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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은 지금 녹조곤죽, 이 와중에 만난 표범장지뱀

[천막농성 100일 기획-4대강 청문회 열자③] 2박3일간의 낙동강 조사를 마치며

등록|2024.08.20 19:12 수정|2024.08.20 19:12
지난 8월 6일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한지 100일 째 되는 날이다. <오마이뉴스>는 '세종보 천막농성' 100일을 맞아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함께 '4대강 청문회를 열자'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글은 그 세번 째로 필자는 임도훈 시민행동상황실장이다.[편집자말]

▲ 영주댐 녹조. 수온은 36도다. ⓒ 임도훈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낙동강 탐사의 소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위와 같다. 4대강 보 수문이 닫혀있는 고인 물에선 죽음의 녹조가 창궐했다. 흐르는 물에선 녹색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강에 녹조가 퍼져도 자신의 삶과 상관없다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식탁 위에도 오늘 녹조로 생산한 싱싱한 채소(?)가 올라올 수 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낙동강 녹조 실태 파악을 위해, 8월 8일부터 2박 3일간 현장 모니터링을 했다. 이틀 내내 가는 곳마다 폭염 경고가 울렸고, 낙동강은 악취를 풍기며 진한 녹색을 띤 채 죽어가고 있었다. 그 현장을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안내했고 <오마이뉴스>가 동행 취재했다.

[화원유원지] 선명한 녹조 띠... 정박해 있는 유람선이 위태롭다

8일 오전에 도착한 대구의 화원유원지 맞은편의 낙동강 물은 진한 녹색 빛을 띠었다. 수온을 재어보니 32도. 상온보다 약간 높았는데, 한낮이 되면 수온이 치솟을 것이고, 녹조는 더 확산할 것이 자명했다. 벌써 우안 강변에 형성된 녹조 띠는 바람을 타고 강의 중앙으로 번지고 있었다.

▲ 화원유원지 앞 창궐한 녹조. 수온은 32도다. ⓒ 임도훈


바로 맞은편 좌안의 사문진 선착장에는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다. 정수근 사무처장은 "아마 오전이어서 운행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녹조의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환호성을 지를 것"이라며 "녹조의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에 치명적인 독성 박테리아인데, 호흡기로도 흡입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정 처장의 말처럼 마이크로시스틴은 다이옥신에 이어 두 번째로 강한 독을 내뿜는 남세균이다. 간에 치명적이며 신경독성, 생식독성도 지니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에어로졸 형태로도 전파되기에 미국은 물놀이 기준을 8ppb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육안으로 봐도 이곳의 수치는 미국 기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였다.

녹조 연구팀에 보낼 화원유원지의 물을 채취하고 달성보 상류에 위치한 달성노을공원으로 이동했다. 그냥 폐허였다. 지난 장마에 쌓인 펄이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온통 뒤덮었다. 30여 분 그곳에 있었는데 자전거 한 대만 지나갔다. 정박해 있는 녹조제거선 두 척 옆으로, 녹조제거장치 한 대가 물속에서 공기 방울을 내뿜고 있었다.

[이노정] 초속 2cm로 흐르는 강... 녹조곤죽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그보다 10km 하류에 있는 도동서원 앞 선착장이다.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 우안의 빼어난 절벽이 녹색 강에 반쯤 허리를 걸치고 있었다. 합천창녕보의 수문을 닫아 높아진 수위 때문이다. 바로 아래쪽의 이노정 앞 낙동강 물은 녹조 곤죽 상태였다.

▲ 낙동강 이노정 앞 녹조. 수온은 33도다. ⓒ 임도훈


정수근 처장은 "곳곳에 박힌 4대강 보로 물길을 막아놓은 뒤에 낙동강의 유속은 초속 2cm"라고 개탄했다. 1분에 1m 20cm로 흐르는 강. 낙동강은 거대한 낙동 호수였다. 이노정 앞의 수온은 33도. 흐르는 물은 끊임없이 공기와 마찰하면서 온도가 낮아지지만, 정체돼 있기에 수온이 치솟았다. 보가 녹조 번성에 딱 좋은 인공적인 조건을 만드는 녹조 제조 공장이었다.

게다가 낙동강 물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환경부는 매년 고도 정수 처리를 하기에 안전하다고 앵무새처럼 되뇌지만, 2018년 8월, 물금취수장 일대의 mL당 남조류 세포 수가 15만 개를 넘겨 정수 시설 '블랙아웃'(전격 중단)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전국에 연일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 올해에도 그해에 버금가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학동저수지-상주보] '녹조 농법' 현장... 상수원 뒤덮은 실지렁이

이날 오후에 모니터링팀에 합류한 곽상수 창녕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과 함께 찾은 합천의 학동저수지는 형광물질을 뿌려놓은 듯 시퍼런 녹조 물이 가득한 저장 탱크였다. 이 저수지는 낙동강 물을 끌어다 저장한 뒤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곳이다. 학동저수지 바로 앞쪽의 3만 평 농지에서는 파릇한 벼가 짱짱하게 자라고 있었다.

