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넷플릭스에 영화 '크로스'가 공개됐다. 크로스는 황정민, 염정아 배우 주연의 코미디 액션물이다. 연기라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두 배우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볼만하다는 기대가 생겼다. 둘은 부부로 나오는데 특히 웃기는 장면에서 연기 궁합이 꽤 좋았다. 정만식을 중심으로 동료 형사들과 보여주는 코믹 연기 역시 볼만하다.

그렇다고 '크로스'가 크게 빵빵 웃음을 터뜨려 주는 건 아니다. 액션 코미디물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가장 웃긴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쿠키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본편의 어떤 장면들보다도 쿠키가 더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중반에 이르면 총격전을 중심으로 한 여러 액션 장면이 연출되지만, 스릴도 무게감도 부족한 느낌이다. 기관총을 쏘는데 어떤 반동도 없었다. 총격신에서 마땅히 표현되어야 할 탄피 튀는 모습도 생략된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영화 속 액션 장면들이 상당히 가볍게 다가왔다. 스토리 상 큰 축의 중심이 코믹에서 액션으로 전환되는 소위 반전 장면은 상당히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개였다. 사실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반전은 묵직할수록 몰입도를 높여주기 마련이다. 뻔한 반전은 재미를 반감시킨다.

스토리도 다소 진부하게 다가왔다. 유명한 할리우드의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트루 라이즈'를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표절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두 영화가 꽤 과거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시대에 먹힐만한 설정이나 서사는 아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아쉽다. 떨어지는 영화다. 팝콘무비라고 눈을 질끈 감고 넘겨보려 하지만, 눅눅해져 맛없는 팝콘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황정민-염정아 과거 나왔다면...


이렇게 혹평을 늘어놓는 이유는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황정민, 염정아 배우는 자타 공인하는 연기파 배우들이고, 전혜진과 정만식 배우 역시 믿고 보는 배우들이 아닌가. 이들을 캐스팅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 고작 이 정도라니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캐릭터의 서사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황정민과 염정아 배우는 둘 다 과거가 있는 캐릭터로 설정됐다. 각각의 과거를 상세하게 조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명한 개연성은 물론 조금 더 극적인 연출도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 산업이 예전 같지 않다고들 한다. 거대 자본의 힘을 업은 할리우드 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가 살아남을 길은 진부함을 벗어내는 것뿐이다. 어차피 불리한 대결이니 차라리 더 신선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몇몇 국내 영화들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더 선명하게 이 문제를 직시할 수 있게 된다.

관객들의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영화관 개봉작이든 OTT 영화든 더 높은 잣대로 관람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명작을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현시대에 맞는 수준으로 재해석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다면, 관객들은 점점 더 고개를 돌리게 될 것이다. 코미디 액션물에서 관객이 원하는 것은 오직 웃기고 통쾌한 액션이다. 장르적 특성에 충실할 때 영화가 산다. 그것만이 팬들과 영화인들이 스크린 안과 밖에서 크로스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