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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제정 정신 되살려야

[넥스트브릿지] 도급제 노동자 보호 위한 노동법의 법고창신

등록|2024.08.26 09:38 수정|2024.08.26 09:38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 지난 7월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1.7% 오른 것으로,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맞게 됐다. ⓒ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4일 2025년도 최저임금을 시간급 1만 30원으로 결정·고시했다. 1986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었지만, 때늦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찾으려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3.6%를 반영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률 탓에 저임금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을 방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더군다나 이번에 결정된 인상률 1.7%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불황 속에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2021년 적용 인상률 1.5%보다 겨우 0.2%p 높았다. 결국 올해에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방식에 대한 성토와 개선 필요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를 되돌아보면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진전도 발견된다. 근로자위원들이 제출한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안건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제도 역사상 처음으로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위 논의는 최저임금 수준과 최저임금법 제4조에 따른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결정이라는 두 가지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비록 6월 13일 제4차 전원회의 결과 플랫폼노동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는 중단되었지만,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이후에도 최저임금 확대 적용 대상과 방식 등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노동계도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최임위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노동자위원)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뉴욕시도 배달라이더에게 별도의 최저임금을 현장에 적용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일단 최임위에서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처음 논의된 플랫폼노동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에 따른 최저임금액 결정에 관한 것이었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1항에서는 최저임금액은 시간·일·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정하도록 하면서 일·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할 때에는 시간급으로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임금이 일의 성과에 비례하도록 정해지는 경우에는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시간 단위가 아니라 업적 단위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에서는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로서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도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민법 제644조에서 말하는 도급계약에 따라서 일을 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지시한 일의 성과에 일정한 단가를 곱하여 임금을 받는, 임금의 결정 방식이 "도급제"라는 것을 의미한다(이하 '도급제 노동자').

이는 이 조에 근거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에서도 확인된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4조에서는 "법 제5조 제3항에 따라 임금이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진 경우에 근로시간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그밖에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해당 근로자의 생산고(生産高) 또는 업적의 일정단위에 의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생산고 또는 업적의 일정 단위에 따라서 임금이 정해지는 것을 "도급제"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과 시행령 제4조는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당초인 1986년부터 존재하였지만, 이제까지 근로자의 생산고(生産高) 또는 업적의 일정단위에 의하여 최저임금액이 결정된 적은 없다. 결정은 고사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된 적조차 없을 정도로 이 조항은 그간 사문화된, 말 그대로 '죽은' 법이었다.

이와 같이 죽은 법을 햇볕 아래에 불러내어 생기를 불어넣은 건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와 같은 노무제공자가 급격히 증가한 시대적 상황, 그리고 이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보호법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법적 보호가 박탈된 법제도적 상황이다.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그동안 노동법은 이들에 대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중간적 유형으로 분류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적용 배제를 고착시켰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수백 건을 넘는 판결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처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근로자"임에도 근로계약 이외의 노무활용을 위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문제, 이른바 오분류는 매우 심각하다. 계약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계약상 법적 지위를 조작하여 근로자를 비근로자화하려는 사업자들의 규범회피행위가 만연하고 있지만 법제도적으로 단호히 대처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은 법'이 넘어야 할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일'의 벽

그런데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어렵게 재판을 통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법적 지위를 획득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빼앗겼던 최저임금에 관한 권리를 되찾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는 도급제 또는 그와 유사한 형태로 노동의 대가를 받아 왔기에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근로자의 경우에 최저임금법 준수 여부는 근로자가 받는 임금 중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해당하는 임금(최저임금법 제6조 제4항 및 제6항)을 시간급으로 환산한 금액과 시간급 최저임금액을 비교하여 판단된다. 이 경우 시간급 최저임금의 비교 대상인 시간급 임금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 즉 소정근로시간(근로기준법 제2조 제8호)이라는 개념 도구를 이용하여야 한다.

하지만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계약에서는 이들이 자신의 노무를 1일 또는 1주에 몇 시간 제공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판결을 통해서 근로자의 지위를 어렵게 획득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소정근로시간을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최저임금법에는 이러한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조항이 없지는 않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 제2항에서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지급제나 그 밖의 도급제로 정해진 임금은 그 임금 산정기간의 임금 총액을 그 임금 산정기간 동안의 총근로시간 수로 나눈 금액을 시간에 대한 임금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서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시간급 임금을 계산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시간급 최저임금과 비교하여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다. 만약, 전자가 후자보다 작다면, 임금청구권의 소멸시효 범위 내에서 그 차액분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보면,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되면, 최저임금법상의 권리를 회복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역시 이 경우에도 근로시간이 문제 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 제2항에서는 임금 총액을 총 근로시간 수로 나누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총 근로시간이 몇 시간인지가 산정되어야 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업적의 양에 따라서 대가를 받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에서는 노동의 대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노무를 제공하는 시간 자체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의 대원칙은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그 권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하는데,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이를 증명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 지난 5월 20일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국여성노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실질임금 하락으로 저임금 노동자 생존권이 위협 받음에 따라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전 사회적 운동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 지원이 시급하다"며 "현대판 신분제도 업종별 차별 적용 저지 및 최저임금 사각지대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 운동본부를 건설하고자 한다"고 출범선언을 발표했다. ⓒ 이정민


재판을 통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점이 확인된 입시학원 강사를 예를 들어 보자. 아마도 입시학원 강사가 자신이 맡은 강의를 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본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강의를 준비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학원 내에서 강의를 준비하였다면 그나마 근로시간으로 평가할 여지가 많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물론 이와 같은 분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경우에도 그 근무형태가 특별한 경우에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되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경우에는 이 문제는 아주 일반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와 같은 도급제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된다고 하여도 빼앗겼던 노동법상 권리를 온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이라고 하는 벽을 넘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에서는 근로자로 하면 소정근로시간이 존재하며, 근로시간은 객관적으로 계산·산정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정근로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도급제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대법원판결을 보면 그렇지 않다. 최근 대법원은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라 서비스제공기관으로 지정된 법인의 인력풀에 등록되어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가정에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보미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아이돌보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그리고 서비스제공기관을 아이돌보미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19다252004 판결).

