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독일 날씨는 한국만큼 덥다. 한풀 꺾여야 할 8월 중순인데도 폭염이 기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주, 독일 도시 한낮 온도는 33~34도를 넘었고 이런 날이 일주일 중 절반을 넘었다. 내가 사는 도시 관청에서는 중급 재난 경고문을 연거푸 발송했다. 노약자 외출을 자제하고 야외 활동을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내가 독일에 처음으로 거주했던 2005년, 가정 집은 물론 상점이나 사무실에도 에어컨이 설치 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동차에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에어컨조차 독일에서는 설치를 별도로 요청해야 했다. 20여 년이 지난 후 과거에 비해 비해 나아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여전히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
2020년 통계에 의하면, 독일내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5%정도로 매우 낮다. 그에 반해 한국내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80% 이상이다. 한국 상업용 사무실과 상점 에어컨 보급률은 거의 100%지만, 독일은 30% 이하로 추정된다고 한다.
실제로 독일 작은 가게나 오래된 건물 대부분은 에어컨이 없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가게조차 에어컨을 틀더라도 아주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이다. 더운 기운만 잠시 누른다고 해야 할까? 시원함을 넘어서 다소 춥다고 느끼게 되는 한국의 냉방 선호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내가 아는 작은 식당도 에어컨은커녕, 작은 선풍기 두 대만을 틀 뿐이다. 무엇보다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구 하나 이곳이 너무 덥다고 불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른은 물론 아주 어린아이들도 덥다고 짜증내거나 불쾌해 하지 않는다.
어째서 에어컨이 없느냐 따지거나 에어컨을 켜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없다. 한낮 기온 섭씨 34도에서 말이다. 마치 에어컨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이다. 어째서 이들은 그러한가? 궁금해서 몇 가지로 정리해 봤다.
덥다고 투정을 부리지 않는 독일
첫째, 한국과 다른 독일의 기후적 특성이다. 일반적으로 독일 여름의 평균기온은 30도를 넘지 않고 그 기간조차 매우 짧은 편이다. 이 더위가 얼마 못가 꺾일 것이라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온 다습한 한국과는 달리 습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도 큰 차이다.
대서양의 영향을 받아 하루에도 여러 번 비가 내려서 기온을 낮추고 바람도 많이 부는 편이라 습도를 날려버린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인해 독일 여름 평균기온은 매년 높아지고 있기는 하다.
두 번째로는 건물 특성이다. 독일 주택은 단열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재질과 구조로 지어졌다. 습도가 높지 않은 독일은 강렬한 햇볕을 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시원하다. 실내로 들어오면 더 시원한 것이다. 예로, 독일 사람들은 더울수록 모든 출입문과 창문을 닫는다. 이중 삼중으로 설치된 바깥 창까지 모두 닫는다. 그럼으로써 외부의 더운 기운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는 셈이다.
셋째, 도시내 녹지 비율의 차이다. 예로 독일의 주요 도시에는 공원, 산책로, 강변 녹지 등이 잘 발달되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녹지가 풍부한 도시 중 하나인 베를린은 녹지율이 약 30%이며 주요 도시인 함부르크(27%), 뮌헨(20%)을 비롯해서 도시 녹지율이 높다.
한국은 녹지율을 높이기위해 애를 쓰고는 있으나, 서울(16%), 부산(18%), 대구(12%)로 차이가 있다. 녹지율이 낮은 도시에서는 낮동안 뜨거워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건물에서 뿜어내는 열로 인해 밤새도록 열대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주, 한국은 열대야라 잠을 설쳤다고 하지만, 독일 밤은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잘 만큼 서늘했다.
넷째. 높은 에너지 비용과 절약 정신이다. 올해 독일의 에너지비 지출은 역대 최고로 높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그간 코로나 19사태 대책 중 하나로 제공되던 정부의 에너지보조 비용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촛불 하나 켜기 위해 10명을 모았다는 독일인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이들은 여전히 에어컨 설치와 운영비가 비싸며,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에어컨 사용으로 지금은 시원하지만, 이상기후로 초래되는 손해와 미래 지출을 계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높은 인식수준과 행동이다. 독일은 엄격한 분리수거 및 재활용제도,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의 확대, 교통분야와 농업, 소비분야에서 친환경 정책 등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지구를 위해 지금 행동할 것
최근에는 프라이데이스 포 퓨처(Fridays for Future)라는 국제적인 기후운동이 독일에서도 활발하다. 이 운동의 창시자는 당시 15세 였던 그레타 툰베리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스웨덴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해 충분히 대응하지 않는다며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2019년 9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4백만명 이상이 참여하여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기후 시위로 기록되었다. 그 후 전세계 청소년들이 동참하는 국제적인 운동으로 발전했다.