▲ 형광빛을 내는 학동저수지에서 설명하는 곽상수 이장. ⓒ 임도훈


곽 의장은 "지난 2022년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에서는 1.5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는데, 이런 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라면서 바로 앞쪽의 정자 처마에 더덕더덕 달라붙은 녹조 알갱이를 보여주며 "제가 동네 이장이기에 어르신들에게도 녹조 독이 호흡기로도 전파되니 돌아다니지 마시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탄했다.

다음 조사지는 낙동강 8개 보 중 최상류에 위치한 상주보였다. 우안 선착장에서 삽질을 하자 바닥에 쌓인 펄에서 메탄가스가 보글거리며 올라왔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맨손으로 펄 속을 뒤적였다. 붉은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가 드글거렸다. 금강 세종보를 개방하기 전, 마리나 선착장에서 봤던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들이다.

정 처장은 "드넓게 모래사장이 펼쳐졌던 수려한 경관을 물속에 수장시켜 시궁창 펄밭을 만들었고, 모래 속을 자맥질하며 흐르던 맑은 물을 오염시켰다"라면서 "상주보의 상하류에 취수장이 있는데, 수돗물의 원수를 취수하는 청정한 지역을 실지렁이가 드글거리는 곳으로 망쳐놓았다"라고 개탄했다.

첫날 조사를 마치고, 내성천 회룡포의 숙소로 향하던 정 처장이 갑자기 언덕 위에서 차를 세웠다. 예천 풍양의 삼강주막에 이르기 직전의 고갯마루에 있는 삼강전망대.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만나는 곳이다. 붉게 타는 노을이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을 곱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루 종일 녹색으로 죽어가는 강만 보고 다녔는데,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절경이다.

▲ 낙동강 상류 내성천과 금천이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삼강의 풍경. ⓒ 임도훈


강물이 휘돌아가는 모래사장 끝에선 한 쌍의 연인들이 캠핑용 간이의자에 앉아서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운 채 물끄러미 강물을 바라보는 모습도 보였다. 죽음의 녹색 강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정 처장은 "이게 바로 오늘 우리가 보아왔던 죽은 강의 예전 모습"이라면서 "4대강 사업이 낙동강을 죽였지만, 물이 흐르는 곳은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말했다.

[영주댐] '최강 녹조' 거대한 탱크... "주민 대피령 내려야"

일출을 보려고 다음 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내성천 회룡포 전망대로 향했다. 물이 360도 휘돌아가면서 만든 모래톱, 용이 하늘로 올라간 자리 같다는 뜻에서 회룡포란 이름이 붙은 곳인데, 물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전날 삼강전망대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모래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맨발로 드넓은 모래사장을 걸었다. 물속에도 들어갔다. 악취에 시달렸던 전날 조사에서의 피로가 싹 가셨다.

[관련영상 링크] https://youtu.be/ZynZwgC7ZA8?si=Lw23rhMu1Gy969-j

전망대에서 내려와 이동한 곳은 영주댐이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질이 악화하면 희석용 물을 흘려보내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댐이다. 내성천 중류에 1억 8천만 톤의 물을 저장하려고 1조 1천억 원을 들여 만든 댐은 거대한 녹조 저장탱크였다. 드론을 날려 하늘에서 바라보니 영주댐에 담수된 물은 온통 녹조였다.

강변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곳에서도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날벌레들이 달려들었다. 이번 조사에서 보아온 것 중 '최강 녹조'였다. 이날 상온은 35도, 영주댐의 물은 이보다 1도 높은 36도였다. 물을 한 컵 떠 보았다. 녹색 페인트처럼 걸쭉했다. 낙동강 수질개선용 댐이 아니라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극물 테러용' 댐이었다.

▲ 창궐한 영주댐 녹조 ⓒ 임도훈


과장이 아니다. 조류경보제에 따라 유해 남조류 개체 수가 1mL당 1000개를 넘어설 경우 '관심', 1만 개 이상이면 '경계', 100만 개를 넘어서면 '대발생' 경보를 발령한다. 지난 7월 26일, 영주댐 녹조는 ml당 190만 셀을 넘겼다. 최고 경보 수준인 '대발생'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정 처장은 전망대 아래쪽에 강변과 접해있는 주택들을 가리키면서 "겉보기에는 멀쩡하고 깨끗해 보이는 집들이지만, 우리나라의 최강 녹조가 매년 창궐하는 곳에서 녹조 에어로졸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은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면서 "지금 당장 주민 대피령을 내려야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김병기의 환경새뜸' 라이브 방송을 한 뒤 구미보로 이동하면서 회룡포를 떠올렸다. 영주댐 60km 하류에 위치한 회룡포의 물이 그래도 맑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주댐으로 모래 유입이 차단돼서 형편없이 망가지고 있지만, 내성천은 여전히 모래 강이다. 녹조 물이 강의 필터인 모래 구간을 헤치고 흘러오면서 맑은 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관련영상 링크] http://https://youtu.be/dH-5nssXtgU?si=9dXP4Y1MRQG-gphH