이 사건에서 항소심 판결은 계약서상 소정근로시간이 없다는 점을 주요 논거로 하여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아이돌보미의 "근로시간"은 근로계약 체결 시부터 확정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특정 가정과 연계된 경우에 확정"된다고 하면서도 이는 "돌봄사업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일 뿐 근로자성 부인의 근거는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돌봄서비스 노동 그 자체의 종속성에 초점을 둔 판결로서 매우 타당한 판단이다.

하지만 소정근로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판단함에 따라서 아이돌보미에 대해서 근로기준법 제18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근로기준법 제18조는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정한 조항으로서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55조의 휴일과 제60조의 연차유급휴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이 합의되지 않은 아이돌모미에게 이 조항은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소정근로시간의 벽뿐만 아니다. "소정근로일"이라는 벽도 존재한다. 통상적인 근로자라면 1주간에 근로하여야 하는 날과 근로하지 않아도 되는 날의 구분이 명확하다. 근로하기로 사용자와 합의한 날을 "소정근로일"이라고 하는데, 이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정하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이다.

그런데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와 같은 도급제노동자에서는 노무를 제공하여야 날에 관해서 계약을 체결할 때 합의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위에서 본 아이볼모미 사건에서 파기 환송심을 맡은 광주고등법원은 아이볼모미와 서비스제공기관 간에 소정근로일수를 정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소정근로일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문제는 소정근로일이 존재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의 주휴일과 제60조의 연차유급휴를 적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법적 지위를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쟁취했지만, 주휴일과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권리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에서 정한 주휴일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사람에게만 부여되고(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0조), 제60조의 연차유급휴가는 소정근로일을 일정 비율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만 부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정근로일에 관한 합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1주간 6일을 연속하여 아이볼돔 서비스를 제공하여도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의 유급주휴일이 부여되지 않아도 법 위반이 되지 않다. 이와 같은 문제는 이미 정수기의 설치·점검·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정수기 기사의 판결에서도 똑같이 제기되었다(대법원 2021. 8. 12. 선고 2021다222914 판결).

이 판결에서도 역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지만 '소정근로일을 정하여 근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연차유급휴가 수당에 관한 청구는 기각하였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제정 정신으로 돌아가야

우리 노동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도급제 노동자를 알고 있었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조항도 존재한다. 근로기준법 제47조가 그것이다. 이 조항은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존재하였는데, "사용자는 도급이나 그밖에 이에 준하는 제도로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조항도 역시 사문화된 조항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초부터 이 조항이 있었다는 것은 필시 도급제 노동자가 그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임금 결정 방법으로서 도급제는 일제강점기에 청부(請負)급제라는 명칭으로 방직공장과 고무공장 등을 중심으로 활용되었고 하는데(신원철, 2016), 1970년대까지도 기계화가 도입되지 않은 경공업의 제조 공정에서 흔히 사용되었다고 한다(신원철, 2003).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1947년 제정된 일본 노동기준법 제27조도 역시 우리 근로기준법 제47조와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일본 노동기준법에서는 청부제(請負制)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청부는 도급의 일본식 한자어이다).

1953년 노동법 제정자들은 도급제 노동이 산업계에서 흔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이들 노동자의 임금 보호를 위하여 근로기준법 제47조를 마련해 둔 것이다. 다만, 도급제 노동이 활발히 이용되던 시기에는 근로기준법이 유명무실하였기에,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점차 산업현장에서는 자취를 감추었기에 노동법에서 도급제 노동은 별다른 의의를 가지지 못하였을 뿐이다. 이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증가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의 도급제 노동에 관한 법조항을 소환하였다. 그리고 이는 최저임금의 보장이나 근로기준법 제47조에 따른 적정 임금의 보장과 같이 임금에 관한 권리를 넘어서, 근로기준법 제55조의 휴일, 제60조의 연차유급휴가와 같은 휴식권도 도급제 노동자가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근로자성의 법적 경계가 불명확하고, 오분류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도 도급제 노동자에 관한 임금과 근로시간·휴식과 관한 규정은 여전히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초에 머물러 있다.

현대적 의미의 노동은 이제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된 지 오래지만, 우리 노동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법에 의한 보호의 지체는 본말을 전도하는 상황까지도 낳고 있다. 노동보호법상의 지체된 내용을 잣대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려고 경향도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성장하여 키가 크면 보다 긴 침대를 마련하여 편안히 발 뻗고 잘 궁리하여야지 억지로 작은 침대에 맞추려고 해서야 되겠는가?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고 했던가. 1953년 제정 근로기준법에서, 1986년 제정 최저임금법에서 도급제 노동자의 임금을 보호하고자 했던 바로 그 정신을 다시 오늘에 살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임금과 휴식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할 때이다.

* 필자 소개: 정영훈은 헌법재판소와 국회미래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노동법을 연구했고 현재는 국립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있다.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와 개별 노동의 유형과 특성에 따라서 특별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방강수, 방강수, “비전형 근로자의 소정근로와 근로조건 — 소정근로일 없는 도급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을 중심으로 —”, <법학논총> 제39집 제2호,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2022.6
신원철, “임금 형태의 변화와 노사 갈등”, <사회와 역사> 제94권, 한국사회사학회, 2012.6, 신원철, “1970년대의 ”, <비정규 노동> 통권 23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03, 14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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