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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당신을 그냥 떠나보내지 않을 거예요"

[어쩌면 우리의 장례이야기] 자신이 죽은 뒤 장례를 걱정하는 이에게

등록|2024.09.10 07:03 수정|2024.09.10 07:03

▲ 2022년 8월 26일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공영장례로 치러졌다. ⓒ 유성호


"공영장례는 어떻게 신청하면 되나요?"

종종 사람들이 제게 물어보는 이 질문 속에는 두 가지 오해가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공영장례가 '무연고 사망자 장례'와 동의어라는 오해이고, 두 번째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신청으로 이루어진다는 오해입니다.

본격적인 공영장례 이야기에 앞서 차근차근 오해부터 풀고 넘어가도록 할게요. 우선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와 동의어가 아닙니다. 공영장례는 보다 넓은 범위를 포괄하고 있어요. '서울시 공영장례 업무 안내'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공영장례란, 공공이 시신의 안치부터 염습, 입관, 화장 후 봉안까지의 장사 절차뿐 아니라 고인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유가족과 지인 등이 고인을 애도할 수 있도록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의식을 지원하는 장례를 말한다." 이 문장 어디에도 '무연고 사망자'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문장 속 고인이 '무연고 사망자'일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거예요.

실제로 서울시는 공영장례 지원 대상자에 '무연고 사망자'뿐 아니라 일부 저소득 시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고인에게 가족이 있고, 그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장례를 치를 의사가 명확하다면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어요.

만약 고인이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었다면 별도의 신청 없이 공영장례가 지원됩니다. 서울시는 원칙적으로 모든 '무연고 사망자'에게 공영장례를 지원하거든요.

계속해서 언급되는 단서가 있지요. 바로 '서울시'입니다. 저는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나눔과나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드는 대부분의 사례는 모두 서울시의 것이에요. "서울 시민이 아닌데 공영장례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는 그래서 가장 곤란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공영장례는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제도가 아니거든요. 공영장례는 지자체 조례에 맡겨져 있습니다. 문제는 조례가 없는 지자체가 있고, 조례가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는 겁니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지역이 서울이 아니어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그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고요. "죽는 것도 서울 가서 죽어야 하네요…"

▲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공영장례조례 ⓒ 나눔과나눔


연령을 가리지 않는 걱정

공영장례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이쯤하고, 이제 이야기를 열어준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공영장례는 어떻게 신청하면 되나요?"라는 질문은 보통 공영장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합니다. 아무 연관 없는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하기는 쉽지 않아요.

이런 질문을 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이유는 자신의 장례가 걱정되어서입니다. 혼자 사시는 홀몸 어르신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하시고요. 중장년, 심지어 청년도 아주 가끔 물어봅니다. 연령을 가리지 않는 걱정인 셈이에요.

이번 글은 그런 걱정을 안고 사시는 분들에게 당신이 죽은 뒤 어떻게 장례가 치러질지 안내하는 글입니다. 임종 순간부터 유골이 어떻게 되는지까지 너무 어렵지 않게 설명해 보려고 해요. 혹시 나의 장례가 걱정인 분들은 제 설명을 천천히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장례를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서 가장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병원에서 죽는 것입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가령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게 될 경우 변사자가 됩니다. 이럴 땐 경찰 수사가 먼저 개입하게 되고요. 경찰이 범죄 유무를 따져보고, 장례를 치러도 된다는 결론이 났을 때 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게 됩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지만 어쨌든 소요를 줄이는 게 가장 좋겠지요. 병원에서 사망하게 될 경우 병사로 구분되어 이 절차가 생략될 수 있으니까요.

만약 시신을 인도받을 가족이 없다면 서류는 지자체로 넘어가게 됩니다. 지자체 공무원은 사망자의 가족관계를 조회하고, 등기 우편을 통해 시신을 인도 받을 것인지 묻게 됩니다. 가족이 없거나 응답을 바로 해온다면 여기서의 소요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응답을 바로 하지 않을 경우 여기서 또 2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시신을 인도받을 의사가 없음을 확정 짓는 시간이에요.

