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지역 식민화' 핵 자본에 맞서, 탈핵 말하려 907 기후정의행진에 갑니다

핵발전소의 열 식힐 바다조차 뜨거워지는 지구에는 핵없는 평화가 기후정의 아닐까요?

등록|2024.08.20 12:11 수정|2024.08.21 17:25
인간관계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일 학창 시절에, 소설을 한 권 읽었다. 하루아침에 빛을 뿌리는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들과 우연히 노출되지 않을 수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운명이 갈리는지 묘사한 책이었다. 당시 터져나오던 빛과 먼지구름에 노출된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 빛에 노출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사고지역에서 빠져나와 먹을 것과 물을 찾아다녔다. 우연히 발견한 우물에 마실 물이 생겼다며 기뻐하며 물을 마셨으나, 며칠 되지 않아 죽었다. 그때부터 물 쟁탈전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오염되지 않은 물을 찾아 살아남으려 서로를 의심하고, 빼앗았다... 사방이 오염된 환경에서 부족한 물자를 나누며, 함께 고난을 이겨낸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이 시기, 체르노빌 핵사고에 관하여 알게 되고, 몇 년 뒤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사고가 난다. 대를 이어 피폭이 이어지는, 내부피폭의 무서움을 책으로 간접경험 한 입장에서, 후쿠시마 핵사고는 피부로 와닿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진 당시 일본에 있던 한 사람은 TV를 돌려도 자연경관 다큐멘터리만 나와서 귀국했다고 알려주었다. 일본은 핵사고 이후, 수습할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사고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무렵 방사성 오염 식품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서 가족들과 크게 싸웠다. 가족들은 내게 자유를 침해할 권리가 없다고 화를 냈다. 돈 있는 일본 사람은 일본이 아닌 지역에서 생수를 구입하여 유치원생에게 먹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방사성 물질 노출량에 암 발생 확률이 비례한다는 것, 세포분열이 활발한 시기에 방사선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강연도 들었다.

2023년 8월 24일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처음으로 방출된 날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희석했으니 괜찮다고, ALPS로 방사능 핵종을 잘 걸러냈다고 광고했다. 그런데 핵사고 이후 오염수를 방출한 사건은 전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어떤 핵종이 오염수에 포함되어 있는지, 방사성물질 총량, 방출 기간에 관하여 도쿄전력은 언급하고 있지 않았다. IAEA는 도쿄전력 보고서의 전제인 '해양투기'를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 시민사회가 제시한 대형탱크 보관이나, 고체화 방안을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IAEA는 해양 방출을 결정한 이후에 평가의뢰를 받았으므로 '정당화 프로세스' 즉, 경제, 사회, 환경요인까지 고려하여 이익이 손해를 넘어서야 한다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IAEA는 최종보고서를 통해 "IAEA와 그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현재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아직 폐로처리가 되지 않은 곳이다. 이 상황에서 오염수 방출 기간은 91개월에서 20~30년으로 증가했다. 사고 후 30~40년 안에 폐로를 마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은 지켜질 수 없다고 원자력시민위원회가 말하는 상황이다. 해양투기를 결정했던 당시 다른 선택지보다 경제적으로 해양투기를 하면 34억엔 정도가 소요되어 우위에 있어서 결정했다고 했으나, 이미 들어간 비용만 해도 해저터널, 방출시설 건설비 포함 2021~2024년에만 437억 엔이 소요될 것이고, 해양 방출에 따른 수요대책으로 2021년도 추경예산에 300억 엔을 책정하는 등, 비용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도 과거의 일이 되었다는 지적을 탈핵신문에서 하고 있다. (2023년 8월 탈핵신문 113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관련 IAEA 최종보고서 비판)

방사성 물질을 많은 양의 물에 넣는다고 방사성 원소가 사라지는 게 아니므로, 방사선량이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중요하다. 먹는 음식으로 내부 피폭될 경우 체내에서 방사능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월성 나아리에서는 원전이 가동되는 것만으로도 피폭되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5.8 규모 지진이 있을 때 잠시 원전을 멈추었을 때 몸속 삼중수소 수치가 감소했다가, 재가동 직후 원래 수치로 복구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2017년 3월 2일 최유리 기자 "숨만 쉬어도 피폭당하는 경주 나아리 사람들) 현재까지도 핵발전소 방사능의 영향을 받는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

2024 07 09 전라남도청 앞에서, 한수원에 관여촉구를 요청한빛 1,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의견 수렴절차 중단 위한 전라남도청 적극 관여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사회주의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빛 1, 2호기 수명연장 절차 중 하나인, 노후핵발전소 30km 인근 6개 지자체 주민들에게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을 진행했다. 이는 수명연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인근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존재하는 절차이다. 그런데 한수원 측 수명연장 담당 직원도 다 이해하지 못하는 수백 쪽의 문서를 읽었다는 사인을 하게 하고, 한빛 1, 2호기 계속 운전을 응원한다는 선물을 들고 사진을 찍게 했다. 그런데 이 초안은 후쿠시마 핵사고와 같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중대 사고를 상정하지 않았고, 최신기술 기준이 미적용되었으며, 승인받지 못한, 심사 중인 사고관리계획서 초안을 토대로 작성하였고, 6기의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는 다수호기 사고영향평가가 누락되었으며, 주민대피, 보호 대책이 누락되었다.

이에 평가서 초안을 제출받은 6개 지자체 중 4개 지자체(고창군, 부안군, 영광군, 함평군)는 공람을 보류하고 한수원에 여러 차례 보완을 요청했다. 한수원은 보완 요청한 내용은 기술적 내용이라 지자체의 검토사항이 아니며, 항목별 작성 요령에 따라 작성되었는지만 확인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답변하였다.

2024년 7월 12일 영광 공청회 반대 기자회견 '한빛 1, 2호기 수명연장 절대반대, 엉터리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 당장 철회하라, 법적 수순만 강요하는 공청회 우리는 거부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주민과 연대자들입니다. ⓒ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이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로 인증하는 공청회를 진행할 때도, 공청회 연기공문을 보냈음에도 답변하지 않고 한수원이 공청회 당일날 대관되지 않은 건물 앞에서 무산 선언을 하였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의하면 '사업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2회에 걸쳐 개최되지 못하거나 개최는 되었으나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에는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다'. 이러한 무산 선언은 그 시행령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다.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절차가 있음에도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절차만 진행되는 것이다.

2024 07 23 장성문화예술회관 앞지자체는 공청회 연기 공문을 보내고 한수원은 그에 응답하지 않은 채 공청회 예정일이 왔습니다. 주민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수원은 시간 지켜서 도착했습니다. 대관조차 되지 않은 장성문화예술회관 앞에서 한수원은 공청회 무산 선언을 하는 중입니다. ⓒ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학창시설 읽었던 소설의 결말은 다음과 같다. 어떤 일이 일어난 이후에도, 우리가 서로에게 배워야 할 것은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서로 나눠야 하는 것 인가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도 탈핵은 필요하다. 지역의 의견을 묵살하고 식민화하여야만 작동하는 핵발전소, 고압 송전선로로만 송전 가능한 전력, 더 큰 사고 나기 전에 그만 쓰자. 이미 피해 입은 주민 보상에 더 힘쓰자. 역사상 10만 년간 유지되는 국가와 정부가 없었는데, 10만 년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대책도 없이 계속 양산하는 것 그만두자.

지역을 식민화하는 핵 자본에 맞서, 탈핵을 말하려 907 기후정의행진에 같이 갑시다.
덧붙이는 글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소설은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로 제목이 바뀐 것 같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