작은 도시인데도 초록색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을 나는 가끔 본다. 동네의 아이들과 청소년이 참여하여 도시 전체를 돌며 전단지를 나눠준다. 유모차를 끌고 참여한 젊은 부모와 어른들은 그 옆에서 함께 행진하며 외친다. 지금의 편리함보다 미래 지구를 위해 바로 지금 행동하라고 말이다. 이 모습을 보며 앞으로 오랫동안 에어컨 없는 더운 여름을 독일에서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독일에 처음으로 거주했던 2005년, 가정 집은 물론 상점이나 사무실에도 에어컨이 설치 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동차에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에어컨조차 독일에서는 설치를 별도로 요청해야 했다. 20여 년이 지난 후 과거에 비해 비해 나아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여전히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
▲ 어째서 에어컨이 없느냐 따지거나 에어컨을 켜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없다. ⓒ minhtriet26 on Unsplash
2020년 통계에 의하면, 독일내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5%정도로 매우 낮다. 그에 반해 한국내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80% 이상이다. 한국 상업용 사무실과 상점 에어컨 보급률은 거의 100%지만, 독일은 30% 이하로 추정된다고 한다.
실제로 독일 작은 가게나 오래된 건물 대부분은 에어컨이 없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가게조차 에어컨을 틀더라도 아주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이다. 더운 기운만 잠시 누른다고 해야 할까? 시원함을 넘어서 다소 춥다고 느끼게 되는 한국의 냉방 선호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내가 아는 작은 식당도 에어컨은커녕, 작은 선풍기 두 대만을 틀 뿐이다. 무엇보다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구 하나 이곳이 너무 덥다고 불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른은 물론 아주 어린아이들도 덥다고 짜증내거나 불쾌해 하지 않는다.
어째서 에어컨이 없느냐 따지거나 에어컨을 켜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없다. 한낮 기온 섭씨 34도에서 말이다. 마치 에어컨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이다. 어째서 이들은 그러한가? 궁금해서 몇 가지로 정리해 봤다.
덥다고 투정을 부리지 않는 독일
▲ 습도가 높지 않은 독일은 강렬한 햇볕을 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시원하다. ⓒ ripey__ on Unsplash
첫째, 한국과 다른 독일의 기후적 특성이다. 일반적으로 독일 여름의 평균기온은 30도를 넘지 않고 그 기간조차 매우 짧은 편이다. 이 더위가 얼마 못가 꺾일 것이라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온 다습한 한국과는 달리 습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도 큰 차이다.
대서양의 영향을 받아 하루에도 여러 번 비가 내려서 기온을 낮추고 바람도 많이 부는 편이라 습도를 날려버린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인해 독일 여름 평균기온은 매년 높아지고 있기는 하다.
두 번째로는 건물 특성이다. 독일 주택은 단열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재질과 구조로 지어졌다. 습도가 높지 않은 독일은 강렬한 햇볕을 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시원하다. 실내로 들어오면 더 시원한 것이다. 예로, 독일 사람들은 더울수록 모든 출입문과 창문을 닫는다. 이중 삼중으로 설치된 바깥 창까지 모두 닫는다. 그럼으로써 외부의 더운 기운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는 셈이다.
셋째, 도시내 녹지 비율의 차이다. 예로 독일의 주요 도시에는 공원, 산책로, 강변 녹지 등이 잘 발달되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녹지가 풍부한 도시 중 하나인 베를린은 녹지율이 약 30%이며 주요 도시인 함부르크(27%), 뮌헨(20%)을 비롯해서 도시 녹지율이 높다.
한국은 녹지율을 높이기위해 애를 쓰고는 있으나, 서울(16%), 부산(18%), 대구(12%)로 차이가 있다. 녹지율이 낮은 도시에서는 낮동안 뜨거워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건물에서 뿜어내는 열로 인해 밤새도록 열대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주, 한국은 열대야라 잠을 설쳤다고 하지만, 독일 밤은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잘 만큼 서늘했다.
넷째. 높은 에너지 비용과 절약 정신이다. 올해 독일의 에너지비 지출은 역대 최고로 높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그간 코로나 19사태 대책 중 하나로 제공되던 정부의 에너지보조 비용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촛불 하나 켜기 위해 10명을 모았다는 독일인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이들은 여전히 에어컨 설치와 운영비가 비싸며,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에어컨 사용으로 지금은 시원하지만, 이상기후로 초래되는 손해와 미래 지출을 계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높은 인식수준과 행동이다. 독일은 엄격한 분리수거 및 재활용제도,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의 확대, 교통분야와 농업, 소비분야에서 친환경 정책 등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지구를 위해 지금 행동할 것
▲ 시위가 있는 동안 [미래를 위한 금요일] 기후파업 포스터가 도시 곳곳에 붙여있다 (개인소장) ⓒ 서정은
최근에는 프라이데이스 포 퓨처(Fridays for Future)라는 국제적인 기후운동이 독일에서도 활발하다. 이 운동의 창시자는 당시 15세 였던 그레타 툰베리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스웨덴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해 충분히 대응하지 않는다며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2019년 9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4백만명 이상이 참여하여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기후 시위로 기록되었다. 그 후 전세계 청소년들이 동참하는 국제적인 운동으로 발전했다.
작은 도시인데도 초록색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을 나는 가끔 본다. 동네의 아이들과 청소년이 참여하여 도시 전체를 돌며 전단지를 나눠준다. 유모차를 끌고 참여한 젊은 부모와 어른들은 그 옆에서 함께 행진하며 외친다. 지금의 편리함보다 미래 지구를 위해 바로 지금 행동하라고 말이다. 이 모습을 보며 앞으로 오랫동안 에어컨 없는 더운 여름을 독일에서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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