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팩트체크 7년 만에 중단... "한국 언론자유 퇴보"
언론사 팩트체크 활성화 기여했지만 여당 압력과 네이버 후원 중단으로 재정난
▲ SNU팩트체크 홈페이지. 18일 자정부터 무기한 휴지 상태에 들어갔다. ⓒ SNU팩트체크
보수와 진보 매체를 아우르는 국내 최초 팩트체크 플랫폼인 'SNU팩트체크'가 7년 만에 결국 운영을 중단한다. 여당 압력으로 네이버 재정 지원이 끊긴 지 1년 만이다.
SNU팩트체크는 18일 자정부터 '무기한 휴지'에 들어간다고 공지했다. 지난 2017년 3월 29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가 12개 언론사와 함께 팩트체크 플랫폼을 만든 지 7년여 만이다. 그 사이 제휴 언론사는 보수와 진보,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망라한 30여 개 매체로 늘었고, 7년간 생산한 팩트체크 콘텐츠는 5000여 건에 이른다.
그동안 SNU팩트체크(https://factcheck.snu.ac.kr/)는 제휴 언론사의 팩트체크 콘텐츠를 모아두는 인터넷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편, 네이버(연간 10억 원)와 해외공익재단 등에서 지원을 받아 ▲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 사업(15회 운영)과 기후위기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2회 운영) ▲ 대학생 팩트체킹 인턴십(연 2회, 총 12기 운영) ▲ 언론인 대상 팩트체크 저널리즘 재교육 프로그램인 팩트체크 디플로마 ▲ 우수한 팩트체크 사례를 선정해 시상하는 'SNU팩트체크 우수상'(20회 운영)과 '한국 팩트체크 대상'(6회 운영) 등을 진행했다.
특히 SNU팩트체크는 지난 2023년 6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와 함께 전 세계 75개 국에서 550여 명의 팩트체커와 학자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팩트 10' 행사를 서울 코엑스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해 'K-팩트체크'의 위상을 높였다.
▲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이 지난해 6월 28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글로벌 팩트 10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IFCN 제공
하지만 지난해 8월 네이버가 지원을 중단하자, 국내 언론사 팩트체커들이 "분노와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입장문을 낸 데 이어, IFCN을 비롯한 전 세계 팩트체커들도 주목했다.
에뇩 냐리키 IFCN 매니저는 지난해 11월 14일 "세계 팩트체킹 서밋 행사 공동 주최 4개월 만에 한국 유일의 팩트체크 플랫폼인 SNU팩트체크가 핵심 후원자의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고, 국제언론인네트워크(IJnet)도 지난해 7월 14일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민간 팩트체크 플랫폼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NU팩트체크는 이날 "SNU팩트체크는 한국어로 된 유일한 팩트체크 데이터베이스로서 그간 언론계는 물론 학계, 초중고등학교에서도 팩트체크의 살아있는 교재로 이용돼 왔다"면서 "비록 SNU팩트체크에 신규 콘텐츠는 게시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축적된 모든 자료를 시민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읽기 전용(Read Only)으로 플랫폼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SNU팩트체크의 재개를 위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독립적인 재정지원을 해주실 뜻 있는 기관 및 개인들의 참여가 있다면 SNU팩트체크는 언제든 다시 시작될 것"이라면서 "7년 여간 최선을 다해 5000여 건의 검증을 수행해 주신 기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언론사 팩트체크 동기부여한 플랫폼 문 닫는 건 한국 언론자유의 퇴보"
그동안 SNU팩트체크 플랫폼을 활용해 미디어 연구를 진행했던 학계에서도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16일 <오마이뉴스>에 "대한민국 여론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팩트체크란 건강한 아이템을 중립적으로 운영해온 플랫폼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면서 "언론사 스스로 팩트체크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동기부여를 해준 SNU팩트체크가 문을 닫는 건 대한민국 언론 자유의 퇴보"라고 지적했다.
▲ 지난 2023년 6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10' 첫날 한국 팩트체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와 SNU팩트체크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75개 국에서 550여 명의 팩트체커와 언론인, 학자 등이 참여했다. ⓒ IFCN 제공
미국과 유럽에선 구글, 메타(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 트위터(현재 'X'), 틱톡 같은 글로벌 IT 기업이 IFCN 등을 통해 팩트체크 매체에 재정 지원을 해왔고, 국내에선 네이버가 비슷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SNU팩트체크와 네이버를 싸잡아 '좌편향'으로 공격했고, 결국 네이버는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 지원은 물론 포털 서비스까지 중단했다. 정작 한겨레, 경향신문 같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 언론사는 SNU팩트체크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TV조선, 채널A, MBN 등 보수 성향 매체 비중이 압도적이다(2024년 8월 19일 기준 30개 매체).
▲ SNU팩트체크 제휴 언론사(2024.8.19. 기준 30개 매체) ⓒ SNU팩트체크
송경재 교수는 "네이버가 팩트체크를 지원한 건 그나마 포털의 긍정적 기능이었는데, 정치적 위압으로 대놓고 (지원)하지 말라고 한 건 충격"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른바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며 '가짜뉴스'의 해악을 강조했다. 정작 지난 7년 동안 가짜뉴스를 비롯한 허위정보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해온 국내 유일한 팩트체크 플랫폼이 윤석열 정부에서 문을 닫게 됐다.
이에 송 교수는 "대통령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뭔지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건 가짜뉴스고, 자신에게 유리한 건 진짜뉴스라는 트럼프 식 사고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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