[구미보-해평습지] 죽은 강을 산 강이 살리는 현장... 표범장지뱀 '영접'

하지만 정체되면 여지없이 피어나는 녹조. 구미보 상류도 온통 녹색이었다. 보에서 낙류하는 녹조 물이 아래 쪽으로 흐르다가 1km 하류에서 감천과 만났다. 하늘에서 보니 낙동강의 녹색 물은 감천의 맑은 물과 합류되면서 커다란 띠를 형성했다. 한쪽은 녹색, 감천에서 흘러온 물은 맑은 빛이다. 흡사 죽은 낙동강에 인공호흡을 하는듯했다.

특히 이곳은 4대강사업 때 수심 6m로 팠던 곳인데, 강물에 들어가 낙동강의 중간지점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모래가 쌓였다. 감천에서 공급된 모래다. 낙동강에는 수천 개의 지천이 있는데, 매년 막대한 혈세를 들여 준설한다 해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현장이었다.

▲ 구미보 하류, 낙동강 녹조물과 감천의 맑은 물이 만나고 있다. ⓒ 임도훈


이날 감천 합수부에 온 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표범장지뱀을 '실물 영접'하기 위해서였다. 감천 합수부 우안에 위치한 해평습지가 '백 개의 눈을 가진 은둔자'로 불리는 표범장지뱀의 거처였다. 풀숲을 헤치고 걷다 보면 잠깐 눈에 띄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검은 생명체. 3명이 땡볕 아래 1시간 남짓 이곳을 조사했는데 열 마리 이상을 본 듯했다.

정수근 처장은 "4대강 사업 이후, 지금보다 더욱 드넓었던 모래사장이 사라지면서 겨울 철새인 흑두루미, 재두루미가 날아오지 않자, 구미시는 표범장지뱀의 서식지 일부를 절토해서 그곳에 복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라면서 "멸종위기종 서식지 복원을 위해, 다른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훼손하는 황당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처장은 이어 "해평습지 하류에 있는 칠곡보를 겨울철에라도 개방하면 이곳의 수위가 낮아지고, 인근 모래사장이 회복된다"라면서 "그러면 표범장지뱀의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흑두루미의 도래지가 확보된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관련영상 링크] http://https://youtu.be/ctlGPFTIIso?si=iUQdQRudSibNxv04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매년 수억 원을 들여 녹조 연구를 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녹조를 저감하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는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 정권이다. 4대강 16개 보 중 유일하게 열려있는 세종보를 닫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최근에는 14개 신규 댐 건설 예정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사를 마치며] 우리가 100일 넘게 버티는 까닭... "4대강 청문회 열라"

다음 날 오전, 대구의 해평습지를 조사한 뒤 다시 금강 세종보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녹조 곤죽이 되어가는 낙동강이 세종보가 개방되기 전의 금강이었다. 세종보 상류에 펄이 쌓였고,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시글했다. 악취가 풍겼다. 날벌레와 녹조가 창궐했다. 하지만 2018년 세종보가 전면 개방된 뒤에는 산 강으로 되돌아왔다.

▲ 금강은 흐르고 있다. ⓒ 임도훈


이렇듯 개방된 세종보가 산 강의 증인이자 증거이다. 세종보가 재가동된다면 수장되는 이곳에서 100일 넘게 농성하면서 버티는 까닭은 4대강사업의 죄업을 낱낱이 밝힐 결정적인 증거를 지키기 위해서다.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흰목물떼새, 수달 등 다시 돌아온 수많은 멸종위기종도 산 강의 증거인 생명체들이다.

낙동강을 조사한 뒤 절감했던 것 중의 하나는 강을 살리는 게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금강의 생태를 지켜 녹조가 끼는 것을 막는 건 일부 개발론자들이 비아냥대는 "그깟 새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치명적인 녹조 독에서 사람의 건강을 지켜내는 절박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낙동강 전역을 뒤덮어 가는 녹조 참사는 '인재'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문을 열지 않으면 낙동강 곳곳에서 블랙아웃 사태가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MB 4대강 망령을 부활시킨 윤석열 정부가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지난 총선 참혹한 패배에도 오만과 광기를 더해가는 이 정권에 기대할 것은 없다.

거대 야당에 촉구한다. 댐 건설과 준설 등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폐기된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인 물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4대강 청문회'를 열어,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면서 저지른 수많은 탈법과 편법을 검증하고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강이 산다. 사람이 산다.

[천막농성 100일 기획-4대강 청문회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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