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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자 평하는 시문

[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 18] 남명은 송·죽·매·국의 사군자를 무척 좋아하였다

등록|2024.08.24 11:20 수정|2024.08.24 11:20

▲ 덕천서원 강당인 ‘경의당(敬義堂)’에서 남명 선생의 생애와 사상에 관한 강의를 허권수 경상대 명예교수에게 들었다. ⓒ 김종신


남명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좋아하던 송·죽·매·국의 사군자를 무척 좋아하였다. 시문 중에 이에 관해 여러 수를 남겼다. 역시 원문은 한자이고 여기서는 허권수 님의 번역이다.

국 화

춘삼월에 꽃을 피워 비단으로 성을 이루는데
국화 너는 어이하여 가을이 다 간 뒤 꽃 피우냐?
서리에 시들어 떨어지는 것 조물주가 허락지 않는 건
응당 저물어 가는 해의 다하지 못한 정을 위해서였겠지.

대에 부는 바람

세 친구 어울리던 쓸쓸한 오솔길 하나 나 있는데
한미한 사람 가장 동정하여 어려운 일 좋아하네
그런데도 싫도다! 소나무와 한 편이 되지 않고서
바람에 내맡겨 형세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소나무에 비친 달

솨솨 찬바람 소리 자주 시원스러운데
달과 어울리니 산뜻하면서도 근엄하구나
어느 곳엔들 크고 좋은 나무 없을까마는
덕 항상 지키지 못하고 이리 저리 마음 변하니.

눈 속의 매화

한 해 저물어 홀로 서 있기 어려운데
새벽부터 날 샐 때까지 눈이 내렸구나
선비 집 오래도록 매우 외롭고 가난했는데
네가 돌아와서 다시 조촐하게 되었구나.

서리 속의 국화

찬 국화 만송이에 얇은 이슬 맺혔는데
짙은 향기 제일 많은 곳 뜰 한복판이구나
좋은 집에서 채색 꽃 입고 춤추는 중양절
술잔에 사람 얼굴 비춰 맑구나.

▲ 4월 15일, 경남 진주문화연구소에서 펴낸 <진주 문화를 찾아서- 남명 조식>의 저자인 허권수 경상대 명예교수와 함께하는 ‘남명 조식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 라는 주제로 떠나는 여행은 먼저 산청 덕천서원(德川書院)으로 향했다. 경의당 뒤편 남명 선생의 위패를 모신 숭덕사(崇德祠)로 허권수 명예교수는 일행을 곧장 이끌었다. ⓒ 김종신


조선시대 선비들은 사군자와 함께 연꽃도 무척 애호하였다. 남명도 다르지 않았다.

연꽃을 읊다

꽃봉오리 늘씬하고 푸른 잎 연못에 가득한데
덕스런 향기를 누가 이처럼 피어나게 했는가?
보거나! 아무 말 없이 별 속에 있을지라도
해바라기 해 따라 빛나는 것 정도만은 아니라네.

일급 선비의 자격증이라면 문·사·철·시·서·화에 거문고를 탈 줄 알았다. 남명이 거문고를 탔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시를 남겼다.

거문고 소리

세 성인 오묘한 뜻 거문고에 있나니
조용히 거두는 곳에 참된 소리 있더라
부끄러워라! 그대 나에게 아양곡(峨洋曲) 권하나
보잘것없는 내가 어찌 음악 이해할 수 있겠나.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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