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내놓은 믹스팝 장인, JYP 소속 걸그룹 맞아?
[신보 리뷰] 엔믹스 < Fe3O4: STICK OUT >
▲ 엔믹스 NMIIXX ⓒ JYP엔터테인먼트
'케이팝 명가' JYP 엔터테인먼트의 막내 그룹 엔믹스(NMIIX, 해원, 지우, 릴리, 배이, 설윤, 규진)이 19일 새 미니 음반 < Fe3O4: STICK OUT >으로 돌아왔다. 지난 2022년 데뷔한 이래 이른바 '믹스팝'을 고집한 엔믹스는 느리지만 착실한 우상향 성장을 이룬 팀으로 손꼽힌다.
2가지 이상의 각기 다른 장르를 하나의 음악에 녹여낸 엔믹스의 곡들은 냉정히 말해 대중성 측면에선 약점이 있다. 데뷔곡 'O.O'를 시작해서 'Dice', 'Love Like This', 'Dash'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곡들은 부침이 심한 반응을 얻었고, 일부 케이팝 소비자들의 날 선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엔믹스와 JYP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월 발매된 전작 < Fe3O4: Break >의 연장선상에 놓인 이번 새 음반은 더 노골적으로 믹스팝 노선을 강조한다. 타이틀 '별별별 (See that?)'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만의 길을 간다"를 보여주는 듯하다.
새 음반 < Fe3O4: STICK OUT >의 시작을 알리는 '별별별 (See that?)'은 엔믹스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으로 손꼽을 만하다. 올드스쿨 힙합 비트와 곡 중간에 깜짝 등장하는 컨트리 리듬의 이색적인 결합을 시도한 이 트랙에서 엔믹스는 자유분방하게 보컬과 랩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들의 역량을 맘껏 뽐낸다.
뮤직비디오 또한 엔믹스의 방향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공중 부양하듯 하늘 속을 날아다니거나 오토바이 헬멧을 농구공 삼아 덩크슛을 시도하는 멤버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누군가 정해 놓은 틀에 갇혀 있지 않겠다는 자신들만의 신념을 보여주는 듯하다.
멤버 전원 고른 가창력과 댄스 퍼포먼스 실력을 지닌 팀으로 평가되는 만큼 '별별별' 의 춤동작은 예상대로 난이도 극강이다. 역삼각형 구성의 대열을 갖춘 엔믹스는 1990년대 힙합 스타일과 요즘 세로 화면에 적합한 숏폼 성향의 안무가 결합된 춤 선을 강조하면서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믹스팝을 강조한다.
힙합 비트 강조한 전반부 - 메인스트림 팝으로 채운 후반부
▲ 엔믹스 '별별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JYP엔터테인먼트
음반의 전체적인 구성은 앞부분과 뒷부분이 판이하다. 래퍼 키드 밀리가 참여한 두 번째 트랙 'SICKUHH'은 '별별별' 뒤이은 힙합 기반의 음악이다. 티저 이미지 속 쇠사슬을 둘러맨 멤버들의 모습은 마치 이 곡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처럼 비치기도 했다.
반면 후반부로 넘어 갈수록 곡의 형식은 달라진다. 메인스트림 팝 같은 뚜렷한 멜로디 라인을 지닌 음악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일렉트릭 댄스라 분류할 수 있는 'Red light sign, but we go', 'BEAT BEAT' 등에서 멤버들은 빠른 멜로디 속에서도 여전히 균형 잡힌 목소리로 가창력을 뽐낸다.
전형적인 팝/록 장르로 완성된 'Moving On'은 밴드 사운드로 편곡돼 앞선 곡에서 엿볼 수 없던 청량감을 선사한다. 마지막 트랙 'Love ois Lonely'는 경쾌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녹여 팬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엔믹스의 우직스러운 고집
▲ 엔믹스. 설윤-배이-지우-규-릴리-해원 (맨위 좌측부터 시계방향) ⓒ JYP엔터테인먼트
엔믹스는 데뷔 이후부터 JYP표 기존 걸그룹과는 다른 노선을 지향했다. 철저히 대중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춤동작과 멜로디를 강조했던 원더걸스, 미쓰에이, 트와이스, 잇지의 데뷔 초와는 달랐다. 엔믹스는 'JYP'라는 이름표를 강조하지 않으면, 다른 기획사의 작품처럼 여겨질 정도다.
엔믹스의 '믹스팝'이 케이팝 전체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지 못했지만, 엔믹스 및 JYP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이다. 이는 누군가에겐 패기와 우직스러움으로 비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고집스러움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엔믹스의 새 앨범에서 확인한 이들의 노선은 오직 직진이었다.
엔믹스는 4세대로 분류되는 동시대 유명 걸그룹의 행보와 비교할 때 다소 성장 속도가 느리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다. 당찬 6인조 케이팝 그룹은 본인들만의 개성을 하나 둘씩 완성해 나간다. 이제 엔믹스는 엔믹스 만의 길로 접어들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a href="https://blog.naver.com/jazzkid"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blog.naver.com/jazzkid</a>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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