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아가씨> 60년 기념 감상회 열린다
오는 29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자료와 증언으로 되돌아보는 시간 가져
세태가 변하면서 환갑을 챙기는 경우가 이제는 별로 없지만, 사람이 아닌 노래의 환갑을 기념하는 이색적인 감상회가 열릴 예정이다. 바로 1964년 8월에 발표되어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동백 아가씨> 60년을 기념하는 자리이다.
옛가요사랑모임 유정천리에서 마련한 <동백 아가씨> 60년 기념 감상회는 오는 8월 29일 목요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8월 29일로 행사 날짜를 특정한 이유는, 영화 주제가로 만들어진 <동백 아가씨>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 첫 날, 그러니까 영화 <동백 아가씨>가 개봉한 날이 1964년 8월 29일이기 때문이다. <동백 아가씨>가 수록된 음반 역시 8월에 출시되었을 것은 틀림없으나, 정확한 발매 날짜는 알 수 없다.
한 시절을 풍미한 가수 이미자의 대표곡이기도 하고, '왜색'이라는 이유로 한때 금지곡의 대명사였기도 하고,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최초로 음반 판매량 10만 장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는 <동백 아가씨>. 영욕이 교차했던 그 60년 세월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깃들어 있다.
영화 주제가 <동백 아가씨>는 당연히 영화 <동백 아가씨>를 전제로 하는데, 영화의 원작은 또 라디오 드라마였다. 1963년 4월에 출범한 동아방송 라디오에서 6월 10일부터 한 달 남짓 방송한 연속방송극 <동백 아가씨>가 영화의 원작이다.
드라마 <동백 아가씨> 방송 당시에도 김희조가 작곡한 주제가가 따로 만들어져 성우들의 연기와 함께 전파를 탔는데, 백영호가 작곡한 영화 주제가와는 전혀 다른 드라마 주제가를 이번 감상회에서 들어 볼 수 있다.
자사 연속방송극을 소재로 한 영화의 주제가였기 때문인지, 동아방송에서는 이미자의 노래 <동백 아가씨>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밀어줬다고 한다. 이번 감상회에서는 그러한 당시 상황에 대해서 동아방송 개국(開局) 멤버이자 1960~1970년대 유명 라디오 PD였던 안평선씨가 직접 나서 상세한 증언을 들려 줄 예정이다.
확실한 통계에 근거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발표 이후 1년이 채 안 된 1965년 4월에 이미 <동백 아가씨> 음반 판매량이 3만 장을 넘었고, 10년쯤 뒤인 1974년 연말에는 누적 판매량이 15만 장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감상회에서는 그런 다양한 기록의 확인과 함께, 비슷해 보이면서 조금씩 다른 여러 가지 <동백 아가씨> 음반 가운데 어느 것이 초판인지도 소개된다.
필름이 사라진 영화 <동백 아가씨>에서 어느 대목에 주제가 <동백 아가씨>가 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시나리오, 그리고 1966년 1월부터 <동백 아가씨>의 방송을 금지한 방송윤리위원회의 결정 내용이 담긴 목록 등도 그동안 흔히 볼 수 없었던 의미 있는 자료들이다.
비록 방송 금지곡이 되기는 했지만 인기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았던 <동백 아가씨>였기에, 1966년 6월에는 그 인기를 바탕으로 가수 이미자가 일본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동백 아가씨> 곡조에 새로운 일본어 제목과 가사를 붙인 <恋の赤灯(사랑의 붉은 등)>는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한국 대중가요가 1960년대에 경계를 넘어 국외로 간 의미 있는 기록 중 하나이다.
일본에서는 <恋の赤灯>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미자가 일본어로 부르는 <동백 아가씨>가 어떠했는지는 오히려 많은 한국 대중에게 관심사가 되었다. 그 바람에 일본 음반이 은밀하게 수입되어 이른바 '빽판'으로까지 만들어지는 일이 벌어졌는데, 당시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켰던 그런 불법 복제음반 자료도 감상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대중가요가 사회상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라는 말은 무척 진부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딱히 부정하기도 어렵다. 유신정권의 위세가 절정이었을 때 전면적인 금지가 이루어졌던 시대의 어둠, 그러면서도 1979년 일본 전 수상이 내한했을 때에는 연회장에서 <동백 아가씨>가 아무렇지 않게 불렸던 권력의 이중성, 1987년 민주화 국면 와중에 드디어 족쇄가 풀리게 된 해금까지, <동백 아가씨>의 곡절은 정말 많기도 하다.
