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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단풍 물든 듯', 국가지정문화재에 무슨 일이

제주 산방산 정상부 구실잣밤나무 집단 고사 위기, 연일 폭염·가뭄에 병해충 확산 겹쳐

등록|2024.08.20 09:48 수정|2024.08.20 09:48

▲ 지난 18일 촬영된 산방산 정상부가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 ⓒ 제주의소리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7호로 지정된 산방산 정상부의 나무들이 집단 병해충 피해로 고사 위기에 놓여 산림당국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19일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와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정상부에서 병해충에 감염된 구실잣밤나무 다수가 발견됐다.

전날인 14일 서귀포시에 "산방산 정상부에 병해충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고사목이 넓게 퍼져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현장 예찰한 결과 확인된 것이다.

문화재보호구역인 정상부는 출입이 제한돼 있어 서귀포시는 세계자연유산본부에 신고 내용을 전달했고, 본부는 이튿날 현장 예찰을 통해 감염 의심목의 시료를 채취해 국립산림과학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피해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먼 거리에서도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변한 정상부가 보일 정도로 피해 본수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폭염·가뭄 이어진 동시에 병해충 급속도 확산

▲ 지난 18일 촬영된 산방산. 정상부만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보이는 모습이다. ⓒ 제주의소리


▲ 산방산 병해충 피해목. 사진 제공=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 ⓒ 제주의소리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연일 폭염, 가뭄이 이어진 동시에 병해충이 급속도로 확산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암벽인 산방산 정상부 특성상 수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가뭄에 취약한데, 최근 고온 건조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나무의 수세가 약해진 상태에서 수분과 양분을 빨아먹어 나무를 말라 죽이는 해충이 급증해 피해가 커졌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본부가 지난 7월 중순 모니터링했을 당시까지 병해충 감염 의식목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아 약 한달만에 병해충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유산본부 관계자는 "급경사 지형으로 낙석 위험이 커 드론으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예정으로, 아직 고사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며 "정확한 원인이 나오는 대로 병해충 나무주사 등 방제 작업을 실시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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