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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불렸던 홍콩 여행기

등록|2024.08.27 11:43 수정|2024.08.27 11:43

▲ 홍콩의 대표적인 야경으로 꼽히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의 모습 ⓒ 이율


골목을 지나칠 때마다 어김없이 자극적인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찔러온다. 매운 카레 가루의 향과 비슷하지만 더 지독한 편이라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잊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걸어본다.

건물마다 외벽에 촘촘히 매달려 있는 엄청난 숫자의 에어컨 실외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하지만 한편으로 상당히 기괴해 보인다. 환 공포증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바로 그 옆에 시공 중인 건물은, 금속이 아닌 대나무를 지지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무너질까 염려되어 다른 길로 돌아가지만,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홍콩 여행의 첫 날은 유쾌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피할 수 없어, 좀처럼 여행 기분이 나지 않았다.

지난 5월에 도착한 홍콩은 선선하지만 때로는 덥기도 한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 여행의 시작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현지인들도 옷차림이 각양각색이었다. 또 영어를 쓰다가도 광둥어(중국어 방언)를 사용하며, 현대적인 고층 빌딩들 사이로 20세기의 느낌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도시 자체가 양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점이 큰 특징이었다.

▲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홍콩의 낮 거리 ⓒ 이율

▲ 현대적인 모습의 홍콩 밤 거리 ⓒ 이율


홍콩(香港)은 향신료(香)를 무역하는 항구(港)라는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는 지명으로, 영국이 청나라(중국)와의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1842년에 난징조약에 따라 식민지로 편입하였다. 그 뒤 오랫동안 영국의 치하에서 자유롭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누리던 홍콩은 1997년에 중국에 반환되어 일국양제(一國兩制) 하에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홍콩은 뉴욕, 런던과 함께 국제 금융의 중심지이자,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10위 이내의 주요 항구다. 또한 전술한 이유로 영어 사용권이며, 서방 세계의 문화가 남아 있어 국제도시로서의 입지도 탄탄하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도시이기도 하다.

다만 연중 평균 온도와 습도가 높으며, 면적 대비 많은 거주 인구로 인해 주거 비용 및 환경이 좋지 못한 것이 큰 단점으로 꼽힌다. 한여름에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으면 천장에 이슬이 맺힐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각 건물의 외벽마다 필수품인 에어컨의 실외기가 잔뜩 매달려 있는 것이다.

▲ 홍콩 항구의 모습이다. ⓒ 이율


홍콩은 크게 홍콩섬과 구룡반도 그리고 신계의 세 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보통 관광객들은 구 시가지인 홍콩섬과 신 시가지인 구룡반도를 여행하게 된다.

홍콩섬에는 영화의 한 장르였던 홍콩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 특유의 감성이 담겨있는 풍경을 직접 목도할 수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당장 눈 앞에서 영화 한 편이 재생될 것만 같다. 그래서 햇살이 따갑지는 않지만 괜히 선글라스가 쓰고 싶어져 가방을 뒤지기도 했다.

지하철(MTR)을 타고 강을 건너 구룡반도로 넘어가 보았다. 세계적인 금융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커다란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서울 못지않은 장엄한 광경으로, 구 시가지와 전혀 조화되지 않는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그에 비한다면 구 시가지가 낙후되어 보일 수 있겠지만 80~90년대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분명 당시의 우리 서울보다도 잘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 세대가 꼭 언젠가는 홍콩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던 것 같다.

또 쇼핑과 미식의 도시라는 수식어를 가진 홍콩의 거리 곳곳에는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어 있는 레스토랑들을 비롯해서 로컬 맛집들이 즐비하며, 온갖 종류의 물건을 취급하는 상점도 많다.

만약 바쁜 일정이나 경제적 사정으로 많은 곳을 여행하기 어렵다면, 필자는 단언컨데 홍콩을 가보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현재와 과거를 모두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 중복 게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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