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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민들 이용하는 자연정원, 그 땅에 숨겨진 사실

(주)남이섬 전 대표 등 민영휘 후손 2021년 이후 토지4필지 매도해

등록|2024.08.26 15:10 수정|2024.08.26 15:11
<충북인뉴스>가 기획한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이 활동에 들어갑니다. 마적단은 국내에 남아있는 친일 잔재를 찾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활동을 합니다. 또 '친일반민족행위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환수 대상이 되는 재산을 찾아 국가에 귀속시키는 활동도 전개합니다. [기자말]

▲ 국가사적지 제212호 청주시 상당산성 전경 ⓒ 충북인뉴스


2021년 4월 대한민국 국가사적 제212호인 청주시 상당산성 내 토지 5필지가 거래됐다. 거래된 토지는 여러 명이 공동소유한 땅으로 모든 토지에 '민준홍'씨와 '민웅기'씨가 소유자로 등재된 땅이다. 토지를 매수한 이는 이아무개씨로, 토지가 있는 마을의 통장이다.

청주시는 이들 토지가 분포해 있는 상당산성 안쪽 터에 자연정원과 갈대밭, 탐방로를 조성했다. 산성의 풍광 자체가 빼어난 데다가 자연정원이 조성되면서 주말이면 청주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아무개 통장이 매수한 토지 일부도 자연정원 부지 안에 포함됐다. 그는 현재 청주시에 수용된 토지에 대해 보상을 신청한 상태다.

뭐가 문제일까

사인과 사인이 토지를 거래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해당 토지의 매도자가 사인이 아니라는 점과 '친일반민족행위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아래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환수대상 토지라는 점이다.

▲ (그래픽=서지혜 기자) ⓒ 충북인뉴스


매도자 '민웅기'는 누구?

현재까지 통장 이아무개씨가 2021년 이후 매입한 청주시 산성동 상당산성 소재 토지는 총 4필지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토지는 매매 당시 3명에서 많게는 그 이상이 공동 소유한 것으로 등재됐다.

민웅기씨 또한 그 소유자 중의 하나로 4필지 토지등기부등본에 모두 소유자로 등재됐다. 민웅기씨는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남이섬을 관리하는 ㈜남이섬의 대표이사 출신이다. ㈜남이섬 법인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그는 1994년 ㈜남이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오랫동안 직을 유지했다. 현재는 그의 아들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민웅기씨의 부친은 한국은행장을 지낸 민병도(1916~2006)다. 대한민국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민영휘의 손자다. 민영휘와 첩 안유풍 사이에 태어난 장남 민대식(閔大植, 1882~1951)의 셋째 아들이다. 이후 민천식의 양자로 입양됐는데, 민천식은 민영휘와 첩 안유풍의 셋째 아들이다.

민병도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의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그의 이름으로 일제에 국방헌금이 납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병도의 후손 측은 언론에 "친일 행적이 있는 민영휘가 당시 민병도의 이름으로 국방헌금을 납부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 (그래픽=서지혜 기자) ⓒ 충북인뉴스


또 다른 매도자 민준홍씨는 누구?

"학교법인 풍문학원은 일제 침략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더욱 악랄해지던 1937년. 풍전등화와 같았던 암울하고 절박한 조국을 위기에서 구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길은 오로지 교육에 있다는 일념으로 조선의 유서 깊은 안동별궁 터를 배움의 장으로 삼아 자주적, 도덕적, 창조적으로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을 건학정신으로 설립하였다." - 학교법인 풍문학원 소개글

민준홍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학교법인 풍문학원의 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법인에 속한 풍문여고는 국가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민영휘와 그의 첩 안유풍의 후손들이 설립한 학교다. 안유풍의 '풍' 자와 글월 '문(文)' 자를 따서 풍문여고로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풍문여고는 1930년대 민영휘의 처 안유풍이 죽자, 장남 민대식이 어머니의 유훈이라면서 학교설립기금을 냈고, 민대식의 아들 민덕기가 설립했다.

민덕기의 장남 민경현씨가 오랫동안 법인 이사장직을 맡았다. 토지 매도자 민준홍씨는 민경현의 아들로 현재 풍문학원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토지 등기부등본에는 민준홍씨는 아버지 민경현씨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돼 있다.

토지 연혁 살펴보니... 결국 민영휘로부터 물려받은 땅

민웅기씨와 민준홍씨 등 민영휘 후손들이 통장 이아무개씨에게 매매한 토지의 기원은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이후 이들 사이에 거래가 이뤄진 토지는 총 5필지다. 일제강점기 시절 작성된 구 토재대장을 확인한 결과, 이중 한 필지는 민영휘에서 계성주식회사, 다시 민영휘의 후손으로 소유자가 변경됐다. 나머지는 '계성주식회사→조선신탁주식회사→민영휘 후손'으로 변경됐다.

계성주식회사는 1935년 민영휘의 재산을 물려받은 후손들이 그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조선신탁주식회사 또한 마찬가지로 민영휘와 그의 후손들이 설립한 회사다. 민영휘 일가 토지의 대부분은 민영휘 혹은 아들 이름이 아니라 조선신탁주시획사에 신탁하는 방식으로 차명으로 관리됐다. 청주시 산성동에만 이렇게 계성주식회사와 조선신탁주식회사 명의로 관리된 토지가 확인된 것만 80필지에 이른다.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의 1호 제안

친일재산귀속법은 2005년 12월 29일 제정돼 2006년 7월 13일 시행됐다.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러일전쟁 개전(1904년 2월 8일)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에 환수토록 했다.

또 후손에게 증여된 것도 환수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제3자가 친일재산인 줄 모르고 선의의 목적으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을 경우는 예외로 했다.

그렇다면 민영휘 후손이 2021년과 2022년에 매도한 토지는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환수대상에 포함될까?

법무법인 온리 이성구 변호사는 "매매 자체의 효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 시행 이후 거래가 됐기 때문에 매매 자체가 무효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예외 조항에 대한 부분도 여지가 있어 단정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매매를 통해 민영휘 후손들이 얻은 '이익금'은 법 취지에 따라 환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봤다. 정리하면, 매매를 무효로 보고 토지를 환수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매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환수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충북인뉴스>가 기획한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은 앞으로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환수를 하기 위한 소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그래픽=서지혜 기자) ⓒ 충북인뉴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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