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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그녀에게' 보내는 위로와 공감

발달장애 부모 사연 다룬 독립영화 <그녀에게>, 9월 11일 개봉

등록|2024.08.23 09:27 수정|2024.08.23 09:28

▲ 영화 <그녀에게> 스틸컷 ⓒ 영화로운형제, 애즈필름


독립영화 <그녀에게>는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고충과 희망을 깊이 있게 다룬 감동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복잡한 장애 문제를 반영하며 관객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일깨워 준다.

휴먼 드라마로서 정서적으로 깊이있는 몰입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사회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영화 <그녀에게>는 오는 9월 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영화는 쌍둥이를 출산한 성공한 정치부 기자 상연(김재화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둘째 지우가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면서 그녀의 삶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한때 자신의 커리어와 성취에 자부심을 가졌던 상연은 이제 아이를 돌보는 일에 몰두해야만 한다. 장애아를 키우며 겪는 어려움은 육체적, 경제적 부담을 넘어 사회적 낙인과 차갑고 비판적인 시선에 직면하게 된다.

상연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고,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다. 이 모든 엄청난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는 아이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상연은 저널리스트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옹호하기 위해 글쓰기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가 직면하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감정적·심리적 어려움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전직 기자인 류승연 작가의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10년 넘게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며 겪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서사에 녹여내 사회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깊이있게 조명한 것이다.

장애 자녀 키우는 부모들의 현실

▲ 영화 <그녀에게> 스틸컷 ⓒ 영화로운형제, 애즈필름


<그녀에게>는 한국 사회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가 직면한 현실을 자세히 보여준다. 장애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우리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장애가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 교육 시스템의 격차, 장애 자녀를 둔 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 부족 등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가까운 가족의 틀 안에서 장애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가족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영화에서 상연은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미흡한지 깨닫게 된다. 아들 지우가 정규 학교에서 퇴학 위기에 처하자 그녀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부당함에 맞서고 아들을 옹호한다. 이 장면은 우리나라의 교육 및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며, 장애인을 둔 가족이 직면한 구체적인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장애 자녀 양육의 고충뿐만 아니라 인생의 예기치 못한 도전과 씨름하는 부모의 감정적 여정을 깊이 있게 다룬 휴먼 드라마이기도 하다. 충격과 절망에서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엄마로 거듭나는 상연의 이야기는 사랑과 희생, 인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다.

그녀가 경험하는 죄책감, 고립감, 좌절감 등의 감정은 각자의 배경에 관계없이 자녀를 둔 부모라면 모두 깊게 공감할 수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가혹한 현실에 맞서는 상연의 감정을 생생하고 진정성 있게 묘사한 이 작품은 부모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와 함께,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자녀를 키우는 데 따르는 깊고 고통스러운 감정적 경험을 잘 포착해 보여준다.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디테일한 리얼리즘이다. 이상철 감독은 장애 자녀를 둔 가족들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을 묘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그들의 신체적·정서적·심리적 고충을 밀착 취재해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상연이가 겪는 모든 어려움은 많은 장애아 가족이 겪는 일상적인 어려움을 잘 반영하고 있어 현실에 깊이 뿌리를 둔 이야기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한 상연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사회적 고립과 끊임없는 죄책감, 자괴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장애 자녀를 둔 수많은 부모들이 직면하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실과 감동 담은 휴먼 드라마

▲ 영화 <그녀에게> 포스터 ⓒ 영화로운형제, 애즈필름


<그녀에게>는 단순히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고군분투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 대한민국 교육 및 복지 제도의 미비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보다 폭넓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재능을 활용해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상연의 모습은 장애인 가족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하는 감독의 열망을 잘 보여준다.

상연은 영화 말미에 머리를 짧게 자르는데, 이는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개인적인 성장과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이 단순한 행동은 그녀의 감정적 변화와 함께 '어머니'로서의 놀라운 회복력을 반영하며, 영화 전반에 걸쳐 그녀가 겪는 변화에 대한 강력한 시각적 은유로 작용한다.

이상철 감독은 이 영화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깊은 사랑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들이 직면한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따뜻하고 공감 가는 연출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관객들이 스스로의 편견에 도전하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특히 상연 역을 맡은 김재화 배우의 연기는 영화에 감정적 깊이를 더해준다. 장애아를 키우며 현실과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모습을 진심 어린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영화의 중심을 잡고있다.

영화는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희망과 고군분투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장애인 가족이 직면한 어려움을 진정성 있게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를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애'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가족 안에서 개인의 희생과 회복력, 깊은 사랑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 독립영화계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사랑과 인내, 희망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제 개인 SNS,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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