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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욕설듣는 엄마, 이 가족은 왜 무너졌나

[리뷰]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

등록|2024.08.20 13:47 수정|2024.08.20 13:47
'자유 VS 통제' 사이 부부간 서로 다른 삶의 기질과 교육관의 차이가, 부부갈등을 넘어 자식과의 불화로까지 번지며 위기에 빠진 한 가족의 가슴아픈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8월 19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강압적으로 하지마 VS 자유뒤에 숨지마, 강자 부부'편의 첫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양춘오-김은례 부부는 결혼 31년차로 전남 순천에서 거주중인 60대 노부부였다. 남편과 아내는 자녀 양육관의 차이로 오랜 세월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남편과 자식이 한편이 되어 자신의 말을 듣지않는다"며 아이의 심각한 상태가 걱정되어 상담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남편은 "아내가 가정 내에서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고 남편과 자식의 이야기을 묵살하여 대화가 안된다"라고 반박했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지런한 아내는 부동산 중개 보조원으로 근무하면서 스스로 키운 작물판매,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까지,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랄만큼 하루하루 열심히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남편은 고교 영어교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후 한가로운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부부는 성격과 라이프스타일이 극과 극이었고, 아내는 남편이 게으르고 본인이 해야할 일도 제대로 하지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부부의 아픈 손가락은 자식들이었다. 서른 살이 된 부부의 장남은 1급 자폐증 진단을 받아 발달장애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아내가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이유도 훗날 아픈 아들의 미래를 대비하여 부동산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지금 이순간에 즐겁고 충실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모토'라는 입장이었고, 아내의 원대한 계획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내의 눈에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자식과 미래에 대한 아무런 의지도 계획도 없는 것 같다는 서운함으로 이어졌다.

양육관의 차이

▲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 관련 이미지. ⓒ MBC


부부는 자폐아인 아들을 둘러싸고 성격과 양육관의 차이로 충돌했다. 아내는 남편과 아들에게 시종일관 강한 어조로 지시하는 명령조의 말투를 사용하며 다소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남편과 아들은 내내 그런 아내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상황을 지켜본 오은영은 "두 분이 하시는 생각이 다 맞다"고 진단하며 부부의 생각이 저마다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의 아내와 현실적이고 신중한 성격의 남편은, 극명하게 다른 성향 차이를 파악하지 못하여 서로를 각각 '공격적이다.''나태하다'만 생각하는 탓에 싸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 오은영은 "이 부부간에 서로 접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아내가 아들을 엄하게 훈육하는 모습이 비록 애정에 기반한 것이라고 하지만,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폐인의 특징은 분노,기쁨 등 정서적인 자극의 해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을 혼내는 방식으로 막기만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게 오은영의 조언이었다.

부부가 자신 때문에 다투기 시작하자 아들은 몹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엄마가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허겁지겁 밥을 먹기도 했다. 이에 대하여 오은영은 "아내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자폐가 있는 아이 앞에서 소리지르고 싸우는 건 아이의 증상에 더 나쁘다"라고 단호하게 당부했다.

이 부부의 또다른 갈등 원인도 자녀 문제였다. 부부의 둘째 아들은 오래전부터 엄마와 심각한 불화를 빚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스무살이 된 둘째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별다른 직장이나 소속없이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아내는 성인이 된 아들이 매일같이 방에서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낸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편은 이번에도 아내와 둘째 아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싸움을 피하기 위하여 그저 두 사람의 대화를 막는데만 전전긍긍했다.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아내는 자폐증상이 있는 첫째와는 다르게 키우기 위하여 둘째의 교육에 열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방향'으로만 사사건건 아들을 간섭하고 통제했고, 이에 반발한 아들과의 사이가 틀어지게 됐다는 것. 아내는 둘째와 벌써 6년째 제대로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여 충격을 안겼다.