이렇게 인도받을 사람이 없거나 인도받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다면 그때 사망자 앞에 '무연고'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여기까지 짧으면 며칠, 평균적으로 한 달, 길면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리기도 해요. 길어질 경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그건 다음 기회에 따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된 후에는 공문으로 저를 만나게 됩니다. 지자체는 이후의 장례 절차를 위해 장례식장, 화장장, 의전업체(상조회사), 나눔과나눔에 공문을 보내거든요. 공문에는 화장을 위해 필요한 사망자의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장례를 위한 참고 사항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 참고 사항에는 사회복지 전산망을 통해 알아낸 고인의 종교나 장례에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의 연락처 등이 포함됩니다.

시신의 염습, 입관, 운구 등 고인을 대하는 것은 장례식장과 의전업체의 몫입니다. 정성스럽게 염하고 수의를 입혀 관에 모십니다. 시간에 맞춰 화장장으로 모시고 온 뒤, 장례식을 위한 상차림을 하고요.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서울시와 계약한 의전업체의 장례지도사들입니다.

참고 사항에 맞춰 장례를 준비하는 것은 나눔과나눔의 몫입니다. 사별자를 대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맡고 있어요. 고인의 종교에 맞춰 종교 봉사자를 섭외하고, 참여를 원하는 사별자에게 부고 문자를 보냅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보다 쉽게 조문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요. 아, 영정사진도 만들고 있습니다. 낡고 오래된 사진, 주민등록증 사진 등을 최선을 다해 복원하고 편집해 영정을 만듭니다.

두려움과 불안이 해소되길

▲ 서울시 공영장례 절차 중 산골 예식 ⓒ 나눔과나눔


그렇게 모든 준비가 완료된 후에는 절차에 따라 장례식이 진행됩니다. 향을 피우고, 고인에 대해 소개하고, 마지막 한 끼를 대접하고, 술과 인사를 올립니다.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았을 고인에게 잘 가시라는 인사를 담은 조사를 낭독하고요. 마지막으로 헌화까지 한 후에 화장로로 고인을 모십니다.

그다음은 기다림의 시간이에요. 화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 시간 동안 고인의 종교에 맞춘 종교 예식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장례에 참여한 사별자나 시민 조문객이 있다면 각자 애도의 시간을 가집니다. 혹시 장례와 관련해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나눔과나눔의 활동가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요.

한 시간 이십여 분 정도의 기다림 끝에는 화장이 끝난 고인의 유골을 만나게 됩니다. 화장장 직원이 곱게 가루 내어 분골로 만든 뒤 유골함에 모셔요.

그 후 절차는 크게 세 가지로 갈라집니다. 가족이 없었다면 유골함은 '무연고 추모의 집'에 5년 동안 봉안(납골)되고요. 가족이 여러 이유로 시신을 인도받지 못했다면 분골이 유택동산이라는 곳에 산골(분골을 뿌리는 것) 됩니다. 하지만 만약 가족이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자연장을 하고 싶다고 하면 서울시립자연장지에 잔디장을 할 수도 있어요.

여기까지가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의 '처음부터 끝까지'입니다.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이의 손길이 닿고 있지요. 지자체, 의전업체, 장례식장, 화장장, 나눔과나눔, 시민 조문객… 이 모두의 인기척이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에 담겨 있는 셈입니다.

"공영장례는 어떻게 신청하면 되나요?"라는 물음에 충분한 대답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에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품곤 합니다. 자신의 장례가 걱정인 누군가의 두려움과 불안이 해소되길 바라는 맘으로 구구절절 늘어놓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간단해요.

"혼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장례가 걱정이더라도 괜찮습니다. 우리 사회가 당신을 그냥 떠나보내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많은 이의 배웅으로 세상과 이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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