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의원이 재일동포에 혐오 발언 "당당히 싸우겠다"
재일동포 3세 이향대씨, 오사카 센난시 시의원을 상대로 혐오 발언 소송 제기
▲ 변호단과 함께 오사카지방법원으로 향하는 이향대씨 ⓒ 김지운
광복 79주년인 지난 8월 15일, 오사카 지방법원(재판장 야마코토 타쿠)에서 주목할 만한 재판이 열렸다. 재일동포 3세 이향대씨가 오사카 센난시 시의회 소에다 시오리 시의원(자민당)을 상대로 제기한 헤이트스피치(혐오 발언) 소송의 첫 번째 심리. 이향대씨는 소에다 시오리 시의원의 SNS상의 혐오 발언에 대한 550만 엔의 손해배상과 SNS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며 지난 5월 20일 소송을 제기했다.
소에다 시오리 시의원은 이향대씨가 임원으로 재직 중인 '트라이하드 재팬'으로부터 "대표가 중국계 일본인이고, 중국공산당과 관련이 있는 회사"라는 식의 혐오 발언으로 지난 2월 2일 먼저 소송을 당했다. 그 이후부터 X(구 트위터)에 이향대씨의 사진과 함께 "조선학교 출신, 조선학교 어머니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고교무상화 집회에 참가한 사람" 그리고 사촌이 "재일유학생 간첩 사건으로 한국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이철"이라는 글을 게시하며 이향대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재일동포 이철씨는 한국에서 유학중이던 1975년 간첩으로 몰려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재심을 청구, 2015년 2월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간첩 등 모든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소에디 시오리 시의원의 X 게시글 - 내용은 '트라이하드 임원이자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어머니회 전 임원인 이향대. 사촌형제는 재일유학생 간첩사건으로 사형판결을 받은 이철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대표'라고 적혀 있다. (사진 출처 소에다 시오리 시의원 X) ⓒ 소에다 시오리 시의원 X
이향대 씨는 이날 구두변론을 통해 "소에다 시오리 시의원은 저의 사진 4장을 인용해 마치 범죄자처럼 '동일 인물이 틀림없을 것 같네요'라며 X에 투고했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정말 눈을 의심하고, 깊이 상처받고, 얼굴을 내밀고 걷는 것이 두려워 가족들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이내 알려져 아이들까지도 깊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조선학교 고등학교 무상화 재판'에 참여한 것, 어머니회 임원을 한 것이 무엇이 나쁜 것일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제 사촌 이철씨 사진에 '스파이 용의로 사형 판결'이라고만 적어 X에 투고했습니다. 이철씨는 조국 대한민국에서 조작과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 당했고 당시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 사람을 우롱하고 다시 범죄자 취급하며 SNS상에서 천덕꾸러기로 만든 소에다 시오리 시의원에게 저는 더할 나위 없는 분노를 느끼고 용서할 수 없는 마음으로 가득합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소에다 시의원은 이날 심리에 참석하지 않고 "차별적 언동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금 지출의 필요성을 추궁하는 가운데 원고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근거 없이 '차별주의자'라고 단정하는 것은 개인 공격에 해당하며 명예훼손입니다"라고 서면으로 구두변론을 대신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호인단은 "이번 혐오 발언은 공직자가 개인을 대상으로 한 비열한 혐오 발언이며 범죄다. 누군가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개피리를 불면 개들이 몰려든다는 인식으로 자신의 정치세력을 모으기 위해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향대씨는 "일본에서 재일동포들은 사생활이나 초상권, 명예를 쉽게 짓밟히고, 취급 당해도 되는 걸까요?"라며 "재일동포로서, 엄마로서 당당하게 혐오발언과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심리를 방청한 한 재일동포 대학생은 "시의원이 이런 혐오 발언을 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차별이 이렇게나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곧 방학이 끝나는 대로 대학교 학생들에게 이 문제를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6년 6월부터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을 시행 중이다. 이 법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 출신자와 그 자녀에 대한 차별적 언동은 '용인되지 않는다'고 명기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오사카시 역시 2016년 7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헤이트스피치 억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공직자인 시의원이 개인을 표적으로 삼은 혐오 발언에 대한 이례적인 사건이라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소에다 시오리 시의원은 X에서 일본군성노예피해자, 조선인 강제동원은 모두 날조된 거짓말이며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위한 청년회 활동, 독도는 다케시마로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등 일본 극우성향의 발언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 기자회견장에서 헤이트스피치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이향대씨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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