100년을 훌쩍 넘어선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 의미 있는 작품이 적지 않지만,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동백 아가씨>의 환갑은 충분히 돌아볼 만한 일이다. 가수 이미자 외에는 이제 노래와 관련된 인물들 대부분이 벌써 세상을 떠나고 없다. 하지만 <동백 아가씨>를 향유하는, 계속해서 듣고 부르는 대중이 있는 한 지난 60년은 그저 박제된 과거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옛가요사랑모임 유정천리에서 마련한 <동백 아가씨> 60년 기념 감상회는 오는 8월 29일 목요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8월 29일로 행사 날짜를 특정한 이유는, 영화 주제가로 만들어진 <동백 아가씨>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 첫 날, 그러니까 영화 <동백 아가씨>가 개봉한 날이 1964년 8월 29일이기 때문이다. <동백 아가씨>가 수록된 음반 역시 8월에 출시되었을 것은 틀림없으나, 정확한 발매 날짜는 알 수 없다.
▲ 영화 <동백 아가씨> 개봉 광고 ⓒ 동아일보사
한 시절을 풍미한 가수 이미자의 대표곡이기도 하고, '왜색'이라는 이유로 한때 금지곡의 대명사였기도 하고,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최초로 음반 판매량 10만 장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는 <동백 아가씨>. 영욕이 교차했던 그 60년 세월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깃들어 있다.
영화 주제가 <동백 아가씨>는 당연히 영화 <동백 아가씨>를 전제로 하는데, 영화의 원작은 또 라디오 드라마였다. 1963년 4월에 출범한 동아방송 라디오에서 6월 10일부터 한 달 남짓 방송한 연속방송극 <동백 아가씨>가 영화의 원작이다.
드라마 <동백 아가씨> 방송 당시에도 김희조가 작곡한 주제가가 따로 만들어져 성우들의 연기와 함께 전파를 탔는데, 백영호가 작곡한 영화 주제가와는 전혀 다른 드라마 주제가를 이번 감상회에서 들어 볼 수 있다.
▲ 연속방송극 <동백 아가씨> 프로그램 소개 ⓒ 동아일보사
자사 연속방송극을 소재로 한 영화의 주제가였기 때문인지, 동아방송에서는 이미자의 노래 <동백 아가씨>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밀어줬다고 한다. 이번 감상회에서는 그러한 당시 상황에 대해서 동아방송 개국(開局) 멤버이자 1960~1970년대 유명 라디오 PD였던 안평선씨가 직접 나서 상세한 증언을 들려 줄 예정이다.
확실한 통계에 근거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발표 이후 1년이 채 안 된 1965년 4월에 이미 <동백 아가씨> 음반 판매량이 3만 장을 넘었고, 10년쯤 뒤인 1974년 연말에는 누적 판매량이 15만 장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감상회에서는 그런 다양한 기록의 확인과 함께, 비슷해 보이면서 조금씩 다른 여러 가지 <동백 아가씨> 음반 가운데 어느 것이 초판인지도 소개된다.
필름이 사라진 영화 <동백 아가씨>에서 어느 대목에 주제가 <동백 아가씨>가 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시나리오, 그리고 1966년 1월부터 <동백 아가씨>의 방송을 금지한 방송윤리위원회의 결정 내용이 담긴 목록 등도 그동안 흔히 볼 수 없었던 의미 있는 자료들이다.
▲ <동백 아가씨>가 포함된 방송윤리위원회 금지곡 목록 ⓒ 방송윤리위원회
일본에서는 <恋の赤灯>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미자가 일본어로 부르는 <동백 아가씨>가 어떠했는지는 오히려 많은 한국 대중에게 관심사가 되었다. 그 바람에 일본 음반이 은밀하게 수입되어 이른바 '빽판'으로까지 만들어지는 일이 벌어졌는데, 당시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켰던 그런 불법 복제음반 자료도 감상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동백 아가씨> 일본어 버전이 포함된 빽판의 가사지 ⓒ 이준희
100년을 훌쩍 넘어선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 의미 있는 작품이 적지 않지만,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동백 아가씨>의 환갑은 충분히 돌아볼 만한 일이다. 가수 이미자 외에는 이제 노래와 관련된 인물들 대부분이 벌써 세상을 떠나고 없다. 하지만 <동백 아가씨>를 향유하는, 계속해서 듣고 부르는 대중이 있는 한 지난 60년은 그저 박제된 과거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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