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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물에 녹아 살았다" 잘못된 보도였다

[팩트체크] 일산화탄소 물에 거의 안 녹아... 부천 호텔 투숙객 "샤워기 수막이 유독가스 차단"

등록|2024.08.23 18:46 수정|2024.08.23 18:52

▲ 일부 언론은 23일 부천 호텔 화재 사건 관련 한 생존자가 "일산화탄소는 물에 녹는다"라는 지식을 활용해 샤워기 물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 뉴스1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22일 경기도 부천시 호텔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한 투숙객이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활용해 살 수 있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23일 화재가 난 호텔에서 구조된 20대 여성 투숙객의 말을 인용해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알고 있었기에 불이 났을 때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고 머리를 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 "일산화탄소 물에 녹는다" 실습 떠올린 여대생, 불길 속 샤워기 틀어 살았다)

<뉴스1> 등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강원도 소재 대학 간호학과 학생으로 평소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알고 있었고, 화재 발생 당시 화장실로 대피해 수건으로 입을 막고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맞으면서 기다리다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일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이라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일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아서?" vs. "샤워기 수막으로 유독가스 차단"

같은 투숙객 사례를 소개한 <연합뉴스> 보도에서는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라는 언급이 없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역시 간호학과에 다닌다는 20대 여성 투숙객은 119로 전화를 걸어 소방대원 안내에 따라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화장실 문을 수건으로 막고 샤워기를 틀었다. 이 여성은 "샤워기에서 뿜어나온 물이 수막을 형성해 일시적으로 유독가스 차단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정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현장] 806호와 807호 엇갈린 생사…"문 닫고 버텨" 기적생존 )

실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일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김치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8년 대한산업보건협회에서 발행하는 <산업보건>(2018년 4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일산화탄소는 가연성, 무색, 무취의 가스로 190℃에서 응축되며 207℃에서 언다. 물에는 거의 녹지 않는다(20℃에서의 용해도 2.3mL/100mL)"라고 밝혔다.

▲ 대한산업보건협회에서 발행하는 <산업보건>(2018년 4월호)에서 김치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가연성, 무색, 무취의 가스로 190℃에서 응축되며 207℃에서 언다. 물에는 거의 녹지 않는다(20℃에서의 용해도 2.3mL/100mL)"라고 밝혔다 ⓒ 대한산업보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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