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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가 쏘아올린 제주 해저터널 고속철도 이야기

도의회 정민구·양영식·송창권 의원, '제주-서울간 철도망 구축 토론회' 개최

등록|2024.08.24 15:07 수정|2024.08.24 16:19

토론회제주도의회 정민구 의원, 양영식 의원, 송창권 의원은 8월23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서울간 철도망 구축을 위한 우리의 과제'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고창남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민구 의원(삼도1·2동), 양영식 의원(연동갑), 송창권 의원(외도·이호·도두동)은 8월 23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서울간 철도망 구축을 위한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제주~서울 해저터널 고속철도' 공론화에 시동을 걸었다.

'제주~서울 해저터널 고속철도' 이야기는 2007년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전라남도와 함께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면서 공식화됐지만 신공항 건설 이슈 등에 밀려 물밑으로 가라앉았고 2008년 한국교통연구원이 이 철도에 대한 구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제주~서울 해저터널 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논의는 전라남도 차원에서는 세미나 등을 통하여 많이 거론되어 왔으나, 제주도의회 차원에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거론된 것이다.

2022년 대통령선거 때에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제주 철도 구축을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전라남도와 달리 서울-제주 고속철에 대한 제주지역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제2공항 건설, 섬 고유의 정체성 상실, 관광 경쟁력 약화 우려 등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송창권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 의회가 처음으로 '제주~서울 해저터널 고속철도' 건설 토론회를 개최하게된 것은 그동안 제주~서울 해저터널 고속철도망 구축은 제주도정에선 '금기시'되다시피 민감했었는데, 그래도 최소한 이에 대한 논의는 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 실장주제 발표를 맡은 이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정책실장 ⓒ 고창남

주제 발표를 맡은 이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정책실장은 서울~제주 수송수요 현황 및 항공교통의 한계, 해저터널 해외사례, 국토부의 지난 2011년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타당성 조사를 내용으로 발표했다.

이 실장은 제주~서울 고속철도망 구축에 따른 이점과 예상 수요, 경제성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제주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고속철도가 만들어지게 될 경우, 현재 항공수요의 70%가량이 철도를 이용하게 되고, 여기에 더해 화물 수송 및 물류 등의 이점 등이 작용하게 되면서, 경제성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서울 고속철도가 구축될 경우 그동안 항공기에 의존하면서 발생했던 이동권의 제한 등 다양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 실장은 항공교통의 경우, 기상 상황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아 지연 및 결항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제주공항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항공 좌석난 및 공항 주차난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육지부로의 긴급 이송 사항이 발생했을 때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이어 이와 같은 문제를 해저터널을 통한 철도 구축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실장은 2011년 국토교통부가 시행한 제주~호남 해저고속철도 타당성조사의 내용을 소개했는데, 여기에서 제시된 6개의 노선대안 모두 해저고속철도의 비용/편익(B/C) 분석결과가 모두 1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은 일반적으로 비용/편익(B/C) 1을 기준으로 1보다 높으면 경제성이 있고, 1보다 낮으면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실장은 해외의 해저터널 사례를 들면서,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고 있는 영불 해저 철도를 언급했다. 그는 "철도가 프랑스와 영국을 직접적으로 이어줌으로써 영국 사람들이 유럽 전역를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고속철도 노선에서 화물을 빠른 속도로 이송시킬 수 있는 특징도 있다"고 전했다.

이 실장은 제주~서울간 해저터널 고속철도 구축 관련 쟁점사항으로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여부, 제주도의 섬으로서 특수성, 재정사업으로 추진 가능성과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 가능성, 제주도에 미치는 사회경제가치, 제주 인근해역의 연약지반 등을 들었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서는 송창권 의원이 좌장을 맡아 백승근 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 이경만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 강호진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 김덕문 제주도 농업인단체협의회 회장, 김의근 제주관광학회장, 김익태 제주도기자협회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백승근 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은 "2011년 국토부 타당성 조사는 국토부가 필요성을 느껴서 한 게 아니라 전라남도 국회의원들 위주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용역비를 반영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제주도가 찬성 반대를 떠나서 논의 자체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운데 제주도의회에서 이런 토론회를 개최해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백 전 위원장은 "고속철도 논의는 철도 연결 그 자체에 매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제주도의 발전 전략과 반드시 같이 병행돼야 한다"며 "2011년에 15조 원이 투입되는데 지금은 20조를 훌쩍 넘는 대규모 투자가 큰 전략없이 단순히 철도가 없으니 연결하겠다는 식으로는 투자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전 위원장은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비전과 전략을 갖고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담을 수 없다"며 "고속철도에 걸맞는 제주도 발전전략도 분명히 제시돼야 한다. 제주도가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만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은 태풍이나 악천후로 항공기가 뜨지 못 해 제주에서 여러 행사를 진행하지 못한 점을 들며 철도망 구축에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2014년 제가 OECD 항공센터 본부장을 했는데 아시아 20여 개 국가에서 60여 명이 제주도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하기로 했는데 기상 악화로 가지 못 했다"며 "그 경험으로 제주도에서는 규모가 큰 국제행사를 할 수 없겠구나란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기상 악화로 결항이 된 항공편이 무려 6000편이나 된다"며 "100만 명 이상이 기상악화로 제주에 오지 못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는 해저터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은 "내년에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솔직히 지금 제주도는 빠져 있다"며 "철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고,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기부상철도나 하이퍼루프 철도도 개발돼 새로운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서울 해저터널 고속철도는 완전히 최첨단 철도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제주~서울 철도망 구축에 대해 시각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김덕문 제주도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농산물 5kg 하나 서울까지 보내려면 운송비가 3000~5000원이 든다"며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1만 원을 받는데 운송비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면 농민에게 돌아오는 돈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저는 농업인단체 회장으로서 제주~서울간 철도망을 설치하는 데 찬성한다.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찬성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기념촬영'제주~서울간 철도망 구축을 위한 우리의 과제'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고창남


이에 반해 반대의견도 있었는데, 강호진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는 먼저 사업비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사업비는 최소 14조 원이고 많으면 20조 원이 넘어가게 될텐데, 국가 재정이 이걸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재정으론 부족하니 민간자본을 끌어오자는 말도 있는데,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 사업의 민간투자 사업 중 국민 입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울러 해저터널이 뚫리게 될 경우 "제주의 정체성이 약화되고, 전라남도의 생활권에 묶여 하부적인 구조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외에 이 철도에 대한 논의가 또 다른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김의근 제주관광학회 회장은 "지금 제2공항만 가지고도 10년 넘게 찬반 갈등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고속철도망까지 던지게 되면 또 다른 갈등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좋은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보였다.

김익태 제주도기자협회장은 "오늘 토론회에 대해 몇몇 지인들로부터 뜬금없고, 맥락없는 토론회를 이 시점에서 왜 하느냐란 얘기를 들었다"며 "제2공항 기본고시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주제여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저터널이 만들어질 경우 항공 이용자의 70%를 흡수한다고 하면 제주공항의 노선은 영남지역과 서울 일부만 남고 국제선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그러면 사실 제2공항이 필요없는 상황이 된다. 제2공항 하고 난 후에 해저터널을 다시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냐는 문제제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찬·반 의견이 분명히 엇갈렸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제주-서울 간 철도망 구축에 대해 공론화를 시작한 점에 대해선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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