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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을 금강답게, 세종시를 살리자"고? 보부터 없애야 한다

[세종보 천막 소식 111일-112일차] 4대강에 보NO보NO!

등록|2024.08.21 14:04 수정|2024.08.22 09:23

▲ 농성장 주변에서 발견된 오래된 그릇 ⓒ 임도훈


"오~ 이건 진짜 오래 전 그릇 같은데…"

큰 비가 지나간 뒤, 농성장 인근에 깨진 사기그릇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박물관학을 전공했다는 이가 보고는 두께와 그릇 바닥에 찍힌 자국을 보니, 그릇을 구울 때 겹쳐서 쌓아 구워낸 식기 같다고 한다. 투박하게 대량 생산한 그릇 같다고 하는데 본 사람마다 다 다른 해석이다. 어떤 이는 삼국시대에 사용했다, 어떤 분은 조선 백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그릇인지가 무엇이 중요할까. 쓰임을 당하고 좋은 것을 담았다면 아무리 투박해도 좋은 그릇이었을 것이다.

▲ 농성장 주변을 산책하는 백로의 모습 ⓒ 임도훈


천막농성장 주변 웅덩이를 어그적거리며 산책하던 백로가 이제는 가족들을 데리고 온다. 어린 쇠백로 2마리와 중백로가 웅덩이 주변에 그늘이 지는 동안 한참 서 있다가 저녁이 되면 다른 편으로 날아간다. 이 더위가 금강의 생명들에게도 엄청나게 찌는 듯 한 모양이다. 사람도 견디기 힘든 더위인데 백로들은 또 오죽할까 싶다.

낙동강, 대청댐 할 것 없이 녹조가 폭발하는데도 녹조제거선이나 돌리고 있는 환경부가 이 폭염을 더 괴롭게 한다. 답을 다 알고 있지만 하지 않게 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이 결국 강의 생명을 망치고 있다.

이응다리 인근 점점 피어나는 녹조… 수문 닫으면 강은 죽는다

▲ 2018년 세종보 수문 개방 당시 강바닥에 가득하던 붉은깔따구 ⓒ 김종술


세종시 곳곳에 '금강을 금강답게, 세종시 살리는 세종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는 소식을 천막농성장을 찾는 이들이 전해주었다. 전해주는 이들은 대개 세종시민인데 '세종시가 죽었냐'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세종보 수문을 닫고 물을 채워야 세종시가 산다는 뜻 같은데, 수문을 닫았을 때 금강이 녹조와 악취로 다가갈 수 없었던 강이었음을 모르는 것 같다.

지난 2018년,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물 밖으로 드러난 강바닥은 온통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로 덮여있었다. 붉은 깔따구는 환경부 수생태4급수 오염지표종이다. 세종보 강바닥에 펄이 시꺼멓게 쌓였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넘지 못한 물고기들이 죽은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강 아래 썩어가는 뻘로 수질이 나빠지고 그 속에 생명이 하나 살지 못하는 금강을 금강답다 할 수 있을까.

▲ 녹조가 피어오르려는 이응다리 주변의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그야말로 최악의 녹조 소식이 들려오는 와중에 지난 17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도 금강 현장조사를 해보니 금강 세종보 상류도 이응다리 인근에 녹조알갱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인데 만약 세종보가 닫혀있었다면 지금보다 녹조가 더 심하게 피어올랐을 것이다. 만약 세종시의 의도대로 수문이 닫히게 되면 이응다리 주변은 범접할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 녹조 핀 강에서 오리배를 타고 분수를 가동시키는 것이 어떻게 세종시가 발전하는 일인가. 금강을 망치고 세종시를 죽이는 일이다.

흐르는 강을 지키자는 기도… 함께 살자는 마음

▲ 강이 흐르기를 함께 기도하는 예배 ⓒ 함께걷는교회


18일(일) 12시에는 서울에 있는 함께걷는교회 신도들이 농성장을 찾았다. 천막농성장 처음 시작할 즈음에도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위해, 그리고 여기 생명들의 생존을 위해 함께 예배를 드린 적이 있는데 다시 먼 걸음을 와주었다. 10여명의 성도들과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며 생명을 위한 기도를 하고 성찬식을 했다.

'보NO보NO'

교각에 그림을 새로 그려졌다. 아기해달 캐릭터로 보를 철거하자는 메세지를 귀엽게 전하고 있다. 아기해달도 바다에서 마음껏 놀기를 좋아할 텐데 하물며 금강의 생명들은 어떨까. 금강의 생명들로 만화를 만들어봐도 좋겠다. 금강의 친구들이 만화캐릭터가 된다면 금강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을 미루어볼 때 아주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아직 잊지 않고 금강을 찾는 발길들이 한낮의 더위에도 이 긴 투쟁을 포기하지 않게 한다. 특히 세종시민들의 응원과 격려가 늘어난 것은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보람이기도 하다.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강 곁의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가 결국 살아있는 도시라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함께 싸우겠다 하는 그 말들이 결국 이 투쟁의 동력임을 알아간다.

▲ 세종시민들과 함께 투쟁을 이어가는 천막농성장 ⓒ 남은순

'첨벙~'

천막 앞 웅덩이 쪽에서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아기 수달이 놀라서 훽 도망간다. 가끔 고라니와도 눈이 마주치는데 금방 도망가지 않고 한참 쳐다보며 경계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밤에만 만날 수 있는 고라니, 수달친구들 덕분에 야간농성자들이 외롭지 않다. 습고 덥한 밤에 잠시 위로가 되는 친구들의 모습이다.

아기 수달이 뛰어노는 금강을 잘 지켜내고 세종보 철거와 보 처리 방안이 다시 회복된다는 말을 들어 이곳을 떠나기를 어쩌면 누구보다 바라고 있는 것은 우리 일 것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소식이고, 성과이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그 외에 없다. 이곳을 판단하고 폄훼하기까지 않은 수많은 입들을 쳐다보지 않고 오로지 흐르는 강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세종보를 철거하고 본래 금강의 모습을 회복하는 일, 그것이 금강을 금강답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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