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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과 맞붙는 할아버지, '까롬'이라 가능하다

세로 90cm 크기의 판 위에서 경기, 손기술 관전 포인트

등록|2024.08.21 10:27 수정|2024.08.21 10:27

▲ 제2회 세대공감 까롬대회에 다양한 세대, 인종의 까롬 동호인들이 참가했다. 까롬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 된 모습 ⓒ 차원


지난 17일 토요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기록원에서 제2회 세대공감 까롬대회가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까롬연맹(회장 배도헌)이 주최했고, 서울특별시체육회(회장 강태선)가 후원했다.

대회는 단식부문과 주니어 복식부문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7세부터 70대까지 까롬을 즐겨온 100여 명의 동호인이 참석했다. 그중에서는 일본, 인도, 스리랑카 등 다양한 나라 출신의 참가자들도 있어 각 나라의 간식을 가져와 나누기도 했다.

까롬은 가로, 세로 90cm 크기의 판 위에서 손가락으로 스트라이커를 튕겨 까롬멘과 퀸을 까롬보드의 네 모서리 구멍에 집어넣는 게임이다. 셀 수 없는 전략과 변수가 존재해 경기 내내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지고, 스트라이커를 튕기는 손기술이 경기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한 라운드당 30분에 총 6라운드를 진행하는 스위스리그 결과 단식 1, 2, 3위는 미태셔, 강보성, Danish 선수가 차지했다. 우승자 미태셔씨는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인도 출신의 선수로,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1일까지 몰디브 말레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안까롬선수권대회에도 한국을 대표해 출전했다. 약 12개국이 참가했는데, 한국은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명이 참가했다. 준우승 강보성 선수는 스리랑카 출신의 귀화한 한국인이다.

주니어 복식 1, 2, 3위는 김진솔/안은호 팀, 이우솔/고건우 팀, 최재원/조해우 팀에게 돌아갔다. 우승을 차지한 갈현초 6학년 김진솔 학생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경기를 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지금은 주니어지만 앞으로 실력을 쌓아서 성인 대회에도 나가고 국제대회에도 나가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 외에도 참가한 모든 주니어 선수들에게 참가상과 트로피가 주어졌다. 주니어 선수들은 오브레인, 우리동네키움센터, 광현지역아동센터, 진관아동센터 등 자신의 활동 기관에서 평소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아왔다는 후문. 이날 대회장에서도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팀원과 협력하고 상대와 경쟁하며 기량을 뽐냈다.

또 단식 부문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소속 8명의 청각장애인 선수도 참가했다. 평소 센터에서 꾸준히 까롬을 연습하고 즐겨온 이들은 이날 대회에서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한 라운드에서 승리할 때마다 활짝 웃고 두 팔을 벌리며 누구보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1년부터 20년 넘게 센터에서 수어 봉사로 이들과 호흡해 온 최숙희 통역사도 동행해 대회 진행을 도왔다. 최 통역사는 그동안 센터 소속 노인들에게 까롬을 교육하고 다양한 대회에 함께 출전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바둑, 체스에 준하는 전략과 양궁, 당구와 같은 기술 필요

▲ 주니어 선수들을 코치한 지도자들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 보다, 다음에 또 하고 싶은 상대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차원


한국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스포츠인 까롬은 수백 년 전 인도에서 처음 시작해 이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몰디브, 네팔 등 남동아시아 국가에서 발전했다. 지금은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즐기는 실내스포츠다. 까롬월드컵, 세계까롬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유로컵, 한일전 등 다양한 국제경기가 열린다.

까롬은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스트라이커를 어디에 둘지, 어떤 까롬멘을 공략해야 할지 전략을 짜야 하기에 바둑과 체스에 준하는 상당한 두뇌 회전과 전략을 요구한다. 양궁, 당구와 같은 정교한 기술과 집중력도 필요하다. 어린이들의 집중력 개발,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에도 특효인 셈이다. 특히 손가락만을 사용해 경기해 체력적인 부담이 없어 신체 능력이 취약한 이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한편 한국에는 가로수까롬클럽, 물푸레까롬클럽, 오브레인까롬클럽, 김해다문화까롬클럽 등 다양한 까롬 동호회가 존재한다. 2000년 국제까롬연맹에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대회를 개최하고 민관과 협력해 교육을 진행하는 등 꾸준히 저변을 넓혀오고 있다. 함께 까롬을 즐기고 싶다면 이들을 찾아가면 된다.

까롬 전파를 위해 애쓰고 있는 배도헌 한국까롬연맹 회장은 이날 대회가 끝난 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였다. 특히 올해는 수많은 초등학생들이 참가해 대회가 더 빛났다"며 "어린이들이 앞으로 더 까롬을 즐기고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대회 시작 전 기념 촬영하는 제2회 세대공감 까롬대회 참가 선수들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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