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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수한 김민재, 독일 언론의 이유있는 혹평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전서 실점... 스타일 고집 옳은지 돌아봐야

등록|2024.08.26 10:04 수정|2024.08.26 10:04

▲ 김민재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마친 뒤 관중에게 인사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리그 개막전부터 뼈아픈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내주고 교체당하며 험난한 출발을 보였다.

26일(한국시각)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에서 2024-2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전 1라운드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볼프스부르크에 3-2로 승리하며 뱅상 콩파니 신임 감독 체제에서의 리그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팀의 승리에도 김민재는 웃을 수 없었다. 양팀이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10분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

김민재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압박에 쫓겨 돌린 백패스를 볼프스부르크의 파트리크 비머가 가로챘다. 비머가 페널티박스까지 쇄도해 연결한 패스가 마예르의 왼발슈팅으로 이어지며 볼프스부르크가 역전골을 터뜨렸다. 김민재가 전력질주해 쫓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뮌헨은 후반 20분 볼프스부르크 야쿠프 카민스키의 자책골로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37분에는 해리 케인의 도움을 받아 세르주 그나브리의 결승골이 터지며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하마터면 첫 경기부터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뮌헨은 천신만고 끝에 3-2 재역전승을 거두며 한숨을 돌렸다.

김민재는 이날 두 번째 실점 장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불안했다. 전반 7분에도 한 차례 위험한 패스 실수를 저질렀으나 디요 우파메카노가 다행히 공을 얻어내면서 위기를 넘긴 바 있었다. 김민재는 상대가 강하게 전방압박을 걸어올 때 볼처리와 상황판단에서 아쉬운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결국 김민재는 후반 36분 에릭 다이어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부상이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중앙수비수가 교체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날 김민재의 수비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빌트>와 <키커>를 비롯한 대부분의 독일 언론매체들은 일제히 이날 부진한 김민재에게 뮌헨 선수들을 통틀어 최하 평점을 줬다. 심지어 <스카이스포츠 독일>은 선수들에 대한 한줄평에서 김민재를 가리켜 "필드 위에서 뮌헨의 약점이었다"며 신랄하게 혹평했다.

중제

김민재는 해외 진출 이후 중국-튀르키예-이탈리아를 거쳐 2023-24시즌부터 세계적인 빅클럽으로 꼽히는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했다. 바로 전 시즌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될 만큼 물오른 기량을 과시했던 김민재이기에 독일에서도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김민재에게 뮌헨에서의 첫 시즌은 행복하지 못했다. 전반기에는 꾸준히 주전으로 중용되며 그럭저럭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지만, 후반기들어 혹사와 체력저하로 인한 폼 하락, 중요한 경기에서의 잦은 실수로 도마에 오르며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상실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선 김민재의 실수로 뼈아픈 2실점을 헌납한 것이 결국 뮌헨의 탈락으로까지 이어진 장면은 치명타였다. 독일 언론은 연일 김민재의 부진을 맹폭했다.

결국 김민재는 토트넘에서 이적해온 에릭 다이어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후반기에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공교롭게도 뮌헨은 지난 시즌 레버쿠젠의 돌풍에 밀려 리그 우승에 실패했을뿐만 아니라 포칼컵과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해 무려 12년 만에 단 하나의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하는 무관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팀의 부진에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한 셈이 된 김민재에게도 프로 커리어 통틀어 최악의 시즌이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한때 1년 만에 뮌헨을 떠날 수 있다는 이적설이 거론됐으나 본인이 이를 일축하며 팀 잔류를 선언했다. 김민재과 관계가 틀어졌던 토마스 투헬 감독이 팀을 떠나고 새롭게 뮌헨의 지휘봉을 잡은 콩파니 감독은 프리시즌 경기부터 다시 한번 김민재를 주전 수비수로 중용했다.

올시즌 뮌헨은 김민재의 유력한 경쟁자이던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데다, 센터백이 가능한 요시프 스타니시치와 이토 히로키까지 연이어 장기부상을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시즌 초반 주전 센터백 콤비를 꿰차게 됐다. 김민재로서는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자신의 진가를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김민재는 첫 공식전이었던 SSV 울름와 포칼컵 1라운드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무실점 수비로 4-0 대승을 이끌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리그 개막전에서 또다시 지난 시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위험한 실수를 잇달아 저지르며 독일 언론의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새로운 리그 적응과 혹사 문제, 독일 언론의 과도한 흔들기, 투헬 감독의 부적절한 김민재 활용법 등 단순히 김민재 개인에게만 모든 탓을 전가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뮌헨 2년차를 맞이한 올시즌에는 이런 핑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김민재는 나폴리 시절까지는 특유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라인을 끌어올려 적극적으로 볼을 점유하고 한발 앞서 상대 선수와 경합하는 '공격적인 수비'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뮌헨에서는 이런 김민재의 플레이스타일이 중요한 경기에서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장면이 늘었다. 지난 시즌의 레알 전이나 이번 볼프스부르크전에서 드러났듯이 아군 진영에서 센터백의 실수는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심지어 투헬 전 감독은 "김민재의 수비가 너무 탐욕스러웠다"며 대놓고 저격했을 정도다.

세계적인 센터백 출신인 콩파니 감독은 다행히 볼프스부르크전 직후 실점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김민재를 공개적인 평가를 거부하며 일단 투헬 감독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민재에 대한 내부평가는 또 다를 수 있기에 안심하기 어렵다.

아무리 여러 가지 강점이 있더라도, 수비수의 가장 큰 덕목은 일단 실점 위기를 최소화하는 안정감에 있다. 올시즌도 김민재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계속해서 불안한 실수를 반복한다면, 언제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빼앗길수도 있다. 바이에른 뮌헨같은 빅클럽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기준에 미달하는 선수를 결코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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