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마을 운동(Fair Trade Towns Movement)은 공정무역의 원칙을 지지하고, 지역사회에서 공정무역 제품의 소비를 촉진하며,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무역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사회 운동이다.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는 국제공정무역마을 운동에 기반하여 국제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공정무역마을 목표를 한국에 적합한 수준으로 제정하고, 지역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공정무역 인식증진과 공정무역 상품판매를 촉진하는 공정무역마을 운동을 지원한다.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5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2년마다 재인증 심사를 받아야 한다.

2024년 1월 경기도 안산시는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로부터 17번째로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았다. 공정무역마을이 되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활동을 벌여나가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다양한 지역사회 공동체가 민관협력을 바탕으로 뜻을 모으고 연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안산공정네트워크 고선영 대표를 통해 들어보았다.

- 공정무역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18년 '경기도 공정무역 포트나잇' 행사에 참여하면서 공정무역마을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경기남부두레생협과 안산아이쿱생협에서는 공정무역 물품 판매 및 공정무역 캠페인과 교육활동을 진행해 왔었고, 안산경실련에서는 2016년도부터 윤리적 소비교육 중 공정무역 분야를 포함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공정무역 강사,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을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포트나잇 참여를 계기로 시민과 함께 공정한 소비를 배우고, 환경을 지키며, 공정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안산공정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라는 연대체를 구성했답니다."

안산공정네트워크 참여단체


▲안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안산경실련), ▲안산아이쿱생협, ▲경기남부두레생협, ▲두레커피마을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안산사회적경제연대, ▲안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안산에서 진행한 공정무역마을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공정무역 인식확산을 위한 대중강좌, 생산자 초청강연, 티파티 등을 진행하고, 타지역 우수 사례도 벤치마킹하며, 공정무역 캠페이너 양성과정도 열었습니다. 찾아가는 공정무역 교실을 통해 인식확산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민간 협의체에서 포트나잇 행사를 다채롭게 기획해 300여 명이 참여, 공정무역 운동을 활발히 펼쳐나간 해로 기억합니다. 이외에도 공정무역 커뮤니티 지원활동,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위한 준비교육도 진행했어요."

-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5가지 실천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요, 초기 인증의 경우 ▲공정무역에 관한 조례를 제정, ▲관할 지역에 공정무역제품을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상점이 인구 2만5천 명 당 1개소 이상 있어야 하며, ▲지역에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대학, 학교, 종교기관, 기업 등의 커뮤니티가 1개 이상 있어야 하고, ▲미디어 홍보와 대중의 지지를 위한 교육 및 캠페인, 홍보활동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근거로 민관이 협의하는 공정무역위원회를 조직해야 하며, 지역의 다양한 시민단체와 활동가는 지역기반의 공정무역협의체를 구성하여 공정무역마을 지위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은 도시들의 조례를 알아보고, 분석하며 안산시 공정무역활성화지원을 위한 조례(안)을 만들어 행정에 제안했습니다. 시민 인식조사, 조례제정을 위한 시민토론회 등을 안산시와 함께 진행하면서 안산시의 공정무역 정책과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2022년부터는 공정무역 도시 안산을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안산시와 간담회를 열어 공정무역마을 운동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을 소통하고, 인증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활동과 내용을 점검했습니다. 그사이 찾아가는 공정무역 교실을 진행하며 공을 들였던 단원고등학교가 공정무역학교로 인증받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안산공정네트워크는 안산시와 논의해 의원발의로 조례를 제정하기로 했는데, 대표발의를 하기로 한 시의원이 공정무역마을 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동료의원들의 동의서명을 받는 게 쉽지 않았죠. 결국 시간만 허비하다가 조례제정이 불발로 끝났습니다. 22년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시의회가 출범했고 네트워크는 조례발의를 위해 해당 상임위원장을 찾아가 그간의 공정무역 조례 준비상황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을 추천받아 대표발의를 요청했습니다.

이번에는 대표발의 시의원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위원회를 대상으로 교육을 포함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공정무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정무역마을 운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고태경 위원장님을 초대해 강의를 들었습니다. 공정무역과 더욱 친근해질 수 있도록 물품소개 및 체험도 했습니다. 공정무역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니 위원회, 본회의 통과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조례논의 2년 만에 '안산시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공정무역위원회 구성도 필요했습니다. 네트워크는 형식적인 위원회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안산시의 공정무역 활동에 참여했던 민간활동가와 전문위원이 위원회에 결합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공정무역에 대한 이해나 활동이 부족한 기관의 대표와 대학교수 등이 포함되면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공정무역 활동에 적극적인 생협 활동가 2인이 위원으로 합류하고 그 중 1명이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되어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정무역 주요사업의 정책 및 지원에 관한 사항들을 결정해야 하는 역할인 만큼 기본적인 자질과 애정을 갖고 있는 위원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고 7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안산시가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기까지 민·관의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공정무역마을 운동에 대한 시민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역의 많은 공동체가 함께했습니다. 그러나 안산시가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은 후 더 많은 안산시민이 공정무역을 이해하고 공정무역마을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활동해야 하는데 상반기 활동만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공정무역마을 운동 활성화를 위해 좀 더 확대된 민간협의체 구성이 필요하고, 생협, 프렌차이즈 매장 이외에 공정무역 물품을 사용하고 판매하는 곳을 늘려야 합니다. 매년 교육에 참여했던 안산시청소년재단이 공정무역 실천기관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고, (재)안산환경재단과 안산도시공사가 함께할 수 있도록 공정무역 커뮤니티 인증 설명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다문화 도시 안산에서 글로벌 시민운동인 공정무역마을 운동을 실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의로운 안산, 공정한 안산, 지속가능한 안산을 만드는 데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한 걸음 한걸음 힘차게 나아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2018년부터 시작한 안산의 공정무역마을 운동이 6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그 결실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다. 인구 63만, 다문화 가정 12%,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안산시!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의 일환으로 소외된 생산자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공정무역마을 운동이 안산시민과 함께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