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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숙이' 할머니를 기억하는 방법

15일 제8회 숙이나래문화제 "우리가 박숙이 할머니가 돼야"... 남해여성회, 실천 활동 세 가지 제안

등록|2024.08.20 16:47 수정|2024.08.20 16:47

▲ 박숙이 할머니 초상화. ⓒ 남해시대


경남 남해군의 유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박숙이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지난 15일 보물섬시네마에서 제8회 숙이나래문화제가 열렸다. 제79주년 광복절, 뜻깊은 행사가 마련된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매년 8월 14일이다. 숙이나래문화제는 박숙이 할머니의 이름을 본떠 만든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 기념 남해군 인권·평화 문화제다. 남해여성회(회장 김정화)가 주최하고 경상남도가 주관하며 남해군이 후원했다.

보물섬시네마 로비에는 박숙이 할머니 말씀 따라 적기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시회가 열렸고, 본 행사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코코순이>를 무료로 상영했다. 이 자리에는 남해여성회가 운영하고 있는 남해군청소년실천단 학생들을 비롯해 남녀노소 군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남해군청소년실천단과 남해여성회는 남해읍 소재 숙이공원에 박숙이 할머니 말씀따라 적기를 한 리본과 6행시 등 관련 작품들을 전시했다.

제8회 숙이나래문화제에는 김신호 남해군 부군수와 정영란 남해군의회 의장, 류경완 경상남도의회 의원, 정현옥·하복만 남해군의회 의원, 박삼준 (재)남해마늘연구소 소장 등이 참석했다.

▲ 김신호 남해군 부군수가 축사를 하고 있다. ⓒ 남해시대


김신호 부군수는 "광복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개최하니 좀 더 의미가 있고 행사를 알릴 수 있어서 뜻 깊다"며 "<코코순이>라는 영화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어떤 피해를 얼마나 받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과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고 배우며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을 알려주는 지침과 같다"며 "오늘 만큼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깊이 기릴 수 있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기억해야 한다"

▲ 정영란 남해군의회 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남해시대


정영란 의장은 "제8회 숙이나래 문화제가 열리게 된 점에 대해 엄숙한 마음으로 축하드린다"며 "제79주년 광복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함께해 마음이 더 무겁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남해군에서는 박숙이 할머니가 유일한 위안부 피해자인데 저희 동네, 부모님과 가까운 이웃이었다. 부모님도 박숙이 할머니가 일본으로 끌려가게 된 이유를 잘 몰랐다고 전해 들었다. 일본에서도 그렇고 고향에 와서도 편히 살아가지 못한 세월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라며 울컥했다.

또한 정 의장은 "박숙이 할머니가 말씀하시던 16세 시절을 되돌려드릴 수는 없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며 "남해여성회가 요청하는 박숙이 할머니의 기록물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서야 한다. 저도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 류경완 경상남도의회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 남해시대


▲ 류경완 경상남도의회 의원이 박숙이 할머니의 기록을 읽고 있다. ⓒ 남해시대


류경완 경남도의원은 "요즘도 역사 관련 상황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일본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를 지우고, 소녀상들을 철거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일제 강점기 시절을 미화하고 동조하는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매춘부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류경완 도의원은 "오늘 뜻깊은 역사의 장이 마련됐으니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고 마음과 힘을 모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이 혈안 된 역사전쟁, 또 다른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신호탄"

▲ 김정화 남해여성회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남해시대


김정화 남해여성회 회장은 "일본군 성노예제는 전대미문의 전시 성폭력 범죄로, 피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과거의 일로 끝난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전쟁, 나아가 우리의 일상에서 자행되는 여성과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폭력과 맞닿아 있는 현재 진행형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과거사는 잊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며 "일본은 왜 이토록 과거 역사에 매달리고, 왜곡과 부정을 넘어 날조와 미화까지 하면서 역사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겠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가해국 일본이 혈안이 된 역사 전쟁은 또 다른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신호탄에 불과하다"며 "그래서 세계 시민들은 인권과 평화, 정의와 평등을 아로새기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평화 연대로 저들의 역사 전쟁에 맞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특히 김 회장은 "힘겹고 버거워도 이 무더위에 우리가 모이고 작은 기억 행동으로 기록으로 남기고 우리들 스스로가 김학순, 김복동, 박숙이가 돼야 할 이유"라고 제시했다.

또한 그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류 보편적 시민의식의 확장으로서 이미 국제 이슈"라며 "피해자들이 지역에 존재하고 그들의 삶을 뒷받침해 온 지역과 상호작용 경험은 지역의 중요한 자산이자 이슈"라고 정의했다.

세 가지 제언

▲ 제8회 숙이나래문화제가 15일 보물섬시네마에서 열렸다. 김정화 남해여성회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남해시대


그러면서 김 회장은 세 가지를 제언했다.

먼저 김 회장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물로 등재돼야 한다"고 제언하며 "유네스코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들은 유일하고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자료라고 높이 평가했지만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고있는 일본의 압박에 못 이겨 등재 신청을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박숙이 할머니와 창원의 고(故) 김경애 할머니의 만남을 다룬 <꽃순이 이야기>라는 영상 1건도 등재 신청 내역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경남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경남은 피해등록자 240명 중 3분의 1이상 최대 피해 지역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없다"며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은 인권과 평등, 평화, 역사 교육의 장이 돼 차별과 폭력 없는 평화로운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 김 회장은 "박숙이기록관을 숙이공원 주변에 설립해야 한다. 2022년 9월 남해여성회가 제작하고 보유한 박숙이할머니 자료와 기록물 등 314점이 경상남도 민간기록물로 지정됐다"며 "그 기록물들은 아직도 상설 전시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상자에 담긴 채 보관돼 있다. 박숙이 할머니는 생전 고향 산천에 묻어 달라며 남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자주 표현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러기에 박숙이 할머니와 관련한 기록물들은 그 어디도 아닌 숙이공원 주변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남해군의회는 2010년 3월 2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남해군은 2015년 숙이공원을 조성하는 모범을 보였다"며 "국내외 역사 연구자들이 남해에 와서 숙이공원을 안내하면, 자료들이 빛 바라고 있어 안타까워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하려면 방법을 찾고 하지 않으려면 핑계를 찾는다고 했다. 기록과 기억, 행동에 남해군이 다시 한 번 모범적으로 나서 달라"며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는 대전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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