응용입니다"]

이번에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퇴임하시고 정열적으로 수목진단 사례를 수집하시면서 산림병충해 사전예보시스템 연구에 열중하신다고 한다. 무려 1300여 건에 달하는 방대하고 다양한 사례는 숲과 나무, 그리고 수목진단 의뢰인을 만난 결과다.
 

▲ 수목진단 두 번째 책 <사례로 보는 수목진단 이야기> ⓒ 김홍중

 
필자처럼 나무 이름도 잘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이 '수목진단'에 대해 생각할 때 '아픈 나무 이야기를 듣는 일'이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숲과 나무를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며, 그저 나무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볼 뿐'이라고 말한다.


나무가 아프다는 것은 가을이 아님에도 잎이 푸르름을 잊고 말라가면서 갈색으로 변하거나 오그라드는 현상, 또는 수간(나무 밑동에서부터 첫 번째로 큰 가지까지의 줄기, 樹幹)의 나무껍질이 갈라져 터지는 현상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책 37, 42, 46, 68쪽).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나무가 아픈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필자가 사는 아파트 정원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얼마나 아픈지 사진을 찍으며 살펴보게 되었다.

어떤 나무는 완전 갈색으로 변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고, 어떤 녀석은 이파리에 뭔가 하얗게 끼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책 내용과 비교해 가며 왜 아프게 되었는지찬찬히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았으나 전문가가 아니기에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 아파트에 죽은 나무가 몇 있다. 왜 죽었을까?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한 나무에 미안한 마음이다. ⓒ 김부규

 
이 책의 저자이신 김홍중 선생님께서 청주MBC 방송에 출연하여 수목진단 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인 소나무에서 수목진단 예를 하나 들어주셨다.

"수목진단을 하는 사람들이 소나무를 봤을 때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게 솔방울을 많이 달고 있느냐 아니냐를 보는 거죠. 솔방울을 많이 달고 있다는 얘기는 '뭔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몸살을 앓고 있는데 어떻게 솔방울을 많이 만들 수 있느냐 하면 자기 나름대로 '내가 지금 아프고 괴로우니까 빨리 자손을 많이 번성시켜야겠다'라고 해서 종족 번식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나무들은 솔방울을 다는 것보다는 자기 몸집을 키우며 자기가 건강해지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이 현상은 나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동양란 화분 하나를 키울 때 누군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난초가 노란 꽃을 피워 정말 좋아했는데 그 꽃은 생육환경이 열악해짐에 따라 종족 번식 활동을 활발하게 한 결과라고 했다. 이처럼 사람과 다르게 몸으로 말하는 식물의 세계는 진심 신비롭다.
 

▲ 섬잣나무. 솔방울에 하얗게 뭔가가 끼어 있다. 잎사귀가 갈색으로 변하고 있고, 솔방울을 많이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심하게 아픈 모양이다. ⓒ 김부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나무를 아프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을 우리 주변에서도 간혹 볼 수 있다. 도로에는 대부분 가로수를 심어 삭막한 도시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고 신선한 공기와 서늘한 공간을 제공한다. 그 가로수의 밑동을 살펴보면 거의 동일하게 약 50cm 폭으로 토양을 남기고 '수목보호판'을 만들어 뿌리로 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간혹 도로 포장할 때 나무 주변을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로 토양을 남김없이 덮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무의 생육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지한 처사다. 사람이나 동물의 입을 막는 거와 뭐가 다를까?
 

▲ 수목보호판이 설치된 곳(사진 왼쪽)과 보도블록으로 덮어버린 곳(사진 오른쪽) ⓒ 김홍중, 김부규

   

▲ 수목보호판 없이 아스팔트로 덮어버린 사례다. 수목이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 김홍중

 
언뜻 수목진단은 원인을 찾고(진단), 결과를 도출하는(처방) 도식적 업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일의 핵심은 원인과 결과 사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나무, 환경, 사람의 사연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수목진단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현장 사례를 소개하면서 수목진단에 필요한 개념도 함께 풀이한다. 그렇기에 요긴한 현장 중심 사례집이자 유용한 수목진단 개념집이라 할 만하다.

누가, 무엇이, 왜 나무를 병들게 하나

나무가 입는 피해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①나무를 지나치게 깊이 심는 심식((深植, deep planting), 늦서리인 만상(晩霜, late frost)처럼 사람이나 기후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 ②봄비가 내릴 무렵에 기승을 부리는 향나무 녹병(Rust) 같은 질병에 따른 병해, ③큰 무리를 지어 나무를 가해하는 미국선녀벌레(Metcalfa pruinosa) 같은 해충이 일으키는 충해. 그리고 이에 관해 한두 가지 드러난 원인만으로 일반화하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고루고루 살펴본다.

현장 이야기를 따라가는 사이에 개념 공부

본문은 실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듯이 전개한다. 저자와 함께 현장에 가서 피해 나무 상태를 확인하고,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나무 주변 환경을 둘러보듯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각종 수목진단 개념을 배울 수 있다. 뜻풀이만을 외듯이 공부하면 자칫 헷갈릴 수 있는 개념도 다양한 현장 사진과 대화, 해설로 익히면 수월하면서도 확실하게 습득할 수 있다.

수목진단의 본질을 생각하다

수목진단이라 하면, 으레 나무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모습만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테면 나무의 삶을 알고 존중하는 모습, 피해가 발생할 만한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미리 나무를 돌보는 모습, 나무가 스스로 치유하기를 기다리는 모습. 그렇게 나무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이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수목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아닐까!
"나무와 숲이 스스로 깨어나고 일어서기를 기다린다는 게 방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목진단은 개입이 아니라 나무의 특성과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의 아픔과 고난을 읽어 내고 미리 그런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돌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나무에 보내는 응원이라고 생각합니다."(213쪽. 맺음말)

| 지은이 소개 |

김홍중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충청북도산림환경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목진단 분야에 들어섬. 해당 연구소 산하 충청북도 공립 나무병원의 창단 멤버로 활동. 이후 10년 동안 충청북도를 중심으로 수목진단 현장을 오감. 정년 퇴임 후에는 개인 연구소를 열고 그동안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병충해 사전예보 시스템을 연구. 또한 블로그에 수목진단 글도 연재. 저서 <미동산, 숲과 나무에 취하다>

정유용
공주대학교 식물자원학과 졸업. 충청북도산림환경연구소 연구원 역임.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 돌봄사업단 자문에 참여, 강연과 수목진단 업무도 병행. 지금은 산림복합경영 공부 중.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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