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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가두면 썩는 게 당연한데 왜 안달인지"

[세종보 천막 소식 107일-108일차] 보철거시민행동 2차 결의대회와 어르신들의 지지 방문

등록|2024.08.15 17:37 수정|2024.08.15 17:37
 

▲ 한두리대교 아래 황조롱이 ⓒ 임도훈

 
'철벙~ 철벙~'

가마우지 떼가 세종 한두리대교 밑 하중도에 무리지어 앉더니 단체로 날갯짓을 하며 첨벙거린다. 왜가리, 백로도 날아들어 가마우지떼 주변을 맴돈다. 새들이 협력해서 물고기를 한쪽으로 몬 뒤 아침식사를 하려는 모양이다. 먹이를 찾으려 한참 물속을 바라보는 백로와 왜가리까지 신나서 저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멸종위기종 수달이 천막농성장에 나타난다. 지난 밤에는 천막 가까이 왔다가 동그란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이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냅다 도망가더란다. 비가 많이 내렸던 지난 13일 밤에도 천막농성장 웅덩이 주변에서 혼비백산 뛰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두리대교 아래에서 매과에 속하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도 발견했다. 아직 다 크지 않은 청년 황조롱이가 금강 어딘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 친구들이 오래오래 여기 머물러서 터를 잡고 살았으면 좋겠다. 금강을 이용해 자기 욕망을 채우려는 어리석은 인간을 가르치는 건 결국 흐르는 금강과 여기를 터 잡아 살아가는 생명들이다.

세종보 문 닫는다면 꼭 불러라…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어른들의 연대방문
 

▲ 60플러스기후행동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 임도훈

 
"세종보 문 닫으면 꼭 연락해요. 아는 사람들 다 불러 모아서 올테니까."

지난 13일, 농성장에 연대방문을 온 '60플러스 기후행동' 이경희 님의 단단한 당부였다. 60플러스 기후행동은 지난 2021년 9월, '노년이 함께 행동하겠다'는 선언을 하며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자이기도 한 노인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지구를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선언을 하며 창립한 모임이다.

이들은 오전 11시, 새만금 신공항 철회 촉구집회를 열고, 이어 세종보 천막농성장까지 지지방문을 했다. 폭염경보가 연이어 터지던 날의 강행군으로 힘이 들었을텐데, 농성장에 와서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의 설명을 끝까지 경청했다. 세종에 사는 한 회원 어르신은 "물을 가두면 썩는 게 당연한데 왜 세종보를 저렇게 못 세워 안달인가"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 멋진 필체로 남긴 '흘러야 강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어르신들은 이날 연대의 흔적도 남겼다. 교각에 멋진 글씨로 '흘러야 강이다'라는 글씨와 함께 벽화도 그리고, 자작시도 낭송했다. 수중 농성도 불사하고 있다는 활동가들의 말을 들으며 "꼭 오겠다" "알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전국에서 300명 넘게 모여 강에 들어와 있으면 저들도 세종보를 닫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손을 맞잡았다.

녹조는 '독'이다… 강을 흐르게 하라
 

▲ 세종보 재가동 중단 및 물정책 정상화 요구 기자회견 ⓒ 이경호

 
지난 14일, 보철거시민행동 2차 결의대회가 열렸다. 환경부 정문 앞에서 녹조로 썩어가는 강을 수수방관하는 환경부를 규탄하기 위해 4대강 유역 활동가 5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녹조로 가득한 지금의 낙동강이 금강의 미래"라며 세종보 재가동 반대와 물정책 정상화, 녹조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실제 낙동강 녹조를 채수해 윤석열 대통령, 김완섭 환경부 장관, 최민호 세종시장의 얼굴이 그려진 소형 현수막에 녹조를 붓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녹조범벅 '윤석열 초상'... "세종보 재가동 중단" https://omn.kr/29t4v]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녹조 위기와 기로에 선 우리 강' 포럼은 낙동강의 녹조 실태와 금강, 영산강의 현재를 함께 들어보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제에 나선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낙동강 녹조실태를 보여주며 녹조독성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환경부가 손 놓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 포럼 진행 중인 모습 ⓒ 임도훈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은 녹조문제 해결을 위해 강을 흐르게 하는 것 밖에 답이 없고 홍수와 가뭄에 보가 활용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환경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단체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을 하나같이 녹조를 없애는 것은 수문을 열면 해결되는 일인데도 환경부가 수문을 열지 않고 이 사태를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농부이자 이장인 곽상수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동네 사람들에게 "녹조가 심하니 문도 열지 말고 집에 꼭 있으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 부쩍 가까이 다가온 백로 ⓒ 박은영

 
"보에 갇힌 강물이
녹조와 깔따구와 실지렁이로 죽어갈 때
강물아 힘내라고
위로 한 번 해준 적 있는가
죽어가는 강물 살려내자고,
살려내라고 소리 소리쳐 본 적 있는가
없다면 당신은 누구인가"

60플러스 기후행동 운영위원인 나승인 시인이 쓰신 시 '당신은 누구인가' 한 구절이다. 강을 걱정해본 적도 없이, 강의 곁에 선 생명의 이름조차 모르면서 수변공원과 수상레저를 말하는 이들과 강을 지키려는 이들을 위로하는 시다. 농성장에 울려퍼지는 노 시인의 싯구에 또 힘들었던 마음을 씻어내기도 했다.

백로 한 마리가 다리 아래 작은 웅덩이에 가만히 서 있다. 목을 길게 뺐다가 사라졌다 하는 모습이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사람이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거의 자연인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백로가 와서 옆에 앉아도 어색하지 않을 풍경이다.

강변에는 새로운 돌탑이 쌓여간다. 금강이 흐르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나씩 차곡차곡 오늘도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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