아내는 "둘째 아들이 빗나가게 된 것은 모두 남편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아내는 남편의 과잉보호가 아들을 망쳤다"며, 아들이 무슨 일을 하던 그저 방관했고 아내의 훈육조차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편은 "아내의 공격적 언행이 더 문제였다"며 이번에도 전혀 상반된 교육관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둘째 아들은 엄마에게 수시로 폭언을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아들은 엄마에게 화가 나면'이 X, 저 X' '죽여버린다.'는 식의 욕설과 막말을 일삼는가 하면 서로 몸싸움까지 벌였다고.

▲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 관련 이미지. ⓒ MBC


급기야 아내는 아들의 눈빛이 이상하다고 의심하다며 제작진에게 '마약 검사'까지 의뢰했다면서 충격을 안겼다. 그럼에도 아들의 편만 드는 남편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감추지못했다. 아내는 "가슴에 멍이 들었다"며 아들에게 받은 상처를 토로하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아내에게 패륜적인 언행까지도 포용하라고 아들을 옹호하기에 급급했다. 남편은 아내가 먼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남편은 제작진과의 대화에서 "아내는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다. 자신을 비난하고 질타만 하는 사람과 누가 대화하고 싶겠냐. 언어가 중요한데 아내는 언어를 쓸 줄 모른다"고 호소했다.

오은영은 "남편은 부모가 아이를 믿어줘야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철학적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아내는 일상에서 적용할수 있는 '실천적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부부의 차이를 설명하며 "서로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교육관의 깊이가 달라서 서로 접점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억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은영, 엄마의 소통방식에 의구심

한편으로 오은영은 "아이가 부모한테 욕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내는 아이의 행동만 보고, 남편은 아이의 마음을 본다"고 설명하면서 "일반적인 부모는 걱정되는 상황이 생기면 아이들에게 먼저 물어보고 대화로 푼다. 그러나 아내는 대화가 안되니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터무니없는 의심까지 번진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들이 수위가 높은 문제행동으로 발전하기까지는 그 원인을 찾아보고 부모로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내와 둘째 아들의 사이가 이렇게 멀어진데는 혹시 아내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의구심을 드러냈다.

외출했던 둘째 아들이 귀가했다. 미리 방송 촬영 사실을 알리지 못했던 부부는 둘째 아들이 오기전부터 긴장한 모습을 드러내며 안절부절했다. 다행히 제작진이 둘째 아들을 먼저 만나 전후사정을 알리고 촬영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

둘째 아들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엄마와 충돌했다. 아내는 직장도 수익도 없이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둘째 아들을 질타했다. 이에 아들은 곧바로 엄마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드러내며 수위높은 폭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부모-자식간의 정상적인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날선 대화에,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패널들도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부부는 둘째 아들 문제로 또다시 말다툼을 벌였다. 아내는 둘째 아들의 일탈에도 훈육 한번 제대로 하지못하고 수수방관하며 눈치만 보는 남편의 태도를 비난했다. 이에 남편은 아내의 말이 옳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며 아들을 옹호했다.

부모가 다투는 소리에 둘째 아들이 방문을 열고 다시 나와 엄마와 대치하면서, 살얼음을 걷는듯한 위태로운 장면이 이어졌다. 남편과 첫째 아들은 아내와 둘째 사이에서 그저 속수무책으로 눈치만 봤다.

둘째 아들은 "내가 게임 중독자처럼 보이냐" "엄마가 보기엔 아빠가 자기 할말하고 사는것처럼 보이냐"고 따지면서 오랫동안 엄마에 대하여 누적된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을 짐작게 했다. 급기야 아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괴성을 질러대기도 했다.

사실 둘째 아들은 이날 스튜디오에도 출연하여 부모님과 자신의 다툼 장면을 담은 VCR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아들은 용기를 내어 부모와 함께 상담을 받기로 했다고. 과연 이 가족의 숨겨진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다 포기하고 싶고 절망적이었다"는 둘째 아들의 이야기와 함께 위기의 가족을 위한 솔루션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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