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가 말이 안 되는 이유
이탈리아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 지음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화성에 돔 형태의 주거지를 만들고, 새로운 종(種)이 거주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20년 내 100만 명이 화성에 거주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
이대로라면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주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닐까. 스티븐 호킹은 "인류는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구에 머물지 말고,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계획은 지구인들을 설레게 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한 일론 머스크는 우주 개발 업체 SpaceX를 통해 자신의 거대한 야심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다. 일론 머스크는 재사용 가능 로켓 '팰컨 9'를 개발해 로켓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또, '스페이스X'의 자회사인 '스타링크'는 약 6,000개의 위성을 우주에 띄웠다. 정말 화성 이주(식민지)의 꿈이 이뤄지는 걸까.
일론 머스크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천재인 건 분명하지만, 화성에 거주지를 만든다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생각해보면, 일론 머스크의 야심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막연히 '전기차, 자율 주행 시대를 개척한 일론 머스크라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믿은 측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재사용 가능 로켓도 만들었으니 어찌 귀가 솔깃하지 않겠는가.
이탈리아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는 자신의 책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북인어박스)에서 '우주 이주'라는 인류의 꿈을 과학적으로 세밀히 검증하며 현실적 한계를 짚어나간다. 또, 우주사업가들이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그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 역시 아메데오 발비의 날카로운 검증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화성까지 얼마나 걸릴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거리와 시간'이다. 아메데오 발비는 "지구와 화성은 약 5,5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현재(그리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어떤 기술로도 6개월 이내에 화성에 도달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게다가 승무원, 적재 물자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추정 소요 기간은 약 9개월" 정도로 늘어난다.
'화성까지 이동 과정에서 위험 요소는 무엇일까?'
9개월이 걸리더라도 화성까지 이주할 의사를 밝히는 지원자가 있다고 치자. 과연 안전하게 도착할 수는 있을까. 아메데오 발비는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은 지구 저궤도보다 훨씬 더 적대적인 환경에 놓인다"며 위험 요소들을 설명한다. 우선, "지구 표면에서 매년 받는 양보다 100배 이상 많"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고, 장기간의 무중력 상태는 신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또, 지구와 거리가 멀어지면 실시간 통신이 지연된다.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지구의 기술진으로부터 사실상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아무런 문제 없이 화성까지 도착한다고 해도 착륙선을 내려보내는 일부터 쉽지 않다. 화성의 대기 저항이 특히 적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행된 약 50개의 임무 중 성공한 사례가 절반이 되지 않"다는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과연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이 맨 처음 나왔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화성의 평균 온도는 섭씨 -60도 정도지만, 가장 낮을 때는 섭씨 -150 이하까지 떨어진다. 또, 화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 95%로 구성되어 있어 호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표면 기압도 지구의 100분의 1 수준이다. 대기가 희박하니 방사선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인류가 닻을 내리기에 나쁜 환경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더 있다. 화성의 강한 바람이 일으키는 모래 폭풍은 화성 전체를 뒤덮기도 하는데, 몇 달 동안 먼지가 공중에 떠다니며 태양 빛을 가린다. 운 좋게 폭풍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해도 전자 장비와 태양 전지판의 손상은 불가피하다. 또, 화성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장기 체류할 경우 신체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도 산소 희박(대기 중 이산화탄소에서 추출하는 방식은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승무원들에게 호흡에 필요한 수 톤의 산소를 공급하기에 턱없이 부족), 물 확보의 어려움(화성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은 토양과 섞인 얼음 형태), 경작에 쓰일 수 없는 토양(토양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부적절) 부재, 일조량 부족(지구의 60% 수준) 등도 해결이 난망한 과제이다.
아메데오 발비는 왜 이 책을 썼을까. 저자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소위 '사이비 우주 장사꾼들'의 허황된 주장에 따금한 경종을 울린다. '화성 편도 여행' 상품을 팔았던 '마스 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직원이 고작 4명뿐이었던 마스원은 기부금, 자금 모금, 홍보용 상품으로 사람들을 낚아서 수백 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다가 2019년 파산을 선언했다.
일론 머스크는 다를까. 그는 "2022년까지 100~200명을 태운 유인우주선을 화성에 보내"고, "2025년에는 화성에 식민지를 개발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알다시피 실현이 난망하다. 아메데오 발비는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에서 겪는 문제와 화성 내 생존에 필요한 엄청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비단 아메데오 발비만의 의견이 아니다. 영국의 저명한 우주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 마틴 리스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도 "일론 머스크가 추진 중인 화성 이주 계획은 망상"이라고 일각한 바 있다.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목소리는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물리 법칙과 과학 이론을 무시한 그의 계획은 공허하다. 우리 모두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내용은 수십억 년에 걸쳐 누적된 지구 생물권을 우주 밖 다른 곳에 그대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메데오 발비는 우리에게 "비상용 지구는 없"을 뿐더러 "필요하지도 않"다고 강변한다. "우리의 생존을 단기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조건들일 뿐"이고, "다른 경로를 모색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화성의 기후와 환경을 바꾸는 게 쉬울까, 지구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쉬울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히 나온다. "지구는 우리의 진짜 우주선"이다.
