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과한 교육열, 떨어지는 출생률... 위기 시대, 교육의 모습은

[굿모닝 퓨처] '포기하지 않는 공교육'을 기대합니다

등록|2024.08.26 11:14 수정|2024.09.02 10:13
'굿모닝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모임인 '지속가능한우리사회를위한온라인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굿모닝충청'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우리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기자말]

▲ Unsplash Image ⓒ neonbrand on Unsplash


우리나라 출생률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출생률의 급감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교육비 등 양육비용 문제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비는 약 27조1000억 원으로 2022년 약 26조 원과 비교해 1조2000억 원이 늘었다고 합니다. 2021년부터 사교육비는 매년 신기록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이며, 사교육을 받지 않는 21.5%의 학생을 제외하면 평균 55만3000원입니다. 사교육비를 제외하고도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니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갖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처럼 치열한 자녀 교육 속에서도 21.5%의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뛰어나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생들도 일부 있겠지만, 아마도 상당수는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못돼서일 것입니다.

심해지는 '교육 양극화'

실제로 우리나라 교육은 점점 더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OECD가 공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성취 수준은 최상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성과와 함께 학교 내 격차와 학교 간 격차가 OECD 평균보다 크게 높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즉,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수학 과목 성취 격차를 보여주는 '학교 내 분산 비율'과 학교 간 성취 수준 격차를 나타내는 '학교 간 분산 비율'이 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PISA의 조사를 보면 2017년 이후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의 국어·수학·영어 교과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수학의 경우 중2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 11.6%, 고2 학생의 경우 14.2%에 해당). 특히 2021년 평가에서 중학교 수학은 읍·면지역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대도시보다 높게 나타난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자료를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우수한 학업성취도는 부분적으로라도 사교육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 5명 중 1명은 사교육을 받지 않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기초학력이 부실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반적으로 사교육 여부가 교육 양극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와 같은 잠정적인 결론을 바탕으로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답이 아닌 시대, 우리가 찾아야 할 해법

우선 사교육을 더 강화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사교육 부담으로 출산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학부모에게 알아서 사교육을 강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사교육 없이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면서도 기초학력을 담보할 수 있는 바른 공교육 정책이 필요합니다.

사교육 없이 공교육의 수월성을 담보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포기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필자는 사교육이 질 좋은 교육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명문대나 의과대 진학을 위한 대학입시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방식은 기본 원리를 이해시키려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수능)시험을 잘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요령을 가르쳐주려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운전면허학원에서 운전을 어떻게 안전하고 잘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운전면허 시험에서 떨어지지 않고 합격할 요령을 더 많이 가르쳐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최근 소위 '서울 최고 명문대학'의 교수님 한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대학에는 과학고 등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는데, 이들이 일반고 출신과 비교할 때보다 더 우수하다는 점을 별로 발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분의 이야기가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한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필자도 그럴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명문대와 의과대학을 향한 대학입시 중심의 사교육이 결코 우수 인재를 길러내는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능 또는 시험 중심의 대학입시는 반드시 극복돼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반드시 한 가지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대학입시가 가능해야 합니다. 이미 중위권 수준의 학생들은 수능 없이 학생부 전형을 통해서 입학이 가능합니다. 최상위권의 대학들도 단순한 시험방식을 벗어나 사교육으로 길러낼 수 없는 창의적이고 잠재적 학습 역량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고 싶어 합니다.

이제 정부는 지나친 간섭보다는 대학을 신뢰하고 지켜봐 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육청을 중심으로 학교는 아이들에게 입시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하고도 깊이 있는 사교육을 뛰어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초·중등 교육에 대한 지방재정교부금이 상당한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사교육 없이도 최고의 교육 서비스를 공교육이 제공해 진정한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쩌면 더 중요한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학업성취도가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학습 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집중적인 학생 관리와 학업 지도로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줄 세우기 방식의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학생을 모두 좋은 인재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부족한 학습 역량을 그저 사교육으로 해결하게 하거나 방치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우수 인재의 부족과 사회 불평등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에게는 수준에 맞는 교사의 밀착 지도와 관리, 각종 첨단 교육 컨텐츠를 활용한 보습교육 등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학생이 미래의 인재로 커나가게 해줘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병욱씨는 한밭대학교 교수(전 한밭대학교 총장)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