이대로라면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주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닐까. 스티븐 호킹은 "인류는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구에 머물지 말고,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계획은 지구인들을 설레게 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아메데오 발비(지은이), 장윤주(옮긴이), 황호성(감수) ⓒ 북인어박스
일론 머스크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천재인 건 분명하지만, 화성에 거주지를 만든다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생각해보면, 일론 머스크의 야심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막연히 '전기차, 자율 주행 시대를 개척한 일론 머스크라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믿은 측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재사용 가능 로켓도 만들었으니 어찌 귀가 솔깃하지 않겠는가.
"일론 머스크 본인도 인정했듯이, 스타십 계획의 시간표는 상당히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그는 2016년의 연설에서 2022년에 무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고, 2024년에 첫 번째 우주인들을 보낼 준비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스타십 우주선은 대략 10킬로미터 높이까지 시험 비행만 수행했으며, 슈퍼 헤비는 아직 지상에서 이륙조차 못했다." (p. 138)
이탈리아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는 자신의 책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북인어박스)에서 '우주 이주'라는 인류의 꿈을 과학적으로 세밀히 검증하며 현실적 한계를 짚어나간다. 또, 우주사업가들이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그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 역시 아메데오 발비의 날카로운 검증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화성까지 얼마나 걸릴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거리와 시간'이다. 아메데오 발비는 "지구와 화성은 약 5,5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현재(그리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어떤 기술로도 6개월 이내에 화성에 도달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게다가 승무원, 적재 물자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추정 소요 기간은 약 9개월" 정도로 늘어난다.
'화성까지 이동 과정에서 위험 요소는 무엇일까?'
9개월이 걸리더라도 화성까지 이주할 의사를 밝히는 지원자가 있다고 치자. 과연 안전하게 도착할 수는 있을까. 아메데오 발비는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은 지구 저궤도보다 훨씬 더 적대적인 환경에 놓인다"며 위험 요소들을 설명한다. 우선, "지구 표면에서 매년 받는 양보다 100배 이상 많"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고, 장기간의 무중력 상태는 신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또, 지구와 거리가 멀어지면 실시간 통신이 지연된다.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지구의 기술진으로부터 사실상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아무런 문제 없이 화성까지 도착한다고 해도 착륙선을 내려보내는 일부터 쉽지 않다. 화성의 대기 저항이 특히 적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행된 약 50개의 임무 중 성공한 사례가 절반이 되지 않"다는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과연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이 맨 처음 나왔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화성의 평균 온도는 섭씨 -60도 정도지만, 가장 낮을 때는 섭씨 -150 이하까지 떨어진다. 또, 화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 95%로 구성되어 있어 호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표면 기압도 지구의 100분의 1 수준이다. 대기가 희박하니 방사선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인류가 닻을 내리기에 나쁜 환경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더 있다. 화성의 강한 바람이 일으키는 모래 폭풍은 화성 전체를 뒤덮기도 하는데, 몇 달 동안 먼지가 공중에 떠다니며 태양 빛을 가린다. 운 좋게 폭풍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해도 전자 장비와 태양 전지판의 손상은 불가피하다. 또, 화성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장기 체류할 경우 신체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도 산소 희박(대기 중 이산화탄소에서 추출하는 방식은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승무원들에게 호흡에 필요한 수 톤의 산소를 공급하기에 턱없이 부족), 물 확보의 어려움(화성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은 토양과 섞인 얼음 형태), 경작에 쓰일 수 없는 토양(토양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부적절) 부재, 일조량 부족(지구의 60% 수준) 등도 해결이 난망한 과제이다.
지구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곳조차 화성에 비하면 천국이다.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일은, 심지어 몇 년간의 왕복 임무만 하더라도 엄청난 성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화성으로 떠나는 일은 대규모 자살만큼이나 미친 짓일 수 있다. (p. 120-121)
아메데오 발비는 왜 이 책을 썼을까. 저자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소위 '사이비 우주 장사꾼들'의 허황된 주장에 따금한 경종을 울린다. '화성 편도 여행' 상품을 팔았던 '마스 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직원이 고작 4명뿐이었던 마스원은 기부금, 자금 모금, 홍보용 상품으로 사람들을 낚아서 수백 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다가 2019년 파산을 선언했다.
일론 머스크는 다를까. 그는 "2022년까지 100~200명을 태운 유인우주선을 화성에 보내"고, "2025년에는 화성에 식민지를 개발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알다시피 실현이 난망하다. 아메데오 발비는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에서 겪는 문제와 화성 내 생존에 필요한 엄청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비단 아메데오 발비만의 의견이 아니다. 영국의 저명한 우주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 마틴 리스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도 "일론 머스크가 추진 중인 화성 이주 계획은 망상"이라고 일각한 바 있다.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목소리는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물리 법칙과 과학 이론을 무시한 그의 계획은 공허하다. 우리 모두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내용은 수십억 년에 걸쳐 누적된 지구 생물권을 우주 밖 다른 곳에 그대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메데오 발비는 우리에게 "비상용 지구는 없"을 뿐더러 "필요하지도 않"다고 강변한다. "우리의 생존을 단기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조건들일 뿐"이고, "다른 경로를 모색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화성의 기후와 환경을 바꾸는 게 쉬울까, 지구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쉬울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히 나온다. "지구는 우리의 진짜 우주선"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a href="https://wanderingpoet.tistory.com"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wanderingpoet.tistory.com</